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사경제 해설 27
글로벌 시사경제해설 이 번 주에는 신용평가와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큰 국제적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용도가 몇 위에서 몇 위로 변화했다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되는데 도대체 이러한 평가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하며, 그 자료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알아보려고 하면 그리 쉽게 관련 자료를 접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신용평가회사의 자료는 국제적인 경제거래를 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는 기업의 이윤과 관련하여 민감하게 작용한다. 최근의 급속한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이들 평가기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고, 심지어 제3의 권력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번 주는 신용평가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알아보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3대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1. 신용평가란?
신용평가란, 일반적으로 말하면, 개별경제주체의 신용도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능한지를 구체적인 수치나 등급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상대적인 지표를 말한다. 신용평가 자료는 거래 당사자 간에 잘 알지 못하는 경우, 상대방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즉 불확실성이 개입된 거래를 하는 경우, 거래 당사자들은 가급적 그 거래의 위험성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정보의 획득비용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거래의 위험성을 0으로 만들 수 는 없다. 그러므로 불확실성이 개입된 거래를 할 경우 제3의 기관이 객관적으로 평가한 거래 상대방의 신용평가를 기초로 거래의 규모나 빈도를 결정하여 위험도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신용평가는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국가에 대한 신용평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카드의 사용이나 은행의 대출 등 신용거래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는 개인의 직업군, 소득의 규모, 금융기관 대출의 크기와 연체경력, 통신비나 전기료 등 기타 비용의 연체 경력 등을 토대로 금융기관 등이 신규로 대출을 할 때, 대출의 한도나 적용이자율을 산정할 때 주로 참고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의 중요성은 각종 시험의 결과가 발표될 즈음 은해의 입구에 OO시험 합격자 우대금리 적용 등의 광고를 볼 때 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의 신용평가기관이 주로 하는 업무는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이다. 기업에 대한 신용을 평가할 경우, 기업의 발전 가능성, 업계내의 위치, 기업의 영업력, 경영자의 자질, 기술개발상황, 재무구조의 건전성, 노사관계 등 광범위한 분야에 관한 1차 자료를 토대로 기업의 종합적 신뢰도와 부채상환능력을 주로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에 중점을 두는 주식평가와는 차이를 보이며, 높은 신용 등급을 받았을 경우 낮은 자금조달 코스트로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수익력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신용도를 평가할 경우에는 국제수지의 건전성, 국가의 부채규모, 경제의 성장가능성 등 경제변수 외에도 정부규제, 국내정치나 국제관계의 안정성, 사회, 문화적 요인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한 종합적인 신용도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 신용평가의 의의와 신용평가회사
신용평가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거래 당사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데 있다. 신용평가 자료는 금융거래에 가장 많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려고 할 경우, 기업에 대한 신용도 알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기업은 자신의 재무구조나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 예상수익률 등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이 중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공개할 것이므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에 의해 제공된 정보이외에는 얻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는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기업에 대한 신용정보를 구입하여 판단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거래와 관련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신용평가와 평가회사의 존재의의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신용평가, 서울신용평가정보, 나이스평가정보 등 여러 신용평가업체가 기업의 신용을 모니터링하여 여러 가지 지수로 평가한 기업신용과 관련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용평가회사(Credit Rating Agencies, CRAs)들은 1800년대 미국에서 채무자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1837년 상인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회사로 시작한 태펀(Louis Tappan)은 현재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로 알려진 무디스( Moody's Investor Service, 1933년 설립)로 발전하였고, 이후 또 다른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로 알려진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사(Standard and Poor's, 즉 S&P's)의 전신인 Poor's Publishing Companies(1916)와 Standard Statistical Company(1922)가 등장하였고, 비숫한 시기에 피치(Fitch IBCA)의 전신인 Fitch Publishing Companies(1924)가 설립되었다.
그 후 여러 신용평가기업이 등장하였지만, 이들 후발업체들은 신흥시장이나 은행업, 보험업 등 특정 시장이나 산업에 특화된 전문 신용평가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신용평가사의 증가와 더불어 평가 대상도 상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도 평가에서 증권, CP,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으로 확대되었다. 현재 Moody's, S&P, Fitch IBCA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이외에 각 국가 및 지역별로 수십 개의 신용평가사들이 활동 중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신용평가 자료가 단순히 투자자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투자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1990년대 이후부터는 재무건전성 감독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현재는 특히 금융기관이 등급이 낮은 증권을 일정량 이상 보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금융 감독기관에 의한 건전성 감독의 수단으로 신용평가가 이용되기도 한다.
3.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현재 세계 3대 평가사로 불리는 업체는 무디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 피치로, 세계를 상대로 국가별 등급과 주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여 세계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신용평가사가 정부기관이나 국제기구가 아님에도 오늘날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책수단의 하나로 신용평가기관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1970년에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시장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신용도가 낮은 채권발행과 유통을 간접규제하기 시작했다. 1975년 SEC는 신용평가기관 인정(Recognition)제도를 도입했다. SEC가 인정한 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취득한 채권에 대한 공모절차를 대폭 간소화시켜, 증권회사, 투자신탁 등 기관투자자들의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가접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975년 SEC로부터 적격 신용평가기관으로 인정받은 S&P와 무디스는 실질적으로 SEC의 보호 아래 독과점적인 지위를 향유하게 되었고 금융시장 내에서의 지위와 영향력이 급속히 신장된 것이다. 현재 이들 신용평가업체는 국가, 은행, 채권, 어음분야에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국가신용등급은 엄밀하게 정의하면 '정부발행 외화표시 장기채권'의 신용등급을 의미한다.
1) 무디스
정식 명칭은 Moody's Investors Service이다. 무디스는 1900년 존 무디(John Moody)가 설립한 신용평가업체이며, 현재 최대 주주는 세계적인 부호인 워런 버펫(Warren Buffett)이 설립한 지주회사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로 약 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무디스 코퍼레이션(Moody's Corporation)은 정부기관과 사업체에 대한 금융 연구 및 분석 업무를 하는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의 지주회사로, 미국 국가공인통계평가기관(NRSRO)으로 지정되어 있다. 미국 최초로 1909년 2백여 개 철도채권에 대해 등급을 발표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이후 정부와 금융회사, 광산, 제조업 등 일반기업의 채권과 주식에 대한 정보와 통계를 수집한 안내서를 발간하면서 업계 내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 도산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발표하였는데 그 정확성으로 업계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17개국에 1000명의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3000 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업계의 큰 손이다. 무디스가 평가하는 국가는 1975년 3개에서, 1999년에는 33개, 2000년에는 100개 이상으로 증가하였고, 현재 세계 신용 평가 시장의 40 퍼센트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무디스는 장기신용등급과 단기신용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회사채, 지방채, 국채 등 장기 채권에 적용하는 '장기 신용등급'의 경우 Aaa~Baa까지를 투자 적격 등급으로, Ba이하는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제시하며, 같은 등급 내에서 1, 2, 3으로 우열을 표시하고 있다.(그림1 참고)
만기 1년 미만인 CP, 은행예금, 머니마켓펀드 등 단기 채권에 적용하는 '단기 신용등급'은 prime 1, prime 2, prime 3, not prime로 구분하여 발표한다.(그림2 참고)
또한 현재의 등급에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으면 '긍정적(positive)',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 같으면 '안정적(stable)', 하향조정 될 것으로 보이면 '부정적(negative)'이라는 표시를 해당 등급 뒤에 붙이고 있다.
2) S&P사
정식 명칭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이다. 금융시장관련 정보(신용등급, 지표, 투자연구 및 위험평가)를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신용평가회사로, 미국 국가공인통계평가기관(NRSRO)로 지정되어 있다. 회사채 신용평가를 하던 Poor's사(1860년 설립)와 Standard Statistics사(1916년 설립)가 1941년에 합병하여 오늘날의 S&P가 되었으며, 1966년 세계적 출판, 재정, 정보, 미디어서비스업체인 맥그로힐(McGraw-Hill Companies, Inc.)에 인수되어, 현재는 맥그로힐의 자회사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 S&P)는 주식과 채권에 대한 금융 연구 및 분석 자료도 발표하고 있으며, 미국 주식시장지수인 S&P 500와 S&P GLOBAL 1200, S&P Global 100 등 글로벌 지수, S&P Euro, S&P Asia Pacific 100 등 지역별 지수, 호주의 S&P/ASX 200 주식시장지수, 캐나다의 S&P/TSX, 이탈리아의 S&P/MIB 등도 작성, 발표하고 있다.
세계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정치상황, 경제구조, 경제성장 전망, 재정운용, 공공부채, 대외부채, 물가, 부채상환 능력 등 8개 부문 31개 항목에 걸친 투자환경을 조사해 등급을 발표한다.
무디스와 마찬가지로, 상환기간 1년 이상인 장기 채권에 적용하는 '장기신용등급'의 경우 「AAA」부터 잠재적 불안정상태인 「BBB-」까지가 투자적격이며, 「BB+」이하부터 투자부적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동일 등급 내에서 '+' 와 '-', 일반으로 우열을 표시하고 있다. 상환기간 1년 미만인 단기 채권에 적용하는 '단기신용등급'의 경우 A-1, A-2, A-3, B, C 로 구분한다.(그림3, 4참고)
3) 피치 IBCA
1913년 존 놀스 피치(John Knowles Fitch)가 뉴욕의 금융가 중심부에서 재무 관련 통계자료를 출판하는 업체인 피치퍼블리싱(Fitch Publishing Company)을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업계 최초로 1924년 ‘AAA’에서 ‘D’까지 등급을 매기는 평가방식을 도입하였고, 이후 피치레이팅스피치(Fitch Ratings, Ltd.)는 197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함께 국가공인통계평가기관(NRSRO)으로 선정되었다. 1990년대 이후 인수와 합병을 통해 급장했다. 1997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신용평가회사 IBCA와 합병하였고, 2000년 세계 4위 신용평가사 더프앤드펠프스(Duff & Phelps Credit Rating Co.)를, 2005년 캐나다의 알고리드믹스(Algorithmics)를 인수하여 오늘날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지위를 구축했다. 2008년 신용평가 자료와 분석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치솔루션스(Fitch Solutions)를 설립하였으며, 피치레이팅스는 뉴욕과 런던 두 곳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50개 사무소가 있으며, 직원 수는 2100명 이상이다. 기업 및 국가의 신용을 평가하며, 평가의견과 조사결과, 각종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그림5, 6 참고)
4. 신용평가에 대한 단견
뉴욕타임즈지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에스앤피(S&P), 무디스(Moody's) 그리고 피치(Fitch)사에서 그동안 내 놓은 신용등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적이 있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뉴욕타임스가 기사화 한 것으로, 그 근거로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은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준수해야 할 규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고려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신용평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신용평가사와 애널리스트 등이 주고받은 e-메일 내용에 회사의 내부 규정을 어기고 실적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여러 가지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력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량은 신용평가가 대충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심지어 어떤 신용평가사의 경우 각종 신용 위험들을 절반밖에 측정하지 못한 채 발표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의 신흥권력으로 등장한 신용평가사의 평가내용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무작정 그들의 발표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들 신용평가사들은 국가기관이나 국제기구가 아니라 일반 기업체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공인한 회사일 뿐이므로 태생적 ㄹ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여 국가신용도 평가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규명
베리타스 전임/합격의 터독서실 멘토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