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거대 공룡 자멸 시작의 서곡, 달팽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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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거대 공룡 자멸 시작의 서곡, 달팽이의 꿈
  • 법률저널
  • 승인 2013.02.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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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 / 변호사 / 시인

 

부동산가격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하락현상은 겨우 집 한 채 가지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총재산을 기하급수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평생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모든 서민들의 삶의 의지고 기쁨이던 시대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살아야 하는 세입자들의 고통과 슬픔은 더욱 더 크기 때문이다. 필자의 졸시 “달팽이의 꿈”의 첫 행은 이렇게 시작한다. “달팽이의 소원은 집이 없는 것”이라고. 태생적으로 평생 무거운 집을 지고 살아가도록 태어난 달팽이는 그 집이 없다면 얼마나 가볍게 자신의 일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위 시는 “지하1층 주차장 만원/지하 2층 주차장 만원/지하 3층 주차장에서 간신히//진짜 달팽이가 되었다/다 이루었다, 그 슬픔을”이라고 마무리되고 있다. 이 표현은 “달팽이 아닌 인간이 고달픈 하루 삶을 살고 퇴근길 달팽이관처럼 생긴 지하주차장을 빙빙 돌고 돌아 간신히 지하 3층쯤의 주차장에서 차 세울 공간을 찾아서 차를 세운 후 자신의 집으로 피곤하게 귀가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달팽이처럼 돌고 돌아 간신히 주차를 마친 후 집으로 귀가하여 달팽이처럼 움츠러들어가는 초라한 모습을 상징한다고 할 수도 있다.


진짜 달팽이는 자신의 집이 무거워 그 짐을 벗고 싶어 하지만, 집 없이 태어난 인간은 평생 일해 번 돈으로 간신히 아파트 한 채 장만하고서는, 다시 그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달팽이관처럼 생긴 지하통로를 돌고 돌아 지하 1층도 아닌 3층쯤에서 낑낑대며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자기 집에 도착하고서도 다시 헤매야 하는 인간의 고달픔을 생각하며 지은 시이다. 마지막 행 “진짜 달팽이가 되었다/다 이루었다, 그 슬픔을” 부분 역시 그렇게 평생 집 없는 설움 속에서 살던 슬픔을, 간신히 집 한 채 장만한 것으로 그 슬픔을 다 완성한 현대인의 고달픈 삶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마련한 집 한 채가 자꾸 가격하락을 하니, 제 살을 갉아 먹는 뼈 시린 통증을 도시의 달팽이들이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도시의 달팽이들이 절망감에 사로잡히고, 도시인들이 공포에 휩싸여가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하락은 부동산경기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쌍용건설과 같은 대형건설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연결되어 중소건설업체는 물론이고 대형건설업체들까지 심각한 부도위기를 겪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직 시 계획된 수많은 뉴타운계획은 박원순 서울시장 때에 와 살아남기 위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고, 경찰과 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용산화재참사로 상징되는 용산재개발계획은 시공회사의 자금난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문득 “공룡들의 자멸이 시작”된 것 같아 개미 같은 서민의 마음으로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공룡이 죽어나가면 서민은 더 빨리 죽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이명박 정권은 사흘 후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막 주례라디오연설을 통해 자신의 5년간의 업적을 자화자찬하였다.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었다는 자평 앞에서 할 말을 잊는다.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기본적 이론이기도 하지만 특히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에게 있어 최고의 기준은 “속도가 아닌 방향의 정확성”이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지론이다. 수업시간에 제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속도 아닌 방향의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다. 방향이 정확하지 않으면 속도의 빠름은 “완성”으로부터 더욱더 빨리 멀어지는 패망의 급행열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향만 맞으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을 완성할 수 있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치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한 모범국가”를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을 지켜보며, 저 속도전의 결과가 “부동산가격하락으로 상징되는 서민들의 경기침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슬프다. 이미 지난 번 본란을 통해 밝힌 바 있지만, 이명박 정권의 가장 부도덕한 경제정책은 “고환율 정책, 철저한 대기업 중심정책”이었음을 다시 한 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물경제에 부합하지 않은 고환율정책은 서민들의 피를 뽑아먹는 흡혈귀 정책이다. 5년 전 900원 대이던 환율을 글로벌경제위기라는 조금은 과장(?)된 호들갑 속에서 대기업을 살리겠다며 무리하게 편 고환율정책은 서민들을 서서히 고사시키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환율이라면 1,000원에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을 1,500원에 사야 했으니, 서민들은 앉은 자리에서 500원을 도둑맞은 줄도 모르고 손해 보는 상황을 몇 년 동안 지속하다 보니, 호주머니가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마치 지혈되지 않은 피가 계속해서 출혈된 결과 환자가 사망해버리는 현상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지불식간의 장기적 고갈은 결국 서민들이 적금을 중도해약하거나 보험계약을 중도해약해야 하는 사태, 더 나아가 빚을 내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부동산을 살 여력이 없어지고, 그러니 부동산경기가 끊기게 되고, 그러니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그러니 서민들의 유일한 재산인 집 한 채의 가격이 낮아지게 되어 더 가난하게 되고, 덩달아 새로운 건축물이 팔리지 않게 되어 건설회사까지도 망하게 되는, 이 고달픈 순환열차의 운행이 거듭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순환열차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는 서민들은 마냥 순환열차가 멈추어서는 날, 제대로 방향을 잡아 새롭게 나아가게 될 날만을 눈 멀뚱멀뚱 뜨고 지켜볼 뿐, 열차 안에서 발만 동동거릴 뿐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 것이며, 그러한 현상을 깨닫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방향을 바꿀 힘이 없고, 아예 운전대를 잡아볼 수도 없는 사회이니 어찌 하겠는가? 답답할 뿐이다.


자신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그 방향이 대다수의 국민인 서민에게 등을 돌린 채 “기업 프랜들리”라는 우스꽝스러운 합성어로 상징되는 대기업중심정책에 치중하다 보니, 배부른 자들이 더 배부르게 되고, 가난한 자가 더 가난하게 되는 빈부의 고착화현상을 만드는 혁혁한 전공(?)을 세워버린 것이다. 그 사이에 공무원들의 부패지수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아버린 것이다. 참으로 장한 것이다. 아니 “장”에서 점 하나 빼고 참으로 “징”한 것이다. 공룡처럼 거대해진 기업들은 어디 더 크게 먹을 것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되고, 이마트 등으로 상징되는 대형유통업체들은 서민들의 재래시장이나 소형 수퍼마켓을 말아먹어 버리고, 빵가게로 상징되는 골목상권을 장악해 버리고, 유통망장악을 통해 중소제조업을 지배하게 되니 서민들은 이래저래 죽어나가는 것이다(아, 그래도 제발 죽지 마, 죽지 마요).


최근 아파트의 중간소음문제로 이웃 간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층간 다툼이 늘어나고 있어, 이 또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층간 소음문제라며 치부하는 단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국민의 내재된 분노의 폭발현상”임을 직시하고, 국가 차원의 전면적 치료가 필요함을 알리는 경고음임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상실”함으로써 빚어진 미래불안감, 그러니 지금 내 것을 더 챙겨 두어야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함에서 오는 사회현상임을 깨닫고 그 대책을 세워야 할 때임을 정치권이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은 초등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학습하도록 강요하는 이해할 수 없는 무한경쟁의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양산하고, 단지 이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사회적 배려자”가 되어 특수학교에 입학이 허용되는, 그래서 “사회적 배려”라는 단어의 의미가 180도 전도되어 버린 부조리한 현상 앞에서, 진짜 사회적 배려자로 배려 받아야 할 서민들의 분노가 국가로부터 소외됨의 반복과 무관심 속에서 쌓이고 쌓여, 풀 길이 없게 되자, 극한분노현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사소한 소음 등조차 참고 용인하지 못하는 병목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향의 정확성을 집어내기 위해서는 공익에 대한 개념이 바로서야 한다. 그래서 최근 일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법부의 준엄한 단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오는 배우 유오성의 한 마디 “나는 한 놈만 조져!”라는 대사가 그래서 즐겁다. 한 놈만 조지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한 판결을 한 대법원이 이번에는 노회찬 전 국회의원이 소위 삼성엑스파일과 관련한 떡값검사명단을 인터넷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리고 그의 의원직을 박탈해 버렸다. 한 놈을 잘 조진다 싶었더니 확실하게 또 한 사람을 조져버린 것이다. 이 현상을 두고 “도둑 잡으라고 도둑명단”을 가져다 줬더니, 도둑은 풀어주고 명단을 가져다 준 사람을 처벌하였다는 비아냥거림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타인의 대화비밀침해를 금지시키고 있고,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거나 그렇게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이 국가범죄행위를 고발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할 것인지 답답하다. 공익이 무시된 대법원 판결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법관들은 기계가 아닌 이 사회적 양심의 거울이어야 한다. 지면상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잘못된 근본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행위의 계속을,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해 5천원도 되지 않는 시급에 목숨 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도록 대다수의 젊은이들을 내모는 대한민국사회병을 치유할 수 없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듀를 고한다. 이 대통령님, 아듀! 바이바이! 사흘 후 새롭게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의 치유를 부탁할 수밖에 없다. 일단 지켜보아야겠지만, 발표된 새로운 내각과 청와대 인사들을 보면, “아! 달팽이!”하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까닭일까?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에게 졸시 달팽이의 첫 부분과 끝 부분을 낭송해 드린다. “달팽이의 소원은 집이 없는 것//...//진짜 달팽이가 되었다/다 이루었다, 그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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