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로스쿨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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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로스쿨시대(?)
  • 오영근
  • 승인 2010.07.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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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TV에서 9명의 아름다운 소녀가 외친다. “지금은 소녀시대!” 엔돌핀이 확 솟는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그 중 누가 제일 좋은지에 대해 서로 견해가 대립한다. 유리설, 태연설, 티파니설 등 한 가족이지만 취향이 다 다르다. 이렇게 소녀시대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우리는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내 표정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소녀시대 노래 대신 ‘눈물젖은 두만강’같은 노래를 듣는 표정이 된다.


제기랄 지금은 로스쿨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이 이전에 비해 조금 힘들어졌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다. 오히려 불이익이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로스쿨제도가 우리 국민 특히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행복을 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면 지금보다 몇배 힘들고 그까짓 것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로스쿨제도가 유지될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로스쿨제도가 다 나쁜 것은 아니고, 좋은 점도 있다. 우선 이전처럼 우수한 인재들을 소수의 대학들이 독점하지 않고, 전국의 대학들에 우수한 인재들이 퍼짐으로써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대학들이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법학교육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학부생들에 비해 로스쿨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의욕이 많고 실제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방법도 암기위주보다는 사고위주의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겠지만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반면에 현재의 로스쿨제도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로스쿨이 시작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정부는 2,000명 중 몇 명을 합격시킬 것인가를 아직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로스쿨학생들과 교수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응시기회를 5번만 준다는 부정적 결정만 있었다. 변호사시험이 응시하면 거의 합격하는 형태의 진정한 자격시험이라면 응시기회를 5번씩이나 주는 것은 오히려 많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2번의 응시기회만 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독일의 국가시험제도가 당락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 자격시험이기 때문이다. 응시기회를 5회로 제한한다고 하는 결정에는 이미 변호사시험이 순수한 자격시험이 아닌 선발시험이 될 것이라는 암시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변호사시험이 선발시험으로 변질된다면 응시회수에 제한을 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위헌적인 것이다. 


둘째, 변호사시험의 방법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제 1년여만 지나면 변호사시험이 시행되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 모르겠다. 특히 주관식 시험의 경우에는 출제도 중요하지만 채점도 중요하다. 현재 사법시험에서 보듯이 객관식 시험문제는 그 수준이 너무 낮다. 소송을 의식하여 사고능력을 검증하기보다는 판례위주의 암기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주관식 시험에서 사고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수준높은 채점자가 장시간 답안지를 검토해서 채점을 해야 한다. 결론보다는 논리전개에 채점의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지금의 사법시험보다 수준높은 문제를 낼 수 있는 학자나 실무가들은 별로 없고, 충분한 채점기간도 주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변호사시험도 판례를 암기하는 것 위주로 출제될 것이고, 이에 따라 로스쿨에서의 교육과 공부방법도 그렇게 변질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셋째, 로스쿨에서의 교육방법도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로스쿨교수들의 부담이 이전보다 조금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과 다른 획기적인 교육방법이 개발된 것이 없다. 대부분의 강의가 법과대학의 강의처럼 주입식으로 이루어진다. 토론식, 소크라스테스식 교육을 시도해 보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넷째,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7년동안 대학에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 현 제도하에서는 상류층 가정 출신만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실제 로스쿨학생들 중에서도 빈곤한 가정의 출신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학생의 교육비부담이 크면 학교의 부담은 작아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웬만한 대학들은 모두 몇십억씩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이를 홍보비라고 생각하고 자위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와 사학재단에서 로스쿨에 별도의 지원을 해줄리 만무하니 결국 로스쿨을 위해 다른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로스쿨은 다른 학생들의 것을 뺏어먹는 악성빈대가 되어버렸다.


이것 이외에도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생각나는 것이 너무 많다. 현재 우리의 로스쿨제도는 일본의 로스쿨제도와 함께 세계 최악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학자는 미국이 세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 열 몇가지 중 하나로 이라크침공등과 함께 로스쿨제도를 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로스쿨제도는 미국식 로스쿨제도의 발뒤꿈치에도 못따라 가는 형편없는 제도이다.


이제 그 대책은 분명하다. 로스쿨제도를 빨리 포기하는 것이다. 현재의 로스쿨제도는 잘못 끼워진 단추와 같다. 끼우면 끼울수록 더 이상해진다. 더 늦기 전에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어야 한다. 잘못을 하루 빨리 인정하고 새출발을 해야한다. 그리고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개선책은 의학전문대학원처럼 각 대학교가 법과대학을 할 것인가 로스쿨을 할 것인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법과대학과 로스쿨 졸업생 또 법학사자격이 있는 사람이면 모두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의 합격자수는 2천명 이상으로 정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이미 1993년 김영삼정부 시절부터 약속된 것이다. 1천명을 선발하는 현행 사법시험제도에서도 이제 변호사는 더 이상 직업이 아니라 자격이 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소수의 특권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는 형편이 되어버렸다. 2천명을 선발하기 시작하면 조만간 2천명을 선발하나 3천명을 선발하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현재처럼 눈치사회가 아닌 법치사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소녀시대도 조만간 숙녀시대가 될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로스쿨시대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필자는 로스쿨에서 일하지만, 로스쿨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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