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친고죄 폐지” 성폭력법 전면개정 촉구
상태바
인권위, “친고죄 폐지” 성폭력법 전면개정 촉구
  • 법률저널
  • 승인 2012.11.05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간 객체 ‘사람’ 변경, 유사성교행위 신설 등
성폭력범죄 피해 보호위해 입법조치 의견표명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하여 입법적 조치, 궁극적으로는 기본법인 형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회와 법무부에 입법조치를 요청했다고 1일 밝혔다.


친고죄 규정 폐지, 강간죄 보호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를 생명을 무릅쓸 정도의 저항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완화, 강간죄 친족 범위를 촌수와 상관없이 동거하는 친족으로 개정하는 등 성폭력관련에 관한 전방위 입법조치를 국회의장에게 의견표명을, 법무부장관에게는 권고했다.


주요 내용은 먼저 ▲「형법」, 「군형법」,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서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관련 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강력한 대응 여론에 힘입어 처벌 강화 및 다양한 정책이 도입되어 왔으나 이는 기본법인 형법이 아니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 등 특별법을 여러차례 제·개정하는 형식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며 “그러나 특례법은 모법인 형법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려워 성폭력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거나 처벌규정의 체계와 적용범위가 복잡해지는 등 기본적인 범죄인 성폭력범죄를 형법이 아닌 특별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여 야기된 법 체계의 이원화 문제가 논란이 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여러 차례의 특례법 제·개정 이후에도 성폭력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기소율이나 유죄선고율도 낮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형법은 성폭력법제의 기본법임에도 불구하고 1953년 제정 이후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은 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과 관련하여 쟁점이 된 핵심사항 대부분이 형법 규정과 관련돼 있다”며 “따라서 성폭력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형법을 중심으로 성폭력법제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비장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여전히 친고죄가 적용되고 있다. 즉 피해자의 고소여부를 기준으로 고소된 사건만 법적인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


이에 인권위는 “기소율에 영향을 미쳐 낮은 처벌률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에 있어 중대한 공백을 발생시키고 고소 취하 또는 고소 포기를 목적으로 가해자측이 피해자에게 과도한 합의종용이나 협박을 하고 합의를 위해 피해자의 가족이나 직장 등에까지 접촉을 시도해 2차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폭력이라는 중대 범죄를 개인간의 범죄로 인식케 하는 등의 문제가 있고 성폭력 피해자의 사생활보호는 형사절차상의 보호조치를 두텁게 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많은 나라가 친고죄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며 “형법의 친고죄 조항(제306조 및 제296조), 성폭력특례법상 친고죄 조항(제15조), 그리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강간죄 행위유형과 관련하여 「형법」에 유사성교행위에 관한 규정 신설과 강간죄의 보호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하고 강간죄 성립을 위해 요구되는 폭행·협박의 정도 요건을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서 ‘피해자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 등으로 완화할 것을 요청했다.


인권위는 “현행 형법은 유사성교행위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 성폭력특례법과 청소년성보호법은 유사성교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따라서 현행법상 유사성교행위의 경우 미성년자와 장애인에 대해서는 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비장애 성인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매우 낮은 추행죄로만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성폭력범죄의 보호법익이 성적자기결정권이라 할 때 남성성기의 여성성기에의 삽입 이외의 피해자 의사에 반한 성적행위로 인한 피해는 강간 피해와 다르지 않다”며 “외국의 입법례도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을 ‘신체 삽입’에 두어 유사성교행위를 강간죄로 포함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따라서 현행법과 같이 유사성교행위를 아동·청소년 등 특정 대상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형법에서 성폭력범죄의 행위유형으로 규정하여 성폭력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형법은 강제추행죄의 대상은 ‘사람’으로 한 반면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성인남성은 강간죄의 보호객체에서 제외되어 있고 남성이나 여성이 폭행·협박을 사용하여 남성을 간음한 경우는 법정형이 훨씬 낮은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뿐이다.


이에 인권위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성적자기결정권이라 한다면 성폭력은 성별이나 성적지향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에 관한 중대한 범죄로 취급해야 한다”며 “외국 입법례도 강간죄 보호객체를 성중립적으로 규정하는 추세이므로 강간죄 등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범죄의 보호객체를 성중립적인 ‘사람’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판례와 통설은 이때의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 되는 경우에 강간죄로 인정하고 있다(이른바 ‘최협의의 폭행·협박설’에 근거).


하지만 인권위는 “이러한 기준에 의하게 되면 피해자가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강간행위에 저항할 것을 요건으로 하게 되어 피해자에게 불리한 해석이 되고 피해자에게 강하게 저항하였음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시키게 된다”며 “‘저항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강간이 성립할 수 없고 자신을 지키려는 피해자는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하는 것이 도리’라는 왜곡된 통념도 반영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강간에 대하여 죽음을 무릅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두려움이나 공포, 당황으로 인하여 그 상황을 포기하는 경우 등 강간행위에 대응하는 피해자의 태도나 경험의 차이를 간과하고 일률적인 반항의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외국의 경우 우리처럼 최협의의 폭행·협박 정도를 요구하지 않고 그보다 완화된 협의의 폭행·협박 정도를 요구하거나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특히 “강간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협박을 사용하여 간음한 경우 성립하는 것이고 현행법상으로도 폭행·협박에 대한 다른 수식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최협의로 해석할 근거가 미흡하다”며 “그럼에도 이를 최협의로 엄격히 해석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을 축소하고 결과적으로 성폭력범죄를 불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따라서 강간죄의 성립요건에서 폭행·협박의 정도요건을 완화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로 하는 등 그동안 전문가들이 제시해온 방안을 검토하여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의 장애인 준강간죄 관련 규정에서 형법 규정을 직접 인용하는 문구를 삭제하고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친족성폭력 규정상 친족 범위에 동거하는 친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도 요청했다.


현행 성폭력특례법은 장애인 성폭력과 관련하여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상의 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제6조 제4항).


인권위는 “형법상 준강간죄는 심신상실에 준하는 ‘항거불능’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결국 장애인이면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임을 입증토록 요구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된다”며 “장애인의 경우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자신의 의사를 형성하거나 외부에의 표현이 어렵거나 그 실행이 곤란·불가능하거나 자신의 의사에 반한 성적접촉을 거절하는 방법을 모르고 가벼운 위력에 대항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 있어 이들에게 ‘항거불능의 상태’라는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의 특성과 구체적인 사회적 조건 등을 간과한 것”이라고 이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근본적으로는 형법상 강간죄에 대한 최협의 폭행·협박설을 개선해야 하고  형법 개정 이전에라도 성폭력특례법의 준강간죄 규정에서 형법상 준강간죄 규정을 직접 인용한 문구를 삭제하고 장애인 준강간죄 규정을 도입한 취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성폭력특례법은 친족에 의한 강간죄 등을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이때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다(제5조).


이에 인권위는 “실제로 현실에서 친족에 의한 성폭력범죄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고 동거하는 친족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나 그 가족의 피해경험은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에 의한 것과 동일하거나 ‘동거’한다는 점에서 동거하지 않는 친족에 의한 것보다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성폭력특례법 제5조를 동거하는 친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