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낮밤 원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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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낮밤 원위치
  • 법률저널
  • 승인 2011.05.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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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열린내과 원장


고시촌에 열공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독서와 암기,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정신을 한 번 집중하면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느냐? 격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시촌에서 [잠룡= 하늘로 승천하기 전의 연못 속에 잠긴 용]들이 꿈틀거리는 형용을 보면 천지조화가 생각나고 우주계의 이치를 되뇌게 됩니다.


열공이라는 것은 본래 정신력의 고도 집중을 필수 조건으로 합니다. 그런데 정신 집중력은 가장 낮을 때가 저녁 무렵입니다. 낮 동안의 피로와 인간 사물들의 활동으로 인한 소음, 대사 호르몬의 저하 등으로 인체가 가장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교통사고도 저녁 무렵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시촌에서는 대개 저녁 무렵부터 공부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고시생들은 일면 측은한 점이 있습니다. 정신력이 가장 취약한 시간에 가장 힘든 일을 시작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안 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그 시간부터 일어납니다. 공부에 산만한 저녁 7시를 지나가면 정신 활동에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엄청난 활동력이 폭발하게 됩니다. 그러한 활동력을 에너지로 환산할 수 있다면 아마도 하나의 소행성이 폭발을 일으키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밤 12시 자정을 훌쩍 넘겨버리는 것은 보통 일입니다. 새벽이 가까워 올수록 긴장감은 더해가고 빨리 끝내고 휴식을 취해야지 하는 초조감이 더해져서 그야말로 약간의 흥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정신력이 고조되면서 육체 전체로 에너지가 파급되어 나가는 것입니다. 온몸이 새벽 추위도 잊고 불타오르게 됩니다. 남녀가 합방하여 생성되는 열기를 누군가가 [불타오르다]라고 표현한 것은 천고의 명언입니다. 양성의 에너지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가 가속/ 상승 작용을 더하여 대폭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새벽의 [대폭발]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엡스끼]는 간질병 환자였지요. 그의 소설에는 그래서 꼭 한 두 명의 간질 환자가 등장하곤 합니다. 그의 소설에 보면 새벽의 정신력의 대폭발 속에 쓰인 문단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엄청난 구상력, 어휘력, 묘사력, 문장력 등등이 한꺼번에 도도한 흐름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보면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한마디로 [인간 장엄]의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인간이 저렇게도 초능력을 갖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느끼게 해줍니다.


좋습니다. 정신력도 좋고 초능력도 좋다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사회에서 살고 있잖아요!!! 사회에서 동떨어져서는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습니다. 고시촌 시민들이 왜 공부하나요? 합격을 위해서지요. 합격은 거저 주나요?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집약적으로 조절, 표현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요. 아무리 공부 량이 많아도 소용없지요. 자기 통제력과 조절력, 절제된 표현력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고시 날 시험장에 가보면 멍하니 눈동자가 흐려져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잠을 참으려고 죽을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들이 대부분입니다. 낮밤 원위치에 실패한 모습들입니다.


낮밤 원위치만큼 중요한 작업이 없습니다. 고시는 낮에 보기 때문입니다. 고시 3주전부터는 그 작업이 제일 중요합니다. 보통 하루 이틀 전에 저한테 와서 낮밤 원위치 시켜 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면제 종류는 특이한 것이 [개인차]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입니다. 똑 같은 약을 먹고도 어느 분은 2시간 밖에 못자고 어떤 분은 7시간 또는 5시간 [쾌면]하기도 하지만 어느 분들은 그 다음날까지 쿨쿨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관계 약은 개인이 직접 복용해보아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3일 전에 오면 매우 난감합니다. 미리 먹어볼 짬이 없기 때문입니다.


낮밤 원위치 작업도 전문적인 작업입니다. 고시촌에서 시간 없다는 이유로 혼자서 해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 역시 만용에 속합니다. 지금은 전문 분야를 존중하여야 승리하는 세상입니다. 원위치 작업은 보통 2-3주 정도 걸립니다. 그걸 시간 절약한다고 혼자서 하다가 시험장에서 퀭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기 공부한 만큼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시험장에서 졸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고시에 응시할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 세상입니다. 만사에 소홀할 수 없습니다.

열린내과 ☎ 02)877-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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