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률 90% 넘는다면 혈세 낭비할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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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률 90% 넘는다면 혈세 낭비할 필요 있나
  • 법률저널
  • 승인 2011.11.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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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졸업예정자 대상으로 내년 1월 3일부터 치러지는 제1회 변호사시험에 약 169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인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첫 변호사시험의 응시자는 160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 2000명 대비 75%에 해당하는 1500명을 합격시킨다는 기본 방침에 따르면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90%를 훨씬 웃돌게 된다. 아마 대한민국 시험이라는 시험에서 평균 합격률이 90%를 웃도는 시험은 변호사시험이 유일하게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법무부는 로스쿨의 학사관리가 엄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로스쿨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여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졸업생의 경우 변호사 자격을 무난히 취득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하고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을 75%로 기본 방침을 정했다. 이는 시험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학교교육의 충실화 및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로스쿨별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과 전문성을 가진 신법조인을 배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꿈보다 해몽'에 가까워 보이지만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로스쿨에서의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수준과 교과과정의 정립이 중요한 전제이다.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선결적인 최대 요인은 로스쿨 교육의 질적 향상인 셈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 (사)한국기업법무협회가 로스쿨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응답자의 50.9%인 절반 이상이 '로스쿨의 교육수준과 방법'에 대해 '불만족'하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기대만큼 로스쿨 교수들이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사관리 강화가 '학점위주 과목선택'이라는 폐해를 낳고, 때로는 수강생이 많은 쪽으로 몰려가는 쏠림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로스쿨에서 교육의 다양성과 특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양질의 교육과 엄격한 학사관리를 내세우지만 지난 7월 로스쿨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에서 응시자의 절대 다수가 '40점 미만'의 과락이 나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시 모의시험을 주관했던 로스쿨협의회는 "자격시험인 만큼, 정상적인 교육을 마쳤다면 무난히 풀 수 있도록 출제방향을 잡았다"며 "이 정도 수준이면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데 충분할 것이라는 기준제시도 염두에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결과를 보니 응시자의 대부분이 과락이었다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애초 로스쿨 도입 취지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변호사시험 응시자를 죄다 합격시키겠다면 굳이 수십 억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변호사시험을 치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내년 4월 첫 실시되는 변호사시험과 관련한 예산으로 24억원 정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시험법은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험의 목적을 밝히고 있지만 대부분이 합격하는 형식적인 시험이 될 것이라면 번잡스럽게 시험을 치를 필요성이 있을까. 그저 시간적 경제적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그냥 로스쿨 졸업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낫다. 

게다가 로스쿨 학생들과 교수들이 1기에 이어 2기 이하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조기 결정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1기와 비슷한 합격률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17대 국회의원 당시 로스쿨 도입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 로스쿨 교수는 학생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제2의 집단행동'을 해서라도 쟁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조기 결정과 일정한 합격률 보장은 끊이질 않을 문제이기 때문에 변호사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졸업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전적으로 로스쿨에 맡기되, 사법시험을 존속시켜 로스쿨과 사법연수원 출신간의 자율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양질의 법조인이 길러질 수 있도록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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