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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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4)
  • 신희섭
  • 승인 2014.02.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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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시간에도 답안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다. 이번 시간에 언급할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디를 잘 쓸 것인가의 문제. 둘째, 본인 주장이 드러나게 하는 방법으로서 두괄식으로 요약하는 방안과 지시성과 입증성을 강화하는 방안. 셋째, 글의 형식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먼저 어디를 잘 쓸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최근 시험문제는 분설 형으로 여러 개의 세부적인 질문들이 하나의 문제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작은 문제들을 포함해서 모두 잘 써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세부적인 문제들이 모두 배점이 동일하다고 해서 동일한 중요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출제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 세부문제가 있는가 하면 결정적인 질문에 도달하기 위한 논리적 징검다리가 되는 세부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 2004년에 5급 공채시험에 나왔던 사르토리를 통한 정당체계의 설명을 2004년 17대 총선에 도입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이 문제는 사르토리라는 특정이론가의 이론을 알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하지만 실제 문제의 취지는 2004년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이 과연 한국정당체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사르토리의 ‘이념간 거리’와 ‘정당의 수’라는 기준으로 묻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이 정리가 안되서 이론에 대한 설명이 약하더라도 한국정치에서 17대 총선이 가진 의미를 얼마나 정확히 규정할 수 있는가를 잘 써주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의 점수는 받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전략적으로 문제의 어느 부분을 잘 써야 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문제전체에서 요구하는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과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잘 만들기 위해서 답하는 부분은 다를 수 있다. 문제전체에서 요구하는 핵심질문 혹은 퍼즐이 되는 질문에는 시간이 모자라도 충분히 답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통이 문제라고 지적되는 한국에서 심의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나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가?”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적인 질문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명확하게 어떤 방안이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질문이 “어떤 방안”에 관한 것인데 “규범적이고” “당위적으로” 소통을 잘해야 한다거나 소통의 필요성이 있다는 식의 답안으로 얼버무리면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서 올바로 답을 못하는 것이다.

어디를 잘 써야 하는가의 문제는 그런 점에서 문제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 그 질문의 뉘앙스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얼마나 시간을 확보할 것인가, 어떤 논리구조를 만들어서 이 질문에 답을 할 것인가라는 세부적인 전략들을 필요로 한다. 세부적인 문제들을 정신없이 주어진 대로 풀 것이 아니라 답안의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논리를 만들 것인지와 어느 정도 이 부분을 공들여서 시간 안배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로 자신의 주장이 드러나는 글을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에서 어디를 잘 쓸 것인지를 정했다면 다음으로 할 것은 어떤 주장을 나의 언어를 통해서 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정치학 질문은 어렵지만 단순한 경우가 많다. 심의민주주의가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제도와 민주주의의 내용과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한미동맹을 유지한 상태에서 중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사실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다. 단지 그 답이 왜 그렇게 주장될 수 있는가의 근거를 형성하는 논리가 복잡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논리가 무엇인지 이전에 본인은 어떤 답이 있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의 답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 부분이 사실 중요하지만 잘 안된다. 자신의 언어로 무엇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자신이 이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신이 사용하는 개념과 용어가 이 주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따라서 용어와 개념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이론을 이해했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어떤 개념과 개념들 간의 관계 즉 인과적 규정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자신이 소화하지 못한 이론이나 개념을 가지고 설명하면 잘못된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것처럼 본인주장도 탈이 나게 마련이다. 다른 말로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나 문장이나 조어가 어색하여 의미전달이 정확히 안 되거나 너무 추상적인 주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학공부의 가장 기본은 많은 개념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설명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레고 블럭을 생각해보자. 비행기를 조립하기 위해서는 레고 블록 중에 바퀴와 엔진모양의 도구뿐 아니라 40여 가지의 다른 모양의 블록이 있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블록에는 바퀴도 없고 엔진도 없으며 레고 블록은 총 20종밖에 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비행기를 어떻게 조립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해도 비행기를 조립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고 주제에 대한 확신에 찬 결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념적 도구가 없다면 설명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답안을 만들 때 글이 안 써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본인이 본인의 주장을 할 수 있는 도구들로서의 이론적 자원인 개념과 용어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는 본인 주장을 두괄식으로 배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 한 대로 두괄식은 자신의 주장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답안을 쓰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 주장이 되는 답이 명확하게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구축하는 논리가 부연되어야 한다. “무엇”을 물었거나 “왜”를 물었는데 그 답으로 “어떻게”나 “어떤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왜”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원인을 규정하고 그 원인이 되는 요인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설명이 되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두괄식으로 글을 쓸 때 핵심은 본인 주장이 개념적으로 요약되는 것이다. 개념간의 관계를 통해서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요약되어야 한다. 주장문장 뒤에 이를 뒷받침하는 부연문장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두괄식으로 구성해도 정확히 개념간의 요약이 안되면 주장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간 연결을 통한 간결한 논리구축이다.

예를 들어서 다음 문장을 보면 주장이 명확한지 명확하지 않은지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구조적 설명이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를 통해서 설명하는 고전적 현실주의의 설명에 따라 국가들은 각기 다른 정책과 태도를 취하며 이에 따라 세력균형이 영향을 받아왔다.”와 “구조에 따른 자동적 세력균형보다는 지도자들의 의지에 의한 세력균형이 더 일반적이었다는 면에서 고전적 현실주의의 설득력이 높다.”라는 문장을 비교해보라.

또한 다음 문장을 보자. “동북아의 미래는 각 국의 지도부가 변화함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를 겪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각 국이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여 불안정적일 것이다.” 이 주장은 구조적 현실주의보다는 고전적 현실주의를 택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위의 문장으로는 명확하지는 않다. 따라서 위의 문장을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동북아의 미래는 국가의 성향에 따른 국가이익차원에서 설명하는 고전적 현실주의를 통해서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상유지와 현상타파적 성향의 국가들이 공존하는 동북아시아의 미래는 불안정적이라고 보여진다. 먼저 현상유지 국가로는 미국과 한국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현상타파 국가로는 중국과 일본과 북한을 들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본인 주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입증성과 지시성을 높이는 방안과 글쓰기의 형식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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