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복지의 새로운 걸음, 성년후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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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복지의 새로운 걸음, 성년후견제
  • 김현
  • 승인 2013.07.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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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성년후견제도를 담아 2011년에 개정된 새로운 민법이 2013. 7. 1. 시행되면서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의 관심이 뜨겁다. 성년후견제의 절차적 내용을 담은 가사소송법이 2013. 4. 5. 공포되면서 민법과 시행일자를 맞추게 되었고, 법원은 세부 매뉴얼 마련에 힘쓰고 있다. 변호사 등 전문직 성년후견인 후보자 연수교육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서울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 지원신청서를 접수 받으면서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다.


성년후견제 도입을 위한 시도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장애인단체의 계속적인 요구와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에 의해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등장했는데 성년후견제가 드디어 입법이 된 것은 고령화 사회와 복지국가의 요구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있다. 2000년대에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복지국가의 요구는 지난 대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모든 정파의 슬로건이 되었다.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어감부터 부정적 의미를 띠고 있었고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주체를 대상화시켰다. 그리고 그 능력을 획일적으로 규정하여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주체보다는 그 주체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이러한 반성 하에. 성년후견제에서는 제반 절차에서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 즉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이더라도 잔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도 개인의 성장이나 발달과정에서의 경험이 존중되어야 하며, 인생에서 누려야 하는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정상화(normalization) 이념이 중시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법이라도 현실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이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더 깊은 실망만 가져올 수 있다. 성년후견제가 원만하게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적어본다.


먼저, 가정법원의 조직과 인력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라는 소극적 관점에서 탈피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적극적 관점으로 바뀌는 순간 가정법원의 역할은 대폭 늘어나게 된다. 독일의 경우 후견법원 판사가 직접 피성년후견인의 집에 찾아가 후견이 필요한 상태인지를 조사하고 상담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도를 내실 있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조직정비와 확충은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원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으므로 기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조직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뜻있는 변호사들의 적극적 참여는 필수적이며, 성년후견제도가 장애와 노령이라는 복지적 관심사와 맞닿아 있으므로 법조계가 보건복지부나 장애단체, 노인단체 등 민간단체와 유기적으로 협조하면서 그 자원을 활용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정법이 법인 후견인을 신설하였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후견업무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도가 원활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비용과 보수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후견인에 대한 적절하고 충분한 보수가 지급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비용이 보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제도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후견인의 책임과 관련하여 민법 제755조(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의 법정감독의무자가 부담하는 제755조의 책임에 대해 대법원은 그 동안 면책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고 이 같은 입장은 성년후견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성년후견인제도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는 사람들의 참여를 막게 되거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려는 경향을 띠게 된다.


성년후견제는 사법복지실현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양심적인 재야 법조인들이 후견인이나 후견감독인으로 대거 참여해 사회의 한 부분으로 굳건히 자리잡으면서 법조계에 대한 신뢰도 한껏 높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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