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역 프로 기사 첫 행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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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역 프로 기사 첫 행시 합격
  • 법률저널
  • 승인 2012.12.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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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을 지키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현역 프로기사가 처음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심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윤재웅(28.사진)씨. 윤씨는 지난 10일 발표된 올해 행정고시(5급 공채) 기술직(전기직렬)에서 최종합격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그는 프로 4단이다.


현역 프로기사로 첫 행시에 합격한 것에 대해 그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기사로 행시 합격을 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전혀 의식을 하지 않고 있었다”며 “여기저기서 많이 화제가 되어서 얼떨떨하다”며 소감을 말했다.


대전 출생으로 김원 6단 문하에서 바둑 공부를 시작한 윤씨는 다른 프로기사 지망생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때에 학교 공부를 뒤로 미루고 바둑공부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당시 바둑 특기생을 받아주는 서울의 충암중학교를 입학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게 되었다. 그는 바둑에 집중하다가 여려 해가 지난 후에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윤씨는 중학교 때 공부에 전념하느라 잠시 바둑을 접었지만 2000년 다시 돌을 잡고 아마추어 대회인 자스미배에서 우승하는 등 기량을 되찾았다. 그해 8월 열일곱의 나이로 입단 대회를 통해 정식 프로기사가 됐다.


그는 2000년 입단 이후 본선에서 활약하다 2007년 스물네살의 늦깎이 나이에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입학해 대학생활을 병행했다.


바둑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바둑특기생이 아닌,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는 경우 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듯이 그도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공계에 입학했다.


그가 프로기사로 대학생활하면서 행시를 도전하게 된 것은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잘 아우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행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바둑계 사람들만 만나다가 대학에 들어와서 보통의 대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바둑계 사람들과 그들과의 가치관 차이에 처음에는 혼란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험생활이 그리 녹녹치 않았다. 우선 인간관계의 단절이 힘이 들었다. 수험생활 동안은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만나기가 꺼려지고, 여러 모임이나 경조사에도 참여를 잘 하지 않아 고립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 


행시를 준비하는 동안 바둑도 거의 접었다. 친구들이 바둑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있는 반면 그는 기약 없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종류의 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극복했다.


윤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PSAT 공부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특히 휴학을 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2010년에는 한 해에 100여권의 책을 읽었을 정도로 책벌레였다. 많은 독서가 결국 PSAT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는 기출문제 분석을 하고 약간의 모의고사를 풀어보는 것으로 PSAT 공부는 충분했다.


2차 공부는 학교 고시반에서 스터디를 통해 공부했다. 고시반에서 공부를 하면 다른 사람들을 보며 자극도 되고 스터디를 구성하기도 쉽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2차 공부에서 전기기기 과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서브노트를 전혀 보지 않았다. 정리한 내용 자체보다는 정리를 직접 하면서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서브노트는 전문가가 아닌 수험생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내용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센이나 채프먼 등 전기기기 주요 책들의 번역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에 원서를 같이 보며 이상한 번역을 일일이 고쳐가며 공부했다. 그는 이들 책을 볼 때에는 꼭 원서를 같이 보길 권했다.  


답안작성과 관련 그는 문제의 점수와 분량을 꼭 맞출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기직렬의 경우 답을 구하는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30점짜리 문제의 답을 한쪽에 다 쓰더라도 논리의 일관성만 있다면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에게 조언해달라는 말에 그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 것을 권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는 앞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면 프로기사 활동은 병행하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은 바둑이었기 때문에 바둑과의 끈을 완전히 놓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기사 자격은 계속 유지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바둑에 관한 일도 하고 싶다는 것.


윤씨는 전공을 살려 지식경제부에서 에너지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전력난이 큰 이슈가 되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소신을 지키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입장이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잘 아우를 줄 아는 공직자가 되기를 바란다”며 그가 바라는 공직자 상을 나타냈다. 


끝으로 그는 “다른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먼저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2년여의 기간을 함께 고생한 여자 친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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