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살인의 기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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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살인의 기억2
  • 법률저널
  • 승인 2010.10.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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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인
  

아무런 전과가 없는 30세의 직장인이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우연히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고 이후 살인죄로 재판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지난호에 이어

피고인이 검찰에서 자백한 진술에 대한 법원의 판단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경찰 진술의 임의성 및 신빙성 유무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고, 피고인의 검찰 진술에 대한 임의성 및 신빙성 유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의 조사를 담당하였던 경찰관들이 유력한 증거인 안경을 토대로 피고인의 범행을 추궁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CCTV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피고인을 기망하여 자백하도록 수사하였다고 보이지 않으며, 혹시 경찰관들이 “CCTV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촬영되었고 이후 피해자의 집에 출입한 사람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피해자의 집에서 이미 피고인의 안경이 발견되었고 피고인이 처음부터 사건 당일 피해자의 집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자신이 피해자의 집에 갔다는 사실을 넘어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고 허위 진술까지 할 이유는 없어 보이고, 계속해서 피고인이 사건 당일 피해자를 만나기까지의 행적, 피해자를 만난 이후 피해자의 집으로 가 3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시도한 사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입술을 깨물게 된 경위, 피고인이 피해자를 떼어내고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경위 등은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진술하기 이전에는 수사기관이 알기 어려운 내용이고, 피해자를 만나기까지의 자신의 행적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과 사건 전날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셨던 OOO, OOO의 각 진술이 대체로 일치하는 점, 피해자의 유두에서 검출된 DNA와 피고인의 DNA가 일치하는 점,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손졸림으로 인한 목눌림 질식인 점 등 범행 당시를 전후한 제반 정황이 피고인의 검찰 진술과 일치하고, 피고인에게 혐의가 인정될 경우 중형의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이 경찰관으로부터 ‘CCTV가 피고인 밖에 촬영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이에 기망되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범행을 인정하면서 그 경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진술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경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을 조사한 경찰관이 피고인을 기망하거나 회유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하도록 하였거나 이러한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기망상태가 검찰 수사단계까지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의 검찰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은 임의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검찰 진술은 증거능력 및 증명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제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

1심 재판부는 먼저 다음과 같은 점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1) 피고인이 검찰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시도하던 중 피해자로부터 입술을 깨물리자 이를 떼어놓기 위해 피해자의 목을 조른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피고인이 2010.2.10.경 작성하여 제출한 문답서를 기초로 법원 양형조사관이 2010. 2.23.경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한 양형조사서에 의하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추워서 떨고 있는 피고인을 보며 먼저 아는 체를 하였고 같이 피해자의 집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성관계를 시도하였으나 발기가 되지 않았고, 계속 성관계를 시도하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놓아주지 않자 순간적으로 ‘아프다’라는 생각 이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으며, ‘피해자의 목을 눌러’ 입술이 떨어지자 그대로 피해자의 집에서 도망쳐 나온 다음 피고인의 집까지 걸어서 새벽 4∼5시경 도착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제7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에게 “이 법원 양형조사관이 피고인이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로 문답서를 보냈고, 피고인이 이에 자필로 내용을 기재하여 제출한 적이 있는가요.”라고 물은 바, 피고인은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법원은 계속해서 제9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에게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입술을 깨물자 피해자를 밀쳤을 뿐 피해자의 목을 누른 적이 없다.’고 진술해 왔는데, 문답서에 ‘피해자의 목을 눌러’라고 기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취지로 물은 바,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과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기재를 했습니다.”라는 취지로 대답하였다. 이에 이 법원은 다시 피고인에게 “경찰 및 검찰에서 ‘피해자의 목을 눌러 살해하였다.’는 취지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었는데, 피고인이 그와 같은 내용으로 맞춰 기재해야 하였다면 문답서의 다른 기재 부분도 공소장이나 경찰, 검찰에서의 진술과 같은 내용으로 기재함이 상당한데, 그럼에도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기재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닌가요.”라는 취지로 물은 바, 피고인은 “잘 모르겠다. 하여간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과 같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작성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대답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문답서를 작성하여 제출할 당시에는 이미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었고(피고인이 2010.1.5. 변호인을 선임하였음), 문답서의 전반적인 내용이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문답서에 자필로 ‘피해자의 목을 눌러’라고 기재한 것이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에 허위로 그렇게 작성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3) 피해자는 2009.12.16. 01:18경 OOO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4분 5초간 전화통화를 한 이후 사체 발견시까지 전화통화를 전혀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이 법원의 주식회사 KT, LG텔레콤 주식회사, SK텔레콤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이러한 사실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시간이 2009.12.16. 04:00경에서 05:00경까지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피고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4) 피해자의 사체를 최초로 발견한 OOO, OOO은 경찰에서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방문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머리가 방문 쪽으로 향한 채 반듯하게 누워있었는데, 하의는 양 무릎 밑까지 벗겨져 있었고, 상의는 유방 위까지 올려져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피고인 역시 검찰에서 “피해자와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시도할 당시 피해자의 가슴을 입으로 애무하고 손가락을 음부에 넣으면서 피해자의 상의를 가슴 위쪽으로 올리고 바지는 무릎까지 내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 바, 위와 같은 사체발견 당시 피해자의 모습과 피고인이 성관계 시도 당시 피해자의 옷을 벗긴 정도 등에 관한 진술이 일치하고 있는 점에서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관계 도중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음호에 계속


이창현 변호사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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