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시간은 산 자의 편, 시간은 죽은 자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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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시간은 산 자의 편, 시간은 죽은 자를 살린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8.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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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시간은 산 자의 편이다. 그런데 시간은 흐르고, 또 산 자를 죽인다. 자기편이었던 시간에 죽임을 당하는 산 자는 결국 죽은 자이다. 산 자는 죽을 때를 모른다. 까닭에 오늘 산 자는 영원의 주인공처럼 행동한다. 그렇지만 결국 산 자는 시간 앞에서 죽임을 당하고 과거가 된다. 그 순간 시간은 역사가 되고, 과거가 된 자는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 이 당연한 이치를 우리는 다 알지만 또 다 모른다. 모름과 앎이 교차하며 우리는 지혜로워지기도 하고, 무지몽매해지기도 한다. 앎을 찾아가는 길은 결코 순간일 수 없다. 까닭에 겸손하게 순간순간을 살아야 한다. 교수로서 학문적 지식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앞서 항시 강조하는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가장 싫어하는 것이 말뿐인 것이기에 말이 행동으로 체화될 수 있도록, 언행이 일치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닦달한다.


참 이상한 세상이다. 스스로 생선가게의 도둑고양이가 되고자 하는 자가 넘쳐나는 세상은 결코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다. 그런데 생선가게에 도둑고양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CJ그룹의 이재현 대표가 기업 공금 수천억 원을 횡령하여 비자금 등으로 불법사용한 것이 적발되어 구속되었다. 대주주인 자가 왜 자기 회사나 다름없는 회사의 공금을 빼내어 개인 돈으로 만들려고 도둑질을 하는지 그 심리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물론 법인과 개인의 법인격은 다르다. 까닭에 법인 돈이 개인 돈이 될 수 없고, 법적 책임도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매년 내가 강의하는 강좌가 법인과 개인을 구별할 수 있는 법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보니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대기업의 대표이사, 회장이라면 어떻게 하면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을 튼튼한 기업으로 만들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직원들의 임금 및 안전 등 근로조건을 개선시킬 것이며,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가치의 방점을 찍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에게 이익배당금이 되었든 신주발행 등을 통한 주식평가액이 되었든 저절로 부자가 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루 밥 세끼 먹지 네끼 먹을 수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자꾸만 하루에 네끼 밥을 먹으려고 탐욕을 부리다 보니 결국 병에 걸려 죽고 만다. 그게 세상이치이다. 회사의 정상적인 자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빼내어 뒷돈을 챙기려는 그 도둑고양이의 심보야말로 우리나라 대기업 대주주들이 버려야 할 첫 번째 악한 성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가 맡은 기업을 잘 발전시키면, 그리하여 그 기업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으면 그 기업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천년만년 자손들까지 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인데 왜 스스로 도둑고양이가 되려는 천박한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일신을 추락시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다른 도둑고양이로 한국수력원자력 배임행위자들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한수원 사장부터 고급간부에 이르기까지 조기 엮이듯 줄줄이 엮여 불법행위를 저질러 부정한 돈을 받고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원자력발전소의 부품실험검사서를 위조하여 불량제품을 납품받는 대가로 부정한 거액의 돈을 받고 원자력발전소의 부품을 불량품으로 사용하였다니, 만일 그 불량품에 문제가 발생하여 구소련의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나 일본의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처럼 원자력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국민적 재앙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도둑고양이 심보이다. 그러한 거대한 불법자금을 갖다 바친 회사가 또 현대중공업이라고 하니 이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아닌가 말이다. 썩을 대로 썩어 악취가 진동한다. 도둑고양이들이 넘쳐나 주인인 국민이 한눈을 파는 사이 진열되어 있는 생선을 무차별적으로 뜯어 먹고 있다. 고객들에게 팔아야 할 생선의 여기저기에 상채기가 나고 있다. 엉뚱하게 도둑고양이들만 제 배를 불리고 있다. 이런 세상이 장기화되고 습관화되다 보면 이제는 선한 자들마저 기회만 있으면 도둑고양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까 두렵다. 도둑고양이들을 잡아야 한다.


국정원의 제18대 대통령선거 불법관권선거관여 문제를 밝히기 위한 국회의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어깃장에 더 이상 진전이 없게 되자 야당인 민주당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분기탱천하여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전포고하였다. 45일간의 국정조사기간 중 3분의 2가 덧없이 지나가고 말았다. 앞으로 남은 13일 동안 제대로 국정조사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난망이다. 주요기관인 국정원의 기관보고가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난감하게 되고 말았고, 주요 증인들에 대한 채택 여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증인신문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질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되고 말았다. 여야 정치권의 무능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어떻게든 국정원에 대한 조사를 무력화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의도와 과격한 이미지를 벗고 합리적 의회활동을 해보이려는 야당의 무기력함이 상호 작용하여 이런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인내의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지금까지의 행위에 대하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더군다나 선거에 개입하여서는 더 더군다나 되지 않는다. 특히 국가최대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이 국내정치나 선거에 개입하면 아니 되는 것은 국정원법이나 공직선거법 등을 보아도 명백하다. 그런데 국정원 심리전단 70여명의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였다면 이는 엄청난 국기문란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내여론이 왜곡되어 대통령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인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을 수호해야 할 임무를 국민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라면 앞장서서 그 진실을 밝혀야 할 역사적 사명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의 별 핑계를 다 대며 국정조사를 사실상 방해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은 이 역시 정치적 도둑고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새누리당은 야당이 장외투쟁선언에 대하여 자신들이 의도한 국정조사의 시간보내기에 말려들었다며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벌써 그러한 논조의 새누리당 부대변인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역사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시간이 산 자를 잡아먹는다는 진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국정조사가 흐지부지되고 만다 할지라도 결코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고등학생들까지 나서서 “도둑맞은 민주주의를 찾겠다.”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직은 국정조사라는 한 가닥 해결의 길이 있기에 국민들의 행동이 절제되고 있지만, 만일 여야 간의 국정조사가 결국 한통속에 불과했고, 어떠한 진실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고 판단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그냥 “여야 정치인 참 잘 했어요!!!”하고 그만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청춘은 민주주의를 몸과 생활로 배웠다. 어느 누구보다 자기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부모나 선생의 이야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눈치보지 않고 자기 의견을 주장한다. 21세기 청춘은 민주주의를 몸으로 반응하고, 생활로 실천한다. 까닭에 어느 세대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민주주의의 도둑고양이”였음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촛불을 들고 민주적 방법에 의해 국정원 불법선거관여행위에 대한 정치권의 민주적 해결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 국정조사가 유명무실하게 끝나버리고 만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행동으로 나서서 도둑맞은 민주주의를 찾겠다며 도둑고양이를 쫓아내고자 할지도 모른다. 정치권은 그러한 점을 잘 알아야 한다.


다시 시간은 죽은 자의 편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살아 영달을 누리며 자신들이 죽은 후 친일파라며 친일파인명사전에 기록되는 치욕을 겪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한 자신들의 치욕이 자신들의 후손들에게 영원한 불명예가 되어 후손들의 심장을 찌르는 생선가시가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몰랐기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니 알면서도 그렇게 했을지 모른다. 우선 내 배 부르고 등 따시면 되니까 말이다. 죽은 자는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시간은 신기한 것이다. 산 자를 죽이고 죽은 자를 살리고, 시간은 그렇게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까닭에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시간을 두려워해야 하고,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정치권에 요구하는 “도둑맞은 민주주의를 찾아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생선가게의 도둑고양이를 밝혀달라는 준엄한 요구”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요소라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만일 이를 국지전의 승리쯤으로 만족하며 히히덕거린다면 이는 역사의식의 부재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국정조사위원들이 국정조사기간 동안에 여름철 휴가를 가야 한다며 휴가를 떠나버리는 것은 엄청난 직무유기이다. 이는 마치 수능고사일에 친구들과 놀러가야겠다며 유원지로 떠나버린 수험생과 다를 바 없다. 진짜 황당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황당한 일을 행하면서도 그 일이 황당한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후안무치함,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서 국정조사를 지연시키게 되어 작전에 성공하고 있다고 내심 안심하는 이가 있다면 “당신은 바보야!”라는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임을 알려주고자 한다. 시간은 모든 이의 편이다. 결단코 너만의 편도 아니고, 나만의 편도 아니다. 시간은 그냥 옳은 자의 편일 뿐이다. 옳은 자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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