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심화실무수습기 - “정의와 사랑, 함께 배우고 나누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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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심화실무수습기 - “정의와 사랑, 함께 배우고 나누었던 시간.”
  • 법률저널
  • 승인 2011.08.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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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연수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의 3주 수습을 마치고

이정 전남대 로스쿨 3년

2011년 7월 18일, 용인 법무연수원 소강당. 긴장 속에서 검찰심화실무수습이 시작되었다. 소강당에 모인 120명의 학생들은 모두 연수원장님의 환영사에 귀를 모았고 연수원장님은 의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검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정의와 사랑임을 강조하셨다. 정의가 없는 사랑은 맹목적이고 사랑이 없는 정의는 잔인하다. 3주 동안 우리가 이곳에서 생각하고 배워나가야 할 가치였다.


‘검사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강연이 끝나고 오후에는 반별로 모여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자기소개부터 2분의 시간제한이 있고 평가 대상이 된다고 하니 더욱 긴장이 되었고 다른 원우들의 자기소개를 듣고 있으니 모두다 경력이 화려하고 말솜씨가 좋아서 괜히 주눅도 들었다. 모든 소개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보다 인상적인 자기소개를 하고 싶은 의욕에 불타 있던 우리에게 지도검사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이번 실무수습에 있어서 개개인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람’을 얻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는 그 순간에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과제수행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 교우관계까지 평가하시는구나, 정말 힘들겠다, 그런 생각만 들었었다. 3주의 일정이 모두 끝난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자기소개 후 ‘검사와의 대화’ 시간에는 각 반별로 검사님 한 분을 모시고 맡으셨던 사건과 검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검사님께서 오시면 본인이 처리하셨던 사건에 관한 무용담을 얘기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검사님께서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에 관한 일화로 대화의 물꼬를 트셨다. 공소장의 조그마한 표현 하나로도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씀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검사님은 또한 다른 일화를 들어, 범죄사실 그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피의자가 범죄를 일으키게 된 사정도 고려해야할 경우가 있다고 말씀 하셨다. 그동안 책속에서만 죄책을 논해왔던 내가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정말로 필요한 현실적인 충고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첫날의 길고 긴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일본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보고 각 반별로 다과와 시간을 가졌는데 다과의 시간이라 해서 편안한 자리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 속에 나타난 일본의 형사절차와 한국의 형사절차상의 차이를 지적하는 토론의 시간이었다. ‘이 시간도 모두 평가되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 드니 음료도 과자도 먹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둘째 날은 오전부터 기록실습이 있었다. 오전에는 얇은 연습기록을 보고 해결하는 연습을 했고 오후가 되자 정말로 시간을 정확히 정해서 시간 내에 기록을 보고 문제해결을 해서 한 장안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셋째 날은 전날 보았던 기록에 관해서 각자의 결론에 따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역시 질문은 1분, 대답은 2분으로 엄격한 시간제한이 주어졌다. 모두들 열심히 준비해오고 의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고 나에게 발언기회가 오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지도검사님께서 발언 기회를 거의 공평하게 주셔서 큰 무리 없이 토론을 마칠 수 있었다. 정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은 발견해서 논거를 드는 원우들이 많아 그 말을 경청하고 받아 적으면서 내 생각이 다시금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토론의 필요성은 이런데 있는 것이었다.


이틀간 매일 기록과 싸우다 지친 우리에게 특강의 시간이 돌아왔다. 검찰인사 및 조직에 관한 강의를 들은 후 타 지역 진출 전직검사님의 특강이 이어졌다. 다른 직역에서 일하고 계시면서도 검사로서 일했던 경험이 대기업의 임원으로 일하시는데 있어서 큰 밑바탕이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으니 검찰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섯째 날 오후에는 대검찰청을 견학하였다. 우선 ‘검찰제도의 연혁과 검찰의 역할’에 대한 특강을 들을 후 검찰 박물관, 검찰 방송국,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s)센터 내의 마약수사실, 행동분석실, 문서감식실 등을 방문하였다.

첫 주의 일정을 마친 후 주말의 편안한 휴식도 잠시, 제 2주차에는 일선검찰청 실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부터 비가 많이 내려 아침부터 빗길을 헤치고 법무연수원에서 준비해 주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실습을 하게 된 48명은 그 곳에 도착하여 소회의실에 잠시 소집해 있다가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각 담당검사실로 배치되었다. 나는 정말 미모가 뛰어나신 여검사님 방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열심히 근무하시는 모습 뿐 만 아니라 수사관님·실무관님을 편안하게 대하시면서 매순간 정말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이루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검사 개개인은 모두 리더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검찰청에서의 첫날은 일과를 마치기 전에 실제 사건의 수사지휘내용을 첨부하여 수사지휘사건 기록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날은 조사예정사건의 기록을 검토하고 주요 신문사항을 작성해본 후 실제 조사를 옆에서 참관하는 것, 세 번째 날은 조사가 완료된 기록을 보고 기소· 불기소 사유와 주문까지 작성해 보는 것이 내가 수행해야 할 과제였다. 첫날은 긴장도 되고 시간 안에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검사님과 별로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기록에만 몰두했는데, 점심식사를 할 때 지도검사님께서 “일선청 실습의 의미는 검사실 생활을 보고 검사님과 대화하고 검사의 삶을 느껴보는 데 있는 것이지, 기록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검사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3일 동안 느끼고 돌아가자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세 번째 날은 같은 부에 계신 검사님들과 점심식사가 있는 날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검사님들과 검찰청 내에 있는 귀빈식당에서 삼계탕을 먹으며 편안한 담소를 나눴다. 짧은 식사 시간이었지만 검사님들이 대화하시는 모습에서 서로서로 챙기고 아끼시는 것이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예비후배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느낄 수가 있었다. 오후에는 부장검사님을 만나 뵙고 격려의 말씀을 들었다.


짧아서 더욱 아쉬웠던 3일간의 일선 검찰청 실습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법무연수원 생활로 돌아왔다. 제 2주차 목요일 오전에는 법의학강의가 이루어졌고 오후에는 ‘검사와의 대화’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총 여섯 분의 유명검사님들께서 오셔서 미리 설문조사한 우리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시는 시간이었다. 10위부터 1위까지 학생들의 질문이 화면에 나타나면 거기에 가장 적합한 답을 해주실 수 있는 검사님께서 허심탄회한 답변을 해 주셨고, 그 과정에서 검사의 다양한 업무와 그 업무 수행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야근이 두려우면 검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단호한 여검사님의 목소리, 정치적인 중요한 사건을 맡더라도 외압은 전혀 없었으며 강력사건 수사를 하실 때에도 어떠한 협박에도 기가 눌리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검사님들의 눈빛에서 검사의 강한 기개가 나타났다. 또한 너무 바빠 아이와 놀아주지 못했더니 아이의 그림에 아빠가 없어서 충격이었다고 하시며 요즘에는 카리스마 형의 아빠가 아닌 부드러운 아빠가 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검사님들의 인간적인 고민도 느껴져서 정말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힘들었던 2주가 지나가고 마지막 3주차에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영상녹화 실습도 해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도 참관하며 국정원, 외교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외부관련기관 견학과 같은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져서 흥미로웠다.


특히 수요일 오후에는 체육관에 모여 Activity Learning을 통해 단결심도 기르고, 그동안 경쟁에 치여 경직되었던 마음도 풀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 식사 후 반별 회식을 하면서 즐거운 게임도 하고 지도검사님,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3주의 일정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고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셋째 주 목요일 안대희대법관님의 강연을 마지막으로, 모든 과제와 강의가 끝이 났다고 생각하고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정에 없었던 개인면담이 공지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로 교실에서 긴장 상태로 앉아 있었는데 앞서 면담을 마치고 나온 동료들이 면담이 아닌 면접이라며 면접 당시 상황과 대처 요령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내 앞에 면접했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용기를 주고 도움을 주고 있었다. 서로 서로 다음 면접자를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고 등을 쓸어 주었다. 나는 문득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곳에 온 첫날 서로 자기가 잘해보겠다며 경계만 했던 우리가, 마지막 날 보이고 있는 이 모습은 무엇일까? 검사님들이 의도하셨던 것이 면접 그 자체만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되는 면접이 끝나고 저녁을 먹자마자 우리는 다시 모였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과제, 조별 과제발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짬을 내어 조금씩 준비해 오기는 했었지만 개인과제에 치여 제대로 맞춰보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조별로 소강당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반에 돌아와 다 같이 책상을 밀고 준비한 과제를 계속해서 맞춰 보았다. 음악부터 의상과 안무까지 어느 한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모두의 손길이 모인 우리의 작품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날, 결전의 순간이 왔다. 사회를 보는 동료들도 전문 진행자 못지않은 실력을 보였고 UCC, 뮤지컬, 합창, 차력, 댄스, 연극. 다양한 장르의 조별발표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렇게 끼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니! 감탄의 연속이었고 이런 기회를 통해서 다른 조의 동료들 얼굴도 모두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더욱 뜻 깊었다.


조별 과제발표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교실로 돌아와 지도검사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였다. 검사님께서는 돌아보면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는 말씀을 해주시며 앞으로 어느 직역에서 근무하든 평생을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더불어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이렇게 로스쿨 재학생으로서 나의 마지막 실무수습이 끝이 났다. 돌아보면 개인적인 아쉬움도 많았지만 이번 실무수습을 통해 ‘사람’을 얻어가는 것이 나는 가장 기쁘다. 섬세한 지도와 따뜻한 격려를 해주셨던 지도검사님, 아직도 실무수습이 끝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문자를 보내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 나의 동료들. 나는 이번 실무수습에서 ‘사람’을 얻었고 정의와 사랑을 배웠다. 내 생애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주신 법무연수원장님, 법무연수원기획부장님 그리고 함께 해주신 검사님들과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애쓰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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