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교육…말 말 말] 법학전문학원, 로스쿨에 독인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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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교육…말 말 말] 법학전문학원, 로스쿨에 독인가 약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12.02.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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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출범 만3년, 제1회 변호사시험도 종료됐고 제4기생 입학도 코앞에 두고 있다. 사법시험 정원이 500명으로 줄어들고 내년에는 300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법조인력양성 시스템의 급변속에서 로스쿨로서는 지난 3년을 되짚어보고 일신우일신을 꾀할 때다. 내·외적 비판과 조언도 적지 않다. 취재기자가 취재, 제보, 제안 등 소통을 통해 얻은 로스쿨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

○ 이론·실무교육의 엇박자
● 로스쿨과 사설교육기관
○ 법조계와의 협업 절실
○ 새로운 시스템, 인식의 전환


“이미 고시촌 콘텐츠가 로스쿨에도 일반화된 것 아닌가요?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직강은 못 듣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신림동 강의 동영상과 교재를 이용해 왔습니다”


“이번 변호사시험에서는 기존 사법시험 준비 방식과 신림동 고시촌 학원의 족집게 강의로 준비를 한 이들이 큰 곤욕을 치렀을 것입니다”


1월 3일부터 7일까지 치러진 제1회 변호사시험 직후, 로스쿨 1기 응시자들의 다소 엇갈리는 반응들이었다.


전자는 사교육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유용론에, 후자는 부정적, 냉소적인 견해로서 이번 변호사시험의 합목적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었다.


“프리 로스쿨에 참가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학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유익할까요? 선배님들, 조언 좀 해주세요”


현재 전국 대다수 로스쿨에서는 4기 입학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1~2개월 과정의 ‘법학예비과정’(Pre-LawSchool)을 진행 중이다.


특히 비법학사 출신자들의 수강 여부가 갈등이 크다. 이같은 질문에 1, 2, 3기 선배 로스쿨생간에도 조언이 분분하다. 

일단 “프리 로스쿨에서는 별로 배울 것이 없다. 차라리 신림동 고시촌에서 기본 3법 특강을 듣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프리 로스쿨 옹호론자들 역시 입학 전 인맥쌓기 등 부차적인 목적에 무게중심에 쏠리는 듯하다.

서울대학교가 관악구로 이전하면서 1980년께 인근 신림동에 고시생들이 집결하면서 형성된 고시촌 법학전문 사설학원.


지난 30여년을 넘게 기라성 같은 전문 강사들이 뜨고 졌고 기성 법조인들 중 이곳을 다녀가지 않은 이들이 드물 정도다.


강사들 중에는 법학박사, 변호사자격 소지 등 학문적, 실력적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는 법학교수로 입성하기도 했다. 기초실력부터 심화과정, 때론 족집게 강의로 사법시험 등 방대한 수험 법학과목에 대해 아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로스쿨 출범의 근본 이유는 다양한 전공의 인재를 선발해 교육을 통한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것. 고시낭인, 사교육 탈피라는 부차적 목적도 내포하고 있다.


양자는 양립할 수 없는 태생적 속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로스쿨은 고시촌을 금기시하고 사법시험의 폐지를 앞둔 고시촌 학원들은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의 틈새를 뚫고 있다.


“로스쿨에서 부족한 것은 이곳으로 오라”고 러브콜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에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선 상태다.


사설학원, 과연 로스쿨에 독(毒)일까? 있어서도 안 될, 퇴출되어야할 암적 존재일까? 아니면 ‘보완재’로서의 가치는?
“방학, 주말 등을 이용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헌·민·형법 기초과목을 수강해왔지만 로스쿨 취재 운운 등으로 신분을 드러내지 못하고 비밀스레 다녔습니다. 참, 아이러니컬하지요?”


“로스쿨 교수진과 교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데, 사설학원만 퇴출되어야 한다는 것이 로스쿨의 취지인지? 로스쿨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면 과연 누가 시간과 돈을 써 가며 고시촌을 기웃 거리겠습니까”


“로스쿨에서 경험하지 못한 폭넓은 이해력과 색다른 학설, 판례 등을 접할 수 있고 전체 법체계에 대한 흐름을 잡기에도 매우 유익하다는 소문이 이미 교내에 퍼져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법과대와 사법시험 시스템에서는 신림동 고시촌이 ‘대체재’였다면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하에서는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로스쿨의 근본 변화없이는 마냥 부정할 필요도,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법률저널이 매년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90%이상이 최소 한 과목 이상은 학원강의를 수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사교육의 지원 없이는 합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법시험 준비 5년차 송우진(가명, 29)씨. 그는 법학사 출신에 두 번의 2차시험 경험도 있다. 


송씨는 “종합반을 수강하면 비용도 만만찮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강하지 않을 수 없고 자칫하면 수험기간만 늘릴 뿐,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다”면서도 “자유경쟁 체제하에서 강사선택은 수험생들에 달렸고 그에 따른 강의 질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 바람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로 하는 이들도 있듯이 무조건 금기시하기는 무리이고 다른 측면에서는 경쟁을 통해 제도권 교육을 향상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과연 대학 법학교육만으로 현 사법시험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교육 ‘붐’의 주역은 시험 출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법대 교수들이다”고 지적했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의 로스쿨 역시 출범 직후부터 사교육과의 관계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로스쿨 입학생 중 절반이상이 비법학사라는 점과 3년이라는 교육과정만으로 양질의 법조인 양성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점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절대 다수 로스쿨과 정부관계부서 등 모두가 사설학원의 ‘붐’을 경계하며 로스쿨의 위상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교육의 자율과 선택의 폭 확장 및 학생들의 재량사항이라며 힘겨루기도 한창이다. 로스쿨생 간에도 ‘고시촌 경계론’과 ‘지양론’이 팽팽하다.


학구열과 변호사시험 고득점을 위해 실력을 보완하고자 하는 일부 로스쿨과 학생들의 구미를 마냥 방치할 수 있을지, 또 과연 로스쿨의 교육이 사설학원의 콘텐츠보다 확연한 우월성을 담보할지, 변호사시험 성적을 떠나 본질적인 법률지식 향상에 학원이 독이 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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