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이시한의 PSAT 언어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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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는 이시한의 PSAT 언어논리
  • 법률저널
  • 승인 2011.11.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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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한 전주대 법학과 객원교수 / 베리타스 법학원 PSAT 전임강사

● 딜레마에 빠진 한국


“결혼을 하면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해. 그러니까 인간은 후회할 수밖에 없어.”라는 키에르 케고르의 말은 결혼에 대한 비하인 것도 같지만, 어차피 후회할 거 그렇다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결혼에 대한 우회적 예찬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무리 명사의 말이라지만, 이 말이 도대체 정당한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정당한’이라는 뜻이 ‘타당한’이라면 이 말은 맞다. 타당하다는 것은 연역적으로 참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전제가 참이라면 반드시 참이 되는 명제라는 말이다. ‘결혼을 한다면 후회한다.’라는 가연과 ‘결혼을 안 한다면 그것도 후회할 일’이라는 또 다른 가언, 그리고 ‘인간은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라는 선언이 합쳐지면 ‘결국은 후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논법을 우리는 딜레마 논법이라고 부른다. 얼핏 말도 안 되는 얘기 같지만, 이 경우는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이 딜레마 논법이 정합성을 가지기 위해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선언이 모순적이어야 할 것이다. ‘결혼을 하거나 못하거나’여야 갈 곳 없어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 제 3의 길이  있다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라는 용법에서 우리는 FTA 비준안 때문에 갈등에 빠진 지금의 국회를 떠올려 볼 수도 있겠다. ‘FTA를 비준하거나 비준을 거부해야 하는데, 비준을 해도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안하자니 국제 무역에 있어 받게 될 불이익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그러므로 FTA를 비준하든 안하든 문제가 있다.’ 여기서 제 3의 길은 우리가 유리한 조항만 지키고 불리한 조항은 빼버리는 것이겠지만, 비준이라는 것은 원래 통으로 통과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럴 수도 없다. 결국 비준을 하든 안하든이라는 모순관계가 발생하게 되고, 둘 중에 하나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 참 쉬운 연쇄논법


연쇄논법은 생각외로 너무 단순하다. “프라하가 체코의 수도라면 부다페스트는 헝가리의 수도다. 그리고 부다페스트가 헝가리의 수도라면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다.” 이러한 조건에서 “프라하가 체코의 수도라면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다.”라는 말이 성립할까? 물론 성립한다. A→B, B→C를 A→B→C로 바꾼 다음에, 중간에 들어간 B를 생략해버리면 바로 A→C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로 이런 단순한 원리를 가지고 문제가 부지기수로 나온다. 타당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이런 연쇄논법을 바탕으로 성립한다. 수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인 것처럼 모든 타당성 문제의 기본은 이 연쇄논법이다. 특별히 실수만 안하면 헷갈릴 것은 없지만, 가끔 문제에서 중간을 빼고 ‘어떤 전제가 들어가면 좋을지?’ 물어오는 일이 있다. 이 문제가 연쇄논법을 쓰는 문제라는 개념만 가지고 있다면 전혀 어렵지 않은 문제다.


“참을 깨달은 자는 배움이 있는 자이다. 책임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가 아니라면 겨레를 위해 희생을 각오한 자가 아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겨레를 위해 희생을 각오한 자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지도자는 배움이 있는 자이다.” 이 논증이 항상 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는 무엇인가? 정답은 ‘책임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는 참을 깨달은 자이다.’라는 진술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겨레를 위해 희생을 각오한 자이다. → (두번째 문장의 대우) 겨레를 위해 희생을 각오한 자가 아니라면 책임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다. → (        ) → 참을 깨달은 자는 배움이 있는 자이다. → 그러므로 진정한 지도자는 배움이 있는 자이다.>라는 연쇄논법에서 빠진 (  )를 채우는 문제다. 이것이 연쇄논법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 참 쉬운 문제인데, 그런 것을 물어보는 줄조차 모른다며, 진정한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서 한참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 설에 적용된 간접추리법


언뜻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는 추리방법이다. 가령 설에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려고 한다. 그런데 부모님은 한사코 사양을 하신다. 정말로 사양을 하시는 걸까? 이럴 경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사양해도 사양하시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어떻게 될까? 선물에 대해서는 사양하거나 사양하지 않는 두 가지 태도밖에 없다. 그런데 사양을 안 하면 그대로 안 하는 것인데, 사양을 한다고 해도 사양을 안 하는 것이라 했으니, 결국엔 사양을 안 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까 결국 부모님은 선물을 거절하실 리가 없다.


사실 자식들이 “선물 사드릴까요?” 물어보는 행위 자체가 ‘선물 안사면 안 될까요?’라는 속마음이나 다름없으니, 이번 설에는 군말 없이 소소한 선물이라도 사서 내밀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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