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性매매자 신상 공개해야
상태바
[時論]性매매자 신상 공개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03.04.30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 경 환
서울대 법대학장

“내 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는 데 웬 잔소리냐.” 자본 절대의 논리다. “모든 돈은 공익의 옷을 입고 있다.” 극단의 반(反)자본적 정서다.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다. 헌법은 개인과 공동체 사이에 균형을 잡는 규범이다. 사익(私益)과 공익(公益) 사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균형점을 찍을 것인가.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전직 공무원이 전화방을 통해 접속한 13세 소녀의 성을 샀다.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다. 기소되어 벌금 500만원의 형을 받았다. 가정도 파탄 직전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같은 법에 근거하여 그의 신원을 일부 공개했다. 여기에는 논란도 있는 모양이다. 이미 처벌을 받았는데 또다시 ‘망신을 주는’ 제도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의 존엄을 해치는 악법이라는 주장이다.


구구한 법리 논쟁이 있다. 이런 신상공개 제도는 헌법이 금지하는 이중 처벌이라거나,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이 공개하는 것이 문제라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현재의 미온적인 공개제도보다 더욱 선명한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 모든 법리에 대해 나라의 최고법을 해석하는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려 줄 것이다.


다만 이 기회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한 번쯤 들여다보자. 성(性)과 돈, 그리고 장래 나라의 주인이 될 청소년의 윤리가 그것이다. “돈은 쓰는 순간 아름다워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는 단 두 글자(check enclosed·수표동봉)다”. 전자는 우리나라의, 후자는 미국의 어느 공익재단의 캠페인 구호다. 돈이 공공 이익에 걸맞게 사용될 때 더욱 가치를 발한다는 얘기다. 부패와 타락의 재원이 되는 돈의 흐름은 막아야 한다. 공직자 재산의 등록과 공개를 강제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그런데 돈으로 청소년의 성을 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적인 거래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명백한 미성년자 학대이자 착취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윤리요, 법리다.


공교롭게도 지난 3월 5일 미국연방대법원은 비슷한 신상공개 사건을 재판했다. 관습과 윤리가 다르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형사피고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나라이기에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알래스카주는 성폭행 전과자가 형기를 마친 후에도 신원을 당국에 등록하여 주기적으로 감시받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등록할 내용은 생년월일·이름·주소·사진·용모의 특징은 물론 범죄와 판결의 상세한 내용이 포함된다. 등록된 정보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다. 잠재적 피해자에게 경각심을 촉구하고 유사한 범죄의 예방에도 기여한다는 입법취지다. 미국의 최고법원은 합헌으로 선언하였다. 특히 신상공개는 형벌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어떤가. 개인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을 외치기 전에 한 번 되짚어볼 일은 없는가. 어린 여아에게 뽀뽀하고 사탕 값을 주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하는, 파렴치한의 권리를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줘야 하는가. 판결을 받쳐주는 상세한 법리는 헌법재판소가 정립해 줄 것이다. 다만 국민의 입장에서 주문할 것은 헌법 재판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가질 것인가 하는 가치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성을 유린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윤리를 흔드는 일이 아닌가. 재판관들의 올바른 선택을 믿는다.

※본 기고글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