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최근 판례에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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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최근 판례에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下
  • 법률저널
  • 승인 2012.1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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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2.6.28.선고 2011도10670 판결 등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지난호 이어

 

3. 대법원 2010.5.13.선고 2009도13463 판결 【배임수재·배임증재】 

 가. 사 안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1은 2000.10.1. 고양시 일산서구 (이하 생략)에 있는 지식경제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인 ○○○기술연구원에 입사하여 2005.초경부터 2009.1.31.까지 ○○○기술연구원 첨단도로교통연구실에 근무하면서 도로교통량 조사장비 유지관리, 장비구매 공사발주, 계약, 공사 후 검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피고인 2는 AVC센서, Wim센서, RESIN 등 교통량 조사장비를 프랑스에서 수입하여 이를 ○○○기술연구원에 독점적으로 납품 및 공사를 하는 업체인 K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다.
 

1. 피고인 1
 

피고인은 ○○○기술연구원에서 도로교통량 조사장비 유지관리, 장비구매 및 공사발주, 계약, 공사 후 검수 등의 업무 전반을 담당함에 있어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여서는 아니됨에도 2005.6.1.경 위 피고인 2로부터 장비 납품 또는 장비 수리 발주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K 주식회사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번호 생략)에서 피고인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번호 생략)로 210만원을 송금받아 이를 취득한 것을 비롯하여 2008.12.9.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4회에 걸쳐 피고인 2로부터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합계 1억5,480만원을 받아 취득하였다.
 

2. 피고인 2
 

피고인은 위 피고인 1에게 위와 같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위와 같이 2007.6.28. 공소외 8(번호 생략)의 계좌를 통해 피고인 1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번호 생략)로 900만원을 공여한 것을 비롯하여 2008.12.9.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3 내지 순번 14와 같이 12회에 걸쳐 합계 1억1,770만원을 공여하였다.

 

(2) 이미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건의 범죄사실
 

피고인 2가 K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위 회사의 자금 4억원 가량을 빼돌려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된 바 있다. 그런데 위 횡령 금액 중의 일부를 위와 같이 배임증재에 공여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나. 판 단

(1) 형법 제357조에 규정된 배임수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08.12.24.선고 2008도9602 판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은 ○○○기술연구원에서 교통량 조사 장비의 납품 등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이고, 피고인 2가 2005.6.1.부터 2008.12.9.까지 사이에 피고인 1에게 14회에 걸쳐 합계 1억 5,480만원을 지급함에 있어 피고인들 사이에는 장비 납품 또는 장비 수리 발주계약과 관련하여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이 묵시적으로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상의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의 인정을 탓하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여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 이 때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그 규범적 요소도 고려에 넣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4. 3.22.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3)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가 K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2004.4.21.부터 2008.9.17.까지 사이에 업무상 보관하던 회사 자금 4억원 가량을 빼돌려 횡령한 다음, 그 중 일부를 원심 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3, 5, 6, 7, 13번 기재와 같이 피고인 1에게 송금하는 등으로 이 사건 범행의 일부를 저질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 2의 위 횡령의 범행과 이 사건 배임증재의 범행은 ① 서로 범의 및 ② 행위의 태양과 ③ 보호법익을 달리하는 별개의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위 횡령의 점에 대하여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판력이 이 사건 배임증재의 점에는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대법원 2010.2.25.선고 2009도14263 판결 【살인미수·사기·사기미수】
 

가. 사 안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7.10.2.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같은 달 10. 위 판결이 확정되고, 2008.12.4.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등으로 금고 4월 및 벌금 400,000원을 선고받아 2009.2.2. 위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대출알선업을 하다가 사업에 실패하여 신용불량자로 등재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지자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형사합의지원금, 면허정지위로금 등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다음 시골 노인들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보험사에 마치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여 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었다.
 

1. 살인미수
 

2008.3.4. 09:50경 충남 서천군 장항읍 창선리 ○○주택 가동 앞 도로에서, (차량번호 생략) 엑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신부락시장 방면에서 장항초등학교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피해자(여, 69세)를 발견하고 위 차량으로 피해자를 들이받아 피해자를 살해한 후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보험사에 허위신고를 하여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사들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고, 위 엑센트 차량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피해자를 들이받아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고 미수에 그쳤다.
 

2. 사기

가. 2007.5.14. 14:15경 충남 보령시 주산면 삼곡리 앞 도로에서, (차량번호 생략) 티코승용차를 운전하여 미산 방면에서 주산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공소외 2(여, 74세)를 발견하고 그녀를 고의로 들이받아 살해한 후 보험사에 마치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여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고 위 승용차의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위 공소외 2를 들이받아 그녀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다발성장기손상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계속해서 그 무렵 피해자 삼성화재해상보험(주)에 마치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여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2,700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2007.5.20.경부터 같은 해 9.19.경까지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28,810,150원을 교부받았다.


나. 2008.3.4. 09:50경 충남 서천군 장항읍 창선리 ○○주택 앞 도로에서, 제1항 기재와 같이 (차량번호 생략) 엑센트 차량을 운전하여 신부락시장 방면에서 장항초등학교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위 차량으로 공소외 1을 들이받아 공소외 1을 살해한 후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고, 위 차량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피해자를 들이받아 피해자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렵 위 삼성화재해상보험(주)에 마치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여 면허취소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330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2008.3.5.경부터 같은 해 5.15.경까지 3개의 보험사로부터 17,421,000원을 교부받았다.


다. 2008.9.5. 17:59경 충남 서천군 비인면 선도리에 있는 해안도로에서 (차량번호 생략) 싼타페 승용차를 운전하여 장포리 방면에서 선도삼거리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공소외 3(여, 66세)을 발견하고 위 차량으로 위 공소외 3을 고의로 들이받아 살해한 후 보험사에 마치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여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고 위 승용차의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위 공소외 3을 들이받아 그녀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다발성늑골골절 등으로 사망하게 하고, 계속해서 같은 달 9. 피해자 LIG화재해상보험(주)에 마치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여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2,000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3) 기재와 같이 2008.9.17.경부터 같은 해 9.23.경까지 3개의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07,352,170원을 교부받고, 2008.9.12.경 별지 범죄일람표(4) 기재와 같이 피해자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 및 현대해상화재보험(주)에 위와 같이 허위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였으나 위 보험사 담당직원이 보험사기로 의심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2)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의 범죄사실
 

피고인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혐의로 위 공소사실의 모두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7.10.2.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같은 달 10. 위 판결이 확정되고, 2008.12.4.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등으로 금고 4월 및 벌금 400,000원을 선고받아 2009.2.2.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판 단


(1) 원심 판결이 원용한 제1심 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의 채무상태 및 수입, 보험가입 경위, 이 사건 각 교통사고의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보험금을 편취할 의도로 고의로 위 각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피고인에 대한 각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에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3.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3) 살피건대, ① 위 각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행위 태양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인데 반하여,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으로서 서로 행위 태양이 전혀 다르고, ② 각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피해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나,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의 피해자는 피고인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들로서 역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위 각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와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전자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자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5. 검 토 

  
대법원은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 사이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94.3.22.선고 93도2080 판결) 이후에 위 최근의 사례들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기본적 사실동일설을 취하면서도 기본적 사실동일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규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학계의 학설 중에는 기본적 사실동일성의 판단에 구성요건의 공통성이나 죄질의 동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비판적이며(이재상, 형사소송법, 박영사, 2012, 437면 등),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을 ‘수정된 기본적 사실동일설’이라거나(이은모, 형사소송법, 박영사, 2012, 459면 등) ‘규범요소고려설’이라고 부르기도 하여(손동권, 형사소송법, 세창출판사, 2010, 432면) 기존의 기본적 사실동일설과 구별하고 있기도 한다.
   

어쨌든 판례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규범적 요소까지 고려하여야 된다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기본적 사실동일설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 사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모호성, 동일성 범위의 지나친 확대, 공소사실의 규범적 성격 무시 등의 문제점들이 보완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14세 피해자에 대한 강간혐의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해 이미 경범죄처벌법위반의 범죄사실(피고인이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 피해자를 따라가면서 손목을 잡고 욕설을 하며 진로를 방해하는 등 공포심과 혐오감을 주었다는 혐의)과 공소사실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강간범에게 면소판결을 하고 이를 대법원이 정당하다며 완전히 면죄부를 줌으로써(대법원 1984.10.10.선고 83도1790 판결) 일반 국민의 상식에는 도저히 부합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범하지는 않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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