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스펙도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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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스펙도 쌓아야
  • 법률저널
  • 승인 2011.08.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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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호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일자로 유엔 재판관에 임명됐다. 대한민국 사법사에 긋는 또 하나의 획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 한국인이 재판관으로 파견된 것은 송상현 국제형사 재판소(ICC) 소장과 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독일 나치 전범에 대한 뉘른베르크 재판에 버금갈 정도인 세기적 재판에 우리 재판관이 참여하게 된 것은 국제사회가 대한민국 법관의 자질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한국 사법계의 쾌거다. 대한민국 법률가가 법률문제를 분석하는 능력,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에 있어서 전 세계 어떤 법률가들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다. 정 부장판사는 2008년 주(駐)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으로 파견된 이래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등 국제무대에서 지명도를 넓혀왔으며 국제통상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 부장판사는 송상현. 권오곤. 박선기씨 등 선배 국제 재판관들과는 달리 UN 선거를 통해 선출된 것이 아니라 유엔 사무국 법률실(Office of Legal Affairs, OLA)의 철저한 인물 검증절차를 거쳐 임명됐다.


정 부장판사는 이달 말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ECCC)의 재판관으로 파견될 예정이다. ECCC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인 크메르루주 4인방의 전범재판을 담당하기 위해 캄보디아 법관 3명과 유엔 파견 법관 2명으로 구성된 특별 재판부다. 킬링필드 재판은 크메르루주 정권이 ‘노동자.농민의 천국’을 만들겠다며 1975~1979년에 걸쳐 지식인, 안경을 썼거나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 심지어 손이 흰 사람 등 자국민 170만명을 고문 살해한 주범 4명을 단죄하기 위한 ‘세기의 재판’이다. 킬링필드 대학살의 주범인 크메르루주 4인 방은 크메르루주 정권 서열 2위 누온 체아, 이엥 사리 전 외무장관, 그의 부인 이엥 티리트 전 내무장관,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 등이다.


정 부장판사는 예심-1심-2심으로 이어지는 ECCC 재판부에서 예심 재판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예심은 본안심사에 앞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나 절차의 적법성을 가리는 곳이다. 정 판사가 속한 ECCC는 프랑스식의 대륙법적 재판절차를 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유고전범재판소(ICTY),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 등 기존 대부분의 국제형사재판은 주로 영미법에 따르고 있다. 하지만 구술심리주의에 의존하는 영미법적 제도로는 복잡 다기한 국제 형사재판을 다루기에 적당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대륙법적인 접근을 하는 ECCC의 경험은 국제 형사재판뿐만 아니라 같은 대륙법 계통인 국내 형사재판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


정 판사의 임명은 법조인뿐 아니라 로스쿨생 등 예비법조인들에게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데 커다란 목표를 제공해줬다고 본다. 정 판사도 이제 우리나라도 국제기구에서 봉사하고 기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높아졌고, 국제연합도 우리나라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엔 재판관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우리 법조인들이 국제사회에서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법조인은 물론 사법연수생이든 로스쿨생이든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스펙을 더 많이 쌓아갈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절실하다.


이제 법률가에게도 국제화?세계화라는 말은 식상할 정도로 당연한 것이 되고 있다. 사법부 간의 교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판결 및 결정들이 외국 법원의 판단기준이 되고, 우리나라의 선진제도가 다른 나라에서 널리 인정받기도 한다. 그 역의 경우도 물론 많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국제적 분쟁도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법조계는 변화의 ‘쓰나미’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격변기에서 잘 활용할 실력을 갖춘다면, 우리 법률가들의 국제경쟁력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계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사법연수원 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세상은 넓고 변호사가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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