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세월 앞에 장사 없다, 졸시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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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세월 앞에 장사 없다, 졸시 “절정”
  • 법률저널
  • 승인 2013.03.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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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해 반 전에 죽더니,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5일 암투병 끝에 죽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2006년말 이라크전쟁 패배로 미군병사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은 후 사형되더니,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 역시 내전 뒤끝 2011년에 죽었다. 건강이 나빠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장은 52년 동안 행사해 오던 최고권력자로서의 모든 권력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물려주고 은퇴하여 80대 후반의 노년을 보내고 있다. 살아생전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던 이들이라 하더라도 모두 세월 흐름 속에서 자연사하거나, 권력을 향유한 반대급부의 결과인지 사형이나 총살 등 불행한 최후를 마쳤다. 어찌 보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나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병으로 조금 고생했지만 편안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천수를 누렸기에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다른 권력자들에 비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인이라면 아마 60대쯤 되면 스스로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지 않을까 싶다. 졸시 “절정”은 전문이 “오십 대/ 맞을 만큼 맞았다// 달빛으로 피는 꽃/ 아직은 지지 않은 꽃”으로, 아주 짧다. 오십쯤 살아본 인생이라면 세상의 단맛쓴맛을 다 보았을 것이기에 삶에 대한 통찰력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고, 아직은 늙지 않았다고 자기변명이 가능한 나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썼던 작품이다. 세상만사를 모두 경험했기에 옅은 달빛만으로도 반응할 수 있는 연령대, 오십대야말로 인생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하는 자각의 시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60대로 접어들면 절정에서 조금은 꺾어지게 되고, 아무리 인간수명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생각에 잠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선인들이 환갑잔치를 열었던 인생의 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기야 요즘 60대는 젊음이 팽팽하여 계속 청춘으로 살기를 고집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60대는 평균적으로 은퇴자의 삶이고, 연금을 받아 사는 삶이고, 홍시처럼 툭 하고 언제 터질지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삶인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앞서 언급된 권력자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치닫는다. 서구적 시각에서 독재자일 수밖에 없는 그들이지만, 자국 내에서는 최고의 통치자로서 그들 앞에서 눈물 흘리는 국민을 수없이 가졌던 행복한 권력자들이었고, 그들이 공통으로 내세운 기치는 패권주의적 국제역학에 반대해 온 반미주의자, 즉 자신들이 통치하는 국가의 강성화를 도모한 자립갱생의 의지적 지도자였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자국 내에서 인권을 탄압하고 특권층을 양산해낸 정치적 과오도 크지만 말이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06년 9월 20일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 총회 단상에서 노엄촘스키의 저서 “패권인가 생존인가: 세계지배를 향한 미국의 탐색(Hegemony or Survival: America's Quest for Global Dominance)”를 치켜들고 “미국인들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슈퍼맨이나 배트맨 영화에 빠져있지 말고 이 책을 읽으라.”는 연설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전날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부시 대통령을 비꼬며 “어제 이 자리에 바로 ‘악마’가 왔었다. 그에게서 유황냄새가 난다.”고 석유이권에 매몰되어 있는 미국대통령을 악마로 지칭하며 통렬한 야유를 보냄으로써 유엔총회장에서 폭소와 함께 박수를 받았던 사건을 일으켜 일약 국제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반전 언어학자이자 사상가인 노엄 촘스키는 2003년에 출간한 위 책을 통해 정의와 자유를 프로파갠다로 내세운 미국의 역대 행정부가 실제로는 자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민주주의, 중동 평화정책, 자유무역, 인권정책 등을 유린해 왔는지,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오로지 제국주의적 이익달성을 위해 암살, 음모, 납치, 회유 등 수많은 부정행위를 저질러온 추악한 미국의 이중적 외교행태를 폭로하였다.


한편 차베스 대통령은 자국의 풍부한 석유를 이용하여 미국에 대한 석유금수정책을 추진하여 미국과 대립하고, 풍부한 석유판매대금으로 가난한 국민들에 대한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복지정책을 실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석유판매자금을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직접분배정책과 농지개혁정책을 실시하여 수많은 국민들을 빈민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한 경제정책을 추진하였다. 국가가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에게 돈을 나누어 준 것이다. 이러한 부의 배분적 정의실현을 통해 국민의 생활수준을 전반적으로, 평균적으로 향상시킨 경제적 효과를 얻어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배분적 정책이 계속되다 보니 일부 기득권층에 대한 특혜가 사라지게 됨에 따라 그들의 반발이 극심해졌고, 이를 탄압하는 정책을 펴다 보니 서방자본주의국가의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차베스는 독재자일 수밖에 없어 비난을 받아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도 역시 갔다. 어찌 보면 반제국주의정책을 표방하며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마지막 반미노선 정치가의 역사적 퇴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대국민담화가 지난 4일 있었다. 정부조직법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의 공식견해를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국민담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지나치게 경직된 발표태도와 자신의 뜻대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지연된 것에 대한 분노를 너무 적나라하게 표출하여 버렸기 때문이다. 담화문 내용은 절제되어 있었지만, 발표하는 태도가 절제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말하는 톤이 평소와 달리 한 옥타브 높았고, 눈빛에 화가 표출되어 있었고, 개정법안에 대한 물러설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표출이 오히려 소통부재의 고집불통으로 인식되게끔 하였다. 많은 이들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태도에서 유신시대 때 긴급조치를 남발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이 연상되었거나,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회의 권한을 박탈해버리던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이 언뜻 크로즈 업 되는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모 신문보도에 의하면 박 대통령의 담화를 티비시청하던 새누리당의 어떤 의원조차 “아, 소름끼친다.”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그러한 섬뜻한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어찌 보면 그녀의 눈빛 하나로, 손짓 하나로, 말 한 마디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측근들의 충성스러움에 익숙해있던 그녀의 인내심이 야당의 정부조직법개정안에 대한 국회통과지연이라는 사건을 통해 겨우 1주일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폭로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담화문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을 뿐인 시점에 발표되었다. 물론 취임과 동시에 추진동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국가발전을 도모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라면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부인 국회에 대하여 정치력을 발휘하여 여야 국회의원들에 대하여 정부의 입장을 삼고초려하는 심정으로 계속 협상토록 하는 것이 타당하지, 이처럼 국회를 윽박지를 일은 아닌 것이다. 지금은 여당의 존재는 안개 속에 사라져버리고 없다. 박대통령 스스로 퇴로를 차단해 버린 현재 상황에서 황우여 대표나 이한구 원내대표로 상징되는 새누리당이 어떠한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할 것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절대 언론을 장악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느냐고 강변하지만, 진심을 알아달라는 사람의 표현방식은 대국민담화방식이어서는 안 되고, 또 그런 위압적인 태도로 강한 손짓 제스처를 써가면서 발표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측근들의 설왕설래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안보상황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이고,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방부장관 등을 임명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대선기간 내내 준비된 대통령이라 자칭했던 것에 비하면 내각인선이나 청와대 참모인선 등에 대한 준비가 너무 되어 있지 않음을 감지하게 된다. 대통령은 미시에 밝은 것보다 거시에 밝아야 한다. 미시는 9급 공무원이 밝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시시콜콜 작은 일에 매달려서는 아니 된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펼쳐 놓고 거대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거시적 정치철학을 현실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의 취임  2주 남짓 기간 동안 보이는 모습은 “거시정치”에 너무 취약한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야당은 이번 대선기간 내내 친정부적 성향을 보이는 거대언론의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보수신문, 케이비에스, 엠비시, 3개의 종편 등 수많은 친여적 언론매체의 집요한 편파보도 속에 대선과 총선에서 졌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대표적 상징이 김재철 엠비시문화방송사장에 대한 여전한 신임 사건이다. 분명히 대선기간 동안 엠비시장기파업사태와 관련하여 김재철 엠비시사장에 대한 해임 등의 구체적 이야기가 오고 갔던 것이 사실이고, 그렇다면 이제는 그의 해임 등의 구체적 처분이 내려졌어야 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건재한 그를 보며, 야당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심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장악 의도가 없다면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미래창조과학부의 권한을 축소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다수가 여당 인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의 분리를 요구하는 야당의 의견을 발목잡기로 보는 박대통령의 첫 생각 표출 후 꿈쩍도 하지 않은 여당의 태도에 야당은 불안한 것이다. 이러다가 야당은 고사당하고 말겠다는 절벽 끝 생각에 소름이 돋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면 이명박 정권 하의 장관들은 모두 일괄사표를 내야 한다. 그리고 차관들이 이를 대행하면 된다. 그런데 여전히 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참으로 이상하다.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무원, 그 중 60만 명이 넘는 행정공무원들이 거목처럼 받치고 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튼튼하다. 장관 몇 명 없다고 하여 국가가 흔들일 일도 없다. 국무위원 조각이 며칠 늦어진다고 너무 엄살 부릴 일도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 지금 무슨 위협요소가 있는가?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판단해 보라, 별로 없지 않은가? 민주주의적 절차, 거시담론에 충실하는 것이 국가안정에 더욱 중요한 일임을 기억하자. 북한의 핵위협이 거세지고 있지만, 한미상호방위협정에 입각한 한미공조체제를 돈독히 하고, 60만 대군의 철통같은 대비태세가 있다면 걱정할 것 무어 있겠는가? 우리 마음이 순화되고, 남북 간의 대결구도를 통한 안보불안상태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체제구축이 더 실효성 높은 정책임을 우리 모두 가슴으로 느꼈으면 한다.
아, 오늘도 세월은 흐르고 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 가면, 내일 가서 오늘을 되돌아보면 좀 웃기지 않겠는가? 그냥 싸우지 말고, 겁주지 말고 사이좋게 살자. 사이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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