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세계는 지금 전쟁 중, 바보들의 합창, 개콘 보며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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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세계는 지금 전쟁 중, 바보들의 합창, 개콘 보며 웃자!
  • 법률저널
  • 승인 2013.04.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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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세계는 지금 전쟁 중이다. 아무래도 전쟁 중인 게 분명하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서로를 죽이고 죽어 나가겠는가? 곳곳이 지뢰밭이고, 곳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있다. 새우싸움에 고래 등터진다는 옛말과 달리 고래 싸움에 새우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어찌 보면 거의 깡패 수준의 전쟁애호가들이 넘쳐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마가렛 대처 전 영국수상이 87세의 나이로 영면하였다. 미국의 레이건대통령과 함께 세계를 신자유주의시대로 몰고 가며 “철의 여왕”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 여자가 죽었다. 불법파업천국이었던 영국의 고질병을 치유한 능력 있는 정치가였다는 긍정적 평가에서부터 영국과 유럽을 분열과 대립의 전쟁터로 만들고 말았다는 부정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녀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정치적 평가는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죽음과 국장에 준하는 장례식을 치룰 비용을 놓고 한쪽에서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과 왜 그녀의 장례식에 국민의 혈세를 써야 하느냐며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새삼, “죽으면 다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죽으면 그만인 세상에, 왜 인간들은 이렇게들 아옹다옹 싸우는 것일까? 아마도 그 해답은 “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당께.”가 아닐까? 아니면 “니도 모리나? 나도 모른다카이.”가 아닐까? 알면 해답을 찾을 것인데, 모르니까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로 어리석은 인간들의 현주소일 뿐이다. 세계를 무한경쟁의 시대로, 젊은이들을 세계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몰가치의 세계로 몰고 갔던 신자유주의자 대처 전 총리는 죽었다. 그와 손뼉을 마주쳤던 레이건 미국대통령도 오래 전에 죽었다. 그냥 시간이 흘러 간 다음 그들은 죽었다. 살아생전, 최고의 권좌에 있으면서 수많은 박수갈채를 받던 이들이 그냥 세월 앞에서 늙었고, 병들었고, 그리고 죽었다. 그리고 수많은 갈등구조를 만들었고, 그 갈등구조 속에서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낑낑거리며 머리를 싸대고 고통을 받고 있다. 결국 고통 받는 이들도 시간이 흐르면 죽을 것이니 마찬가지인 셈인가?


남북 간의 긴장관계가 최고조로 끓어오르고 있다. 남북 간의 긴장 고조 속에 한 달 전에 비해 환율은 달러당 100원 이상이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는 4% 이상 추락하였다. 이렇게 해서 줄어들거나 과다지출된 국민들 재산은 적게는 50조 원에서 많게는 80조 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가나 군인들이 서로 “까불면 죽여 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사이에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저렇게 거덜이 나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니, 당연히 국민의 재산이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는가? 남쪽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이나,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북한 지휘소를 집중타격하겠다는 남한이나, 그냥 속된 말로 해서 “네가 까불면 죽여 버리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죽이겠다는 말을 저리 공공연히 해도 되는 것인가, 참으로 무섭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러기에 감정을 건들면 그 후로 이성은 맥을 추지 못한다.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이성이 작동할 때는 겨우 1% 정도의 영역에서이고, 대부분은 감성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이렇게 감성이 상처를 입어 감정이 상하게 되면 그 뒤부터는 물불 가리지 않는 맹목적 분노와 복수가 판을 칠뿐이다. 층간의 사소한 소음시비가 살인으로 극대화되는 현상을 우리는 종종 보지 않은가? 북한의 지금 상태는 거의 “깡패의 마지막 자존심 지키기 상태”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깡패에게도 자존심이 있는가? 있다. 분명히 깡패에게도 낮은 수준일망정 자존심이 있다. 지저분하게 살기 때문에 자존심의 강도가 낮을지 모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깡패는 마지막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웃통을 벗어재끼고, 온몸에 새겨진 문신과 흉터자국을 내보이며 무한난폭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깡패는 최대한 달래야 되고, 그래도 흉포하게 나오면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깡패의 경우에는 국가권력이라는 제압수단이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그런 제압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치가들이나 군인들은 “깡패 때려잡듯이 북한을 때려잡으면 된다.”고 착각하고 있다. 깡패야 당연히 대한민국 국법이 있으니 국법을 통해 제압할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그럴 제압수단이 없으므로 때려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때려잡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착각일 뿐이니, 이런 착각상태에서 큰소리를 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수단이 있었다면 지난 60년 세월 동안 왜 그렇게 하지 못했겠는가? 결국 그럴 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게 진실이고 현실이고 한계이다. 물론 너 죽고 나 죽자고 하면 안 될 것도 없지만, 왜 나 죽는 일을 해야 하는가, 그냥 참고 살아야지. 안 그런가?


개성공단마저 가동이 중단되었다. 우리야 북한이 전쟁을 유발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고 그들을 비난하지만, 북한쪽에서는 자기들처럼 힘없고 약한 나라를 왜 힘센 미국과 한국이 괴롭히고 자존을 무너뜨리려고 야단이냐, 우리는 겁나서 못 살겠으니 제발 그러지 말라는 것이 솔직한 그들의 속내일 것이다. 남한 경제력의 4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북한이 남한 인구의 반이나 되는 북한주민을 먹여 살려야 하니, 쉽게 말해 북한은 우리 남한보다 1인당으로 따지면 2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가난하니 여력이 있겠는가? 우리 주변에서도 경제력이 20배 차이 나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부유와 빈곤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가? 비정규직이 그렇고, 실업자가 되어 대학학자금 빚만 지고 사회로 나가는 젊은이들이 그렇고, 한 달 백만 원 수입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고달픈 삶이 그렇지 않은가?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그래서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들, 달러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이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50조 원 상당의 어마어마한 손실을 어림잡아 보게 된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어느 누구 한 사람 그 돈이 나가고 있는 실체를 깊이 느끼지 못한다. 물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 보유자들이야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겠지만, 호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그 심각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저렇게 주가나 환율이 떨어지거나 올라서 국민들이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되는 어마어마한 돈 중 아주 적은 액수만이라도 남북 간의 긴장완화에 쓰인다면, 쓰일 수 있다면 남북 간의 이런 갈등 긴장 구조는 급격하게 해소될 것이다. 유길재 통일부장관은 아직은 남북 간의 대화를 재개할 수준이 아니라고 발표하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하지 않으면 남북 간의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부창부수를 지켜보자면 마치 “바보들의 합창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아, 절망스럽다. 대화를 왜 하는가? 싸움이 벌어질 판국이니 싸움을 말자고 하는 것 아닌가? 싸움이 벌어지려고 하니까, 싸움하지 말자면서 해야 하는 것이 대화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는 마치 “비오는 날 천장에서 빗물 떨어지는 현상”하고 똑 같다. 게으른 선비가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자, 비 그치면 고치겠다고 작정한 뒤 막상 비가 그치고 빗물이 새지 않으면 이제는 빗물이 새지 않으니 천장 고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수리를 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하고 똑 같은 현상이 아닌가 말이다. 전쟁촉발의 위험이 있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물밑작업을 해야지, 깡패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들거나 어깃장을 놓으면서, “너 까불면 죽어!” 하면서 제 할 바를 다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너무 무책임한 바보 아닌가? 깡패가 그래도 자기에게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면서 주먹 휘두르면 열나게 얻어터진 후 경찰이 와서 잡아간들, 부러진 아구통의 고통을 어찌 할 것인가 말이다.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사이에, 남한 내부에서의 긴장도 너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에 내세웠던 “안정이미지”가 곳곳에서 반대로 분노폭발로 반전되고 있다. 마치 잠자던 휴화산이 활화산으로 변하듯 용암 분출 직전 상태로 화기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게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야 아니겠지만, 그 첫 단추는 “초대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실패”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정말 깊이 명심해야 한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하거나, 타화타찬을 들었던 박 대통령이 “어떻게 그렇게 준비 안 된 함량 미달의 장관이나 고위직 인사”들을 많이 인선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잘못된 인선이라면 진솔하게 사과하고 새로운 인물을 선임해야 할 것인데, 마지막까지 능력과 자질이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진숙 후보자 같은 이마저도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임명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국민들의 화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냥 국민들이 짜증나버린 것이다. 거기에 용산참사로 상징되는 단군 이래 최대개발이라던 용산개발이 무너져 내리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공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며 공적 책무의 수행을 포기하고, 야당인 민주당의 대안부재의 집안싸움, 편의점체인계약을 둘러싼 대형프렌차이즈본사들의 횡포가 극심하고, 대기업들의 내부일감몰아주기가 도를 넘고,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장악이 골목시장의 숨통을 조이는 “대립과 갈등구조”가 증폭되고 있다.


에휴, 참고 살자, 세월 가면 다 죽는데. 며칠 전 만난 배임호 숭실대 사회대학원장이 했던 “행복 별 거 아니에요, 웃는 것이 행복이죠!”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이번 주말에는 개콘을 봐야겠다. 독자님들도 개콘 보세요. 그리고 찰리 채플린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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