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매파들은 자제하라, 비둘기파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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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매파들은 자제하라, 비둘기파가 나서라!
  • 법률저널
  • 승인 2013.04.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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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비둘기파는 다 어디 갔는가? 매파들이 득실거리는 한국정부의 안보라인은 지금 활화산처럼 들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기에 한 술 더 떠 지난 1일 “만약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도발이 발생한다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마지막 말을 하고 말았다. 일응 듣기에는 참 좋은 말이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하여 도발하여 오면 가차 없이 공격을 감행하여 초전에 박살내겠다는 생각은 어쩌면 옳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대통령의 마지막 한 마디가 북한을 자제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격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우려되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을 들끓게 하고, 위와 같은 극단적 정치수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북한의 잘못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 말이 듣기에는 좋은 말인 것 같지만, 실제상황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위험천만한 말인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서울 하늘에 북한의 미사일과 장사정포가 떨어지고, 서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청와대나 63빌딩에 폭탄이 투하되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최대의 산업시설에 폭탄이 떨어지거나, 우리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와 유치원에 폭탄이 떨어지는 광경을 어찌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 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저 말이 실천되는 날 그러한 광경은 끔찍하게 현실로 전개될 것이고, 수많은 국민들이 죽거나 상처를 입는 아비규환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런 처절한 상황을 상상이나 하면서,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어이가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한국 군부는 베트남참전 이후 지난 40년 동안 전쟁다운 전쟁을 해본 적이 없고, 1979년도의 12ㆍ12사태를 통한 전두환 정권에 의한 정권찬탈에 성공했지만, 그 후 1987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고 지난 25년 동안 국가최고권력에 접근하지 못했다. 까닭에 어찌 보면 몸이 근질근질(?)할지도 모르겠다. 천암함사태나 연평도사태처럼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평온한 상태에서(말로만 서로 겁을 주면서) 6ㆍ25전쟁 후 60여년의 세월이 흘러 왔고, 특히 군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지 못한지 25년이나 경과되었으니, 군으로서는 무언가 재미있는(?) 상황이 한 번쯤은 전개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동네 개구쟁이 같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바도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참으로 위험한 말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에서 메아리 없는 소리일망정 남북이 모두 자제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러야 한다고 본다. 남북 간의 전쟁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잠깐 째려보았다.”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폭력을 행사하였다거나 살인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자주 보도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전혀 아무런 은원관계가 없던 사람이 단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기분 나빴다.”라는 저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은, 이성적인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 발생하고 있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싸움도 마찬가지이다.


종종 주례를 서는데, 주례사 가운데 강조하는 말 한 마디가 “결혼 후 가정생활을 하면서 한 쪽이 언성을 높이면 절대 이를 맞받아 언성을 높이지 말라.”라는 것이다. 잘잘못을 떠나 한 쪽이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고 있을 때 이쪽도 덩달아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면 결과는 회복될 수 없는 부부싸움이 되고 마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말로 상처를 주지만, 나중에는 부부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몇 번 이러한 일이 쌓이다 보면 결국 이혼으로 악화되어 가는 경우를 변호사로서 수많은 이혼사건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한 30년이 넘는 내 결혼생활 속에서도 종종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깡패가 저 혼자 화가 나서 어디 분풀이할 데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면서 시빗거리를 찾고 있는데, 이미 싸울 작정을 하고 있는 놈을 향해 이쪽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상대방은 그 옳은 소리에 더 화가 나서 엉뚱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지금 남북 간의 대치형국을 보면 마치 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내 제자 나이밖에 되지 않은 새파란 애송이 김정은이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북한의 최고지휘자가 되었으니, 그가 사실 정치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 그리고 젊은 혈기에 얼마나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20대 후반의 김정은이 펼치는 “공갈외교”에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가 너무 예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4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국가경제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먼저 선제공격을 가해올 것이라는 두려운 생각부터 우리는 극복해야 한다. 북한이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중국정부나 러시아정부도 전쟁을 극구 부정하고 있는 판국에 무기 몇 방 가지고 있다고, 가난한 북한 정권이 상대적으로 거대한 공룡 같은 남한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며 남쪽의 위험수위를 고조시키는 군부의 매파들은 자제해야 한다. 비둘기파가 전면에 나서서 매파들의 이러한 선동적 군사활동을 자제시켜야 한다.


지금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북미 간의 국교정상화, 북일 간의 국교정상화 이다. 그리하여 그들 강대국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평화체제를 보장받고, 특히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받았던 일제시대의 피해보상금을 받아 그 돈으로 북한경제를 회복하는 종자돈으로 쓰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의도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전한 “북한 김정은은 오마바 미국대통령과 통화하고 싶어 한다.”라는 한 마디 말속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겉으로야 강경한 척 하지만 북한의 실상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집단은 김정은을 축으로 한 북한지도층이다. 그들은 마치 당랑거철의 사마귀처럼, 자신들의 발톱을 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엄청 쫄아 있는 것이다. 겁먹고 있는 것이다. 당랑거철,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을 가는데 백성들이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것과 달리 사마귀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에서 도끼 같은 두 다리를 들고 임금의 수레를 향해 공격 자세를 취한 모습을 빗댄 말이다. 신하가 사마귀라는 놈이 앞으로만 나갈 줄 알뿐 뒤로 물러설 줄 모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자, 장공이 스스로 수레를 돌려 피해 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장공은 수레로 그 사마귀를 밀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분수를 모르는 사마귀를 어여삐 여겨 그냥 한 생명 살려주자 생각하고 피해갔을 것이다. 물론 장공의 마음 속 한 편에는 “참 재미있는 벌레로다! 사람 같으면 천하의 용사겠구나!” 하는 감탄도 있었을 것이다. 당랑거철, 그것이 지금 북한의 모습이고, 남북 간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 주고 있는 개성공단이 바로 사마귀의 용맹성에 해당된다고 할 수도 있다.


속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세계적 약소국인지, 자국 내 주민들의 생계와 의료조차 자체 해결하지 못하는 극한적 경제위기 속에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지금 당랑거철의 모습으로 세계를 향해 허세를 부리고 있는데, 그 허세를 허세인 줄 파악하고 장공처럼 수레를 조금 피해 가면 될 것이고, 깡패가 “왜 째려봐?”하고 시비를 걸면 마음속으로 “어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고 중얼거리며 그냥 피해가면 될 것인데, 저 공갈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미국의 B-52기를 출동시켜 폭탄투하연습을 하지 않나, B-2라는 스텔스기를 출격시켜 이 역시 폭탄투하연습을 하지 않나. 또 F-22라는 최신형 폭격기를 대한민국상공에 출동시키지를 않나 하니, 대한민국 상공에서 평양까지 불과 1-2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저런 무시무시한 폭격기들의 실전연습에 북한이 놀라 자빠지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러니 또 다시 북한은 말로 미국을 향해 핵공격을 할 수도 있다느니,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느니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김관진 국방장관, 이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 연결되는 군부 매파들을 비둘기파들이 자제시켜야 한다. 이때 야당의 체계적이고 절도 있는 대응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가안보 앞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자체검열에 몰입하여 할 말을 제때 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아니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와중에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도입을 비롯하여 각종 무기도입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한다. 평화체제가 공고하다면 군비강화를 위한 무기도입에 많은 국가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이 금방이라도 발발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라면 군이 희망하고 있는 무기도입이 순조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과 조지 리틀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사일 방어 강화와 B-2, B-52 전략폭격기 출격 같은 조처들은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고, 북한에 대한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며, 한국이 독자적 행동에 나설 압력을 줄이려는 중요한 조처들”이라고 발표했다. 남북 간의 직접 충돌을 촉발할 수 있는 한국의 경솔한 행동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측면도 있지만, 남한정부 매파들에 의해 발발할지도 모를 전쟁 상황을 사전에 막겠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찌 이 말을 주의 깊게 새겨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현재의 긴장상태가 악화되어 서울에 폭탄이 투하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이다.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대화채널을 빨리 복원시켜야 한다. 서로 감정이 상해서 악화일변도로 가서, 깡패가 주먹질을 하는 상황을 유발할 것이 아니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깡패한테 두들겨 맞고 이빨 몇 대 나가면, 그 뒤에 그 깡패 잡아 형사처벌한다고 해서 부러진 내 이빨이 다시 나냐 말이다. 매파들은 자제되어야 한다. 비둘기파들이 나서서 남북긴장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대통령도 앵무새처럼 국가안보, 국가안보를 되뇌일 것이 아니라, 평화체제가 최고의 국가안보임을 상기하고, 남북대화채널가동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 전쟁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북한주민이나 남한주민이 너무 평화롭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국민의 생각과 행동이 유리되어 있는 이 기묘한 부조화, 불안과 평화의 공존은 또 무엇인가? 필자는 혼자 생각 중이다. 독자들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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