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험대에 선 대법원의 재판연구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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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험대에 선 대법원의 재판연구원제도
  • 법률저널
  • 승인 2013.09.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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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로스쿨 시대에 접어들면서 법조일원화라는 이름으로 법관 충원 시스템도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2011년에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앞으로 판사로 임용되려면 10년 이상 법조 근무경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경과규정에 따라 2017년까지는 3년 이상, 2019년까지는 5년 이상, 2021년까지는 7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으면 된다. 2022년 이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관될 수 있다. 판사 임용에 있어서 지금처럼 사법연수원 졸업 후 바로 임용하는 방식은 전통적으로 대륙법계 국가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이 그러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일정한 실무 경력을 거친 자만이 법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륙식 임용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관 임용방식도 미국식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로스쿨 졸업생들을 매년 약 100명 가까이 2년 임기의 재판연구원으로 임용해 왔다. 로스쿨 1기생들은 내년이면 2년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법원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판사로 임용되려면 상당한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자칫 그들의 신분이 공중에 붕 떠버리는 결과가 된다. 잠시 근무하다가 다시 법관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로펌에서 선호할 이유가 없다. 이에 대법원이 재판연구원들의 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0대 로펌 인사담당자와 대한변협 사무총장을 초청해서 ‘재판연구원 취업 관련 간담회’를 지난 8월 16일에 개최하려다가 대한변협의 반대로 철회하고 말았다. 이를테면 대법원이 10대 로펌에 재판연구원 취업 부탁이 무산된 셈이다. 대법원으로서는 재판연구원들의 취업이 잘 되지 않으면 향후 재판연구원에 우수한 인력이 지원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로스쿨 학생들은 대학 2학년 때 이미 주요 로펌에서 입도선매하고 있다. 대법원의 재판연구원이나 법무부의 검사 충원은 아무리 빨라야 3학년 2학기는 되어야 한다. 그 사이에 이미 로펌으로 확정된 학생들이 새삼스럽게 신분도 장래도 불확실한 재판연구원에 지원할리 만무하다. 그러니 대법원으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재판연구원 충원에 있어서 양질의 인력 확보가 현실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 참에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인 재판연구원에 대한 대법원의 취업 알선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변협은 대법원이 재판연구원을 대형 로펌에 취업시켜 다시금 판사로 임용하기 위한 경력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왜 10대 로펌만 초청 대상인지도 문제 삼고 있다. 대한변협의 논리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대법원이 로펌의 변호사 채용에 관여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으로서는 안팎곱사등인 셈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재판연구원으로 확보하여야 하는데 그들의 2년짜리 비정규직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지만 정작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변협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변협이 변호사의 취업알선을 반대하는 특이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근본적으로 재판연구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을 2년짜리 비정규직으로 내몰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재판연구원을 마냥 그대로 유지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재판연구원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결국 한국식 법관충원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없이 마냥 미국식 제도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한국적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재판연구원은 그야말로 재판연구원일 뿐이다. 그들에게 로펌 취업기회를 부여하고 추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법관으로 취업시킬 궁리를 한다면 이는 판단착오다. 최고 수준의 급여에 익숙한 우수한 변호사들이 재판연구원 2년 경력을 가졌다고 해서 판사가 되기를 학수고대할리도 없다. 결국 재판연구원 2년을 거친 다음에 다시 개업 변호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판사 지원을 하게 된다면 우수한 법조인의 판사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법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예비판사제도의 실패를 거울삼아 재판연구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우수한 인력이 재판의 보조원으로 머물러서도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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