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정 사립학교법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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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정 사립학교법에 기대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10.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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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한국전쟁 이후 최빈국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해갈수록 경제성장 속도는 자연스럽게 더디어지고 있으며, 타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은 경제활동 시작 연령을 늦춤으로써 우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여전하고 이에 편승해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면서 ‘등록금 푸어’, ‘등골 브레이커’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전국 4년제 사립대 148개교의 2012년 예산·결산을 분석한 결과, 대학이 책정한 예산 중 쓰지 않고 다음 해로 넘긴 이월금이 1조 1668억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예산 편성시 예상한 이월금보다 7.3배 많은 규모다. 또 4년제 사립대학들은 지난해까지 총 8조 9115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두었는데 적립금이 수천 억 원에 이른 학교도 있다.


사립대학들의 방만한 자금운용이 끊임없이 문제됐는데, 사립대학의 재정·회계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지난 7. 24.부터 시행되었다. 주요내용을 보면,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구분하고 학교가 받은 기부금을 교비회계의 수입으로 처리해 별도계좌로 관리하도록 했다. 교비회계 예산 편성 및 결산 시 학생이 30% 이상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학교법인은 결산서 제출 시 학교법인과 독립한 공인회계사의 감사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교육부장관은 대학교육기관의 이월금이 재정규모에 비하여 과다한 경우에는 이월금을 줄이기 위해 시정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의 운영 현황을 알 수 있도록 재정과 회계지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교육 투자’ 분야에서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재무안정성 분야’에서 등록금 의존율과 부채비율, ‘법인 책무성 분야’에서 법인전입금 비율,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학교운영경비 부담률 같은 평가지표를 확정하고, 2014년 8월부터 대학알리미를 통해 각 대학의 투명성 지표를 5등급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그 동안 일부 사립대들이 비영리 교육사업이란 본분보다 수익 확보에 힘써온 것을 지양하고 대학등록금의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로 대학재정의 투명성이 다소 개선되긴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이월금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것이 문제다. ‘대학알리미’ 자체가 대학 재정지원이나 구조조정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 한 그 공개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해마다 각 학교의 등록금이 정해지는 시점이 이월금을 반영하기 전이라는 것도 문제다. 등록금은 연말연시에 전년도의 예산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각 학교의 회계연도 결산시점은 2월 말이어서 이월금은 등록금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월금을 감안한 가결산을 기준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라는 감사원의 권고도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나아가 ‘사립대학의 이월금이 재정규모에 비하여 과다해 교육부 장관의 시정요구가 가능한 경우’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없는데, 이월금을 예산의 일정 비율이나 액수로 제한하고 감사 강화와 함께 처벌 수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실효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 재학생 1,340,869명중 국공립대학 재학생은 21%에 불과하고 79%가 사립대학에 다닌다. 미국에서 국공립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73%, 프랑스 88%, 스위스 90% 등 OECD국가들의 국공립대 비중이 78%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기적으로 국공립대학의 비중을 보다 높여야 하겠으나, 그동안 사립대학은 국가를 대신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동량들을 배출했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사립대학들이 설립 당시의 순수한 정신으로 돌아가, 새 시대에 국가가 필요로 하는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자부심을 회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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