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의 경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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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변호사의 경쟁시대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3.05.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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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언 일본변호사(일본 변호사법인 오르비스)

 

일본 국세청은 지난 5월 초,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소득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변호사는 사무실을 경영하는 변호사와, 소속 변호사 가운데 직접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를 말한다. 사무소에 소속돼 있으면서 정해진 월급만 받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개인사업자 변호사는 전체변호사의 80% 정도다.


이번 일본 국세청 통계를 보면 저소득 변호사들이 크게 늘었다. 연간 소득 기준으로 2008년 100만엔(한화 1000만원) 이하인 변호사가 12%(2879명), 100만~500만엔인 변호사는 20%(4684명)이었다. 하지만 2011년에는 100만 이하가 22%(6009명)로 늘고, 100만엔~500만엔인 변호사는 19%(5208명)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1000만엔 이상인 고수입 변호사도 34%를 차지했다.


변호사들의 소득은 수입에서 필요경비를 빼고 남은 금액이다. 그래서 일반 회사원의 월급과 단순비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소득자로 알려진 변호사 가운데 20%가 1년에 100만엔도 벌지 못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기본적인 원인은 변호사 수가 늘어난 것이지만, 이에 더해 변호사가 느는 동안 전체 사건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지속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003년에는 612만건에서 2011년에는 406만건으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어렵게 되자 법조양성제도검토회의는 지난 3월 연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3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현재 2000명인 사법시험 합격자를 150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런 법조계의 불경기 중에도 2011년에 1000만엔 이상 벌어들인 변호사가 34%나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변호사 비율이 매년 줄고는 있지만 경력 변호사를 중심으로 여전히 고소득을 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격차사회’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수입, 교육, 회사, 결혼 등에 있어서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고 그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변호사 사회도 그런 ‘격차사회’가 시작된 것 같다. 변호사들이 소득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새 젊은 변호사들은 심각하다. 생계가 가능한 지가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사회 정의나 봉사 정신을 강조해도 신인 변호사들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각 지방 변호사회에서도 신인 변호사를 도와줄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오사카 변호사회의 경우 등록료(40만엔)를 분할로 납부가 가능하고 회비도 감액되었다. 그리고 지도위탁제도, 즉 변호사 등록해서 바로 독립한 신인 변호사가 선배 변호사한테 업무상, 경영상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등록 후 2년 이내에 독립하는 변호사를 지원하기 위해서 오사카 변호사회가 사무실의 중계도 하고 있다. 월세는 1달 7만7000엔~14만엔인데, 비싼 보증금을 낼 필요 없고 사무기기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고 선배 변호사의 지도도 받을 수 있다.


변호사회는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신인 변호사의 취직 문제와 수입 문제는 해결 못 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법은 일변련의 주장처럼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 경우 로스쿨생 등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은 당장 타격을 입지만, 변호사 사회 전체를 생각하면 합격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변호사 개인 입장에서 ‘격차사회’는 바로 경쟁사회다. 옛날에는 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그냥 사무실에서 기다려도 의뢰인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벌써 지나갔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어떤 분야의 어떤 변호사가 될지 계속 생각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작금의 일본 변호사업계의 현실이다. 어느 직업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변호사는 의뢰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키운다면 자기 힘으로 성공하는 시대가 왔다. 그런 상황을 즐기고 열심히 도전할 수 있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자질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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