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싸이의 젠틀맨 낚시질에 걸린 케이비에스의 무지ㆍ옹졸함, 진짜 폴리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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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싸이의 젠틀맨 낚시질에 걸린 케이비에스의 무지ㆍ옹졸함, 진짜 폴리스맨
  • 법률저널
  • 승인 2013.04.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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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세계에서 가장 잘못 알려진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국인은 신사”라는 말이다. 흐리고 때 없이 내리는 런던의 기후 때문에 우산 대체재로 중절모를 쓰거나, 비올 때를 대비해 우산을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뭔지 모르게 멋져 보이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잘못된 말이라는 것이다. 물론 영국에도 수많은 진정한 신사들이 있을 것이지만 상당수는 추접스럽고 야비하고 탐욕스러운 비지성적 인간들일 것이다. 어디 영국만 그러겠는가? 세계 모든 나라 어디를 가든 이렇게 신사인 척 하는 비신사들이 넘쳐나고 있는 게 21세기의 특징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비신사들이 신사인 척 하며 설쳐대는 세상이기에 어찌 보면 “싸이의 젠틀맨현상”이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유행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싸이의 젠틀맨은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남의 땅뺏기현상”을 장난기 넘치는 구체적 행동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남의 땅뺏기현상은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개인 대 개인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체 대 단체 사이에도 있고, 국가 대 국가 사이에도 있다. 수많은 가짜 신사들, 남의 약점과 약함을 악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 있는 가짜 신사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국어사전은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를 신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지막쯤에 “보통 남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진실을 고백해 놓고 있다. 신사란 그런 것이다. 멋진 남자일 수도 있고, 그냥 보통 남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저 국어사전에 “보통, 남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점을 하나 중간에 찍고 싶어진다. 보통남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이 아니라, 보통(일반적으로) 남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듣기 좋은 말이라는 게 더 현실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싸이의 “젠틀맨”은 철저하게 반의적이다. 그리고 또 역설적이다. 싸이는, 젠틀맨이라는 단어 속에서 연상되는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바른 남자를 떠올리는 사람에게 “신사는 내면에 이러한 추악함을 감추고 있는 못 믿을 놈!”이라는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국어사전의 정의처럼 신사란 그런 멋진 남자라는 정의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케이비에스가 그만 싸이의 낚시질에 걸려 버렸다. 한 마디로 무지하고 옹졸한 언론매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적어도 언론기관이라면, 그것도 한국 최고의 공영방송이라면 최소한 반의법과 역설법 정도의 묘미는 알고 있어야 할 것인데, 누가 공영방송 아니랄까 봐 그만 덥썩 싸이의 젠틀맨을 우리나라 국어사전 1번, 그렇게들 좋아하는 1번의 정의로 물어버렸으니 그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서는 그 깊은 맛의 반어법과 역설법의 묘미를 놓쳐버렸다. 어찌 이런 수준으로 소월 김정식의 진달래꽃“의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와 유치환의 “깃발”의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겠는가 말이다.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는 저 다짐이 구곡간장을 끊은 애절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음을, 소리 없는 아우성을 통해 깃발이 얼마나 많은 함성을 질러대고 있음을 차마 알지 못하는 케이비에스야말로 시인인 필자의 뇌리를 따앙 치고 지나가는 꽹과리가 되어 버렸으니, 소음 중의 최대소음이 아니겠는가 싶을 뿐인 것이다.


싸이는 젠틀맨 가사를 통해, 춤사위를 통해 고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신사의 내면에는 이러한 추악함이 자리 잡고 있다.”는 철저한 자기 성찰이다. 반어법은 “강한 부정을 통해 더 큰 긍정”을 나타내는 표현기법이다. 예를 들어 “주차금지 팻말을 걷어차는 싸이의 발길질”이 대표적 반어법이다. 주차금지 팻말을 걷어차는 싸이의 발길질만 놓고 보면 케이비에스가 싸이의 젠틀맨에 대한 지상파 방송심사 타당성 결과 “공공시설 훼손 장면”을 들어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어쩌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젠틀맨이라는 노래 전체에서 오는 이미지는 “그렇게 공공시설물을 걷어차서는 신사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니 네가 진정한 신사라면 그렇게 주차금지 팻말을 걷어차서는 안 된다.”라는 사회적 교훈을 담고 있다. 역설법 또한 어떠한가? 역설법은 표현상의 모순을 통해 오히려 특정사실을 강조하는 표현기법이다. 싸이의 동영상 중 “엘리베이터 안의 상황”이 그러하다. 화장실이 급한 유제석의 다급함을 도와주겠다며 대신해서 엘리베이터 모든 층의 누름쇠를 눌러주는 친절한 신사(?)의 행동이야말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똥싸기”의 대표적 괴롭힘인 것이다. 바로 친절이 역설적으로 괴롭힘이 되어버리는 신사의 악행을, 네가 진정한 신사라면 하지 말라는 역설법의 극치인 것이다. 이처럼 싸이는 신곡 젠틀맨을 통해 신사의 허위를, 이 사회의 허위를 벗기고 싶어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점잖은 척, 교양 있는 척, 예의바른 척 하지만 실재 내면으로 들어가면 여자들의 몸을 훔쳐보고 싶어 하고, 만져보고 싶어 하고, 약한 자를 괴롭히고 싶어 하고, 자기의 즐거움을 위해 남을 고통스럽게 하는 추접스러운 속물 수컷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가짜 신사를 통렬하게 야유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수많은 쇼핑백을 들고 자신의 부를 허세부리는 속 빈 아저씨,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있는 놀이터에서 축구공을 멀리 차버리는 벌쭉한 아저씨, 런닝 머신의 속도를 급가속시켜 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여성을 런닝 머신에서 떨어뜨리는 장난꾸러기 아저씨, 국수면발과 떡가래를 끝없이 빨아들이는 탐욕스러운 입 큰 아저씨, 여성을 의자에 앉으라며 앞으로는 친절을 보이지만 뒤로는 의자를 빼버려 엉덩방아를 찧게 만드는 심술궂은 아저씨, 넘어진 여자를 일으켜 주는 척 하다가 더 멀리 잡아당겨 또 넘어뜨리는 잔인한 아저씨, 여자의 몸을 만지며 전봇대를 붙들고 온 몸을 비벼대는 탐심의 아저씨 등등 사람들이 안 보는 곳에서 남자들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만행을 웃으면서 시연해 보이는 싸이 아저씨는 참으로 나쁜 놈이다. 더군다나 그런 나쁜 행위를 얼굴 가득 천사처럼 미소를 짓거나 폭소를 터뜨리며, 박수치며 한다는 사실이 더 잔혹하다. 앞으로 그렇게 웃음 띤 얼굴로 가장 친절하고 예의 바른 척 하면서, 뒤로는 온갖 추접스러운 짓을 일삼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싸이는 젠틀맨에서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현대판 가짜 신사들에게 철저하게 중심을 잡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시건방춤”이다. 일명 시건방춤은 브라운아이드걸스가 2009년 발표한 “아브라카다브라”를 편무한 춤으로, 안무가 “야마앤핫칙스”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산 춤이다. 이를 두고 창조경제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칭찬을 했는데, 그 칭찬은 아주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잘 한 한 마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시건방춤은 이름이야 시건방진 것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춤꾼들이 좌우 골반을 균형 있게 흔들며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점”을 잡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춤 제목 역시 철저한 반어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없이 좌우로 골반을 흔들지만, 마치 시계추나 종의 추처럼 한 사람이 추어도 중심을 잡고, 여러 사람이 군무를 추어도 역시 전체가 좌우 균형을 잡고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는다. 시건방춤이라는 시건방진 춤을 통해 가짜 신사들에게 제발 중심 좀 잡고 살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춤을 대한민국 대표방송인 케이비에스가 “주차금지 팻말을 걷어찼다.”는 드러나 보이는 현상 이유로 “지상파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싸이의 젠틀맨이 나타내고자 하는 가짜 신사의 허울에 대한 통렬한 야유, 다시 말해 반어법과 역설법의 묘미를 모르니, 김소월과 유치환의 시적 표현을 어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수준의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버티고 있는 케이에스가 어찌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을 제대로 선도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냥 암담할 뿐이다.


박분필 시인의 최신 시집 “산고양이를 보다”에 수록된 시 “꼬리”를 보자. “도마뱀 한 마리가 꼬리 자르고 도망간다// 잘라진 꼬리가/ 꿈틀꿈틀 있는 힘을 다해 경고한다// 경고 1/ 몸통은 꼬리도 제 몸이란 걸 알아야 할 것// 경고 2/ 몸통이 가야 할 옳은 방향을 꼬리가 파악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몸에서 잘리고도 한참을 팔딱거려 적을 유인해 주었던 역사까지// 경고 3/ 너희 몸통은 우리 꼬리를/ 항상 무대 뒤에다 두었음을 반성하라!” (전문, 지혜사랑 2013 출간). 꼬리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할 때이다. 21세기 시대상황, 싸이의 젠틀맨 노랫말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싸이가 자신의 얼굴을 복사기에 들이밀고 복사해내는 “진실과 가짜”의 혼재세상을 우리는 구별해 내어야 한다.


안철수 교수, 김무성 전 의원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들의 국회 등원이 대한민국 정치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 대선 때 소위 국정원녀댓글사건의 수사결과를 놓고 당시 수사책임자이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의 양심고백으로 뒤숭숭한 상황에 빠져 있다. 야당에서는 국정원녀댓글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주도한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대변인이 발끈하여 강하게 비난성명을 발표하였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 갔다. 검찰이 얼마만한 수사의지를 가지고 수사할지 아마 싸이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짜 신사와 진짜 신사를 구별해야 하듯,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개입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검찰의 진짜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을 괴롭히며 박수치고 웃는 싸이가 진짜 젠틀맨인지, 아니면 시건방춤을 추며 좌우균형을 잡는 싸이가 진짜 신사인지, 박분필 시인의 “꼬리”가 하는 경고에 귀 기울이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물론 싸이의 젠틀맨에 낚인 케이비에스의 반어법과 역설법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 진실을 보도하는 뉴스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자, 우리 모두 싸이의 시건방춤을 추며 균형잡고 삽시다. 아, 또 내 귀에는 조용필의 바운스가 들려오고, 내 심장은 다시 바운스, 바운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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