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법연수생 취업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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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법연수생 취업전쟁?
  • 법률저널
  • 승인 2002.12.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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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춘 사법연수원 33기 자치회장


32기 수료예정자들의 취업난이 예상외로 심각하다고 한다. 유명 로펌들의 신규채용이 20여 곳에 불과하다거나, 정부기관, 기업 등의 채용인원이 지난해의 1/2 수준이라는 말도 있다. 구인처는 줄어들었으나, 취업분야는 넓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문이나 TV매체들도 연달아 연수생의 취업난을 보도하고 있는데, 연수원 당국은 '취업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수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답변만 하고, 변호사회는 사법시험 정원이 너무 많다고만 한다.

왠지 본질을 비켜가는 느낌이다. 사시 정원을 1천명으로 늘인 이유는, 법률서비스의 대중화·전문화가 시대적 요구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현재의 법조인 양성제도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고, 법조시장 역시 법률서비스의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우선 전문화에 대해서 보건대, 금융, 부동산,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사회보장, 교육, 의료, 문화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력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그들 분야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갖춘 인재들은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 법과대학은 사법시험 준비기관으로, 연수원은 판·검사 양성을 위한 기술적 훈련에 치중하여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연수생들은 무한경쟁만이 지배하는 '광야'에서 법관 임용에 목을 매단 채, 전문분야를 스스로 개척해 나갈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로스쿨의 도입이 시급히 요구되는 이유다.

대중화, 이것은 기업을 상대로 하는 법률서비스 외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적 법률서비스를 확대하자는 것일 게다. 무엇보다도 모든 형사사건에 국선변호사를 붙이고,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도록 해야 한다. 도대체 인신구속과 같은 기본적 인권 문제에서조차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한다면, 그 나라가 문명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한편 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로펌의 수임구조가 송무에서 자문으로 바뀐 것처럼, 일반 국민들 역시 소송 전 단계에서의 자문이나 상담을 더욱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러면 서민들이 손쉽게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법률구조제도가 대폭 확충돼야 한다. 지금처럼 법률구조공단과 같은 관료조직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들을 통해 법률구조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는 이를 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언론에서는 변호사들이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치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듯이...변호사 수만 늘인다고 법률서비스의 전문화·대중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변호사 노릇을 하려면, 방대한 지식과 깊이 있는 역사인식, 법적 통찰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고, 사회가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잘못하면 수만 늘려 '얼치기 사기꾼'을 양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공공의료체계를 완전히 포기한 정부의 의료정책 탓에, 의료서비스가 완전히 상업화되어 그 많은 의사들이 양성돼 나와도 값싼 대중적 진료를 외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지금처럼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도 힘겨운데, 오로지 개인적 결단에만 의지하여 공익활동을 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27기인 한 선배 변호사는 수임에 연연하지 않고도 자신이 하고 싶은 공익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사시 1,000명시대, 전관출신 변호사들은 감축을 주장하지만, 너무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들만이 법률서비스를 독점하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양성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출 기회를 얻지 못하고, 공익적 수급구조가 갖추어지지 않은 법조시장에서 예비변호사들은 임관과 취업을 위해 무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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