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동 약물치료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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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충동 약물치료법」, 무엇이 문제인가
  • 차혜령
  • 승인 2010.07.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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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령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지난 6월 29일, 국회는「성폭력범죄자의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 약물치료법」)을 재석의원 180명 중 137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하였다. 그간 ‘화학적 거세법’으로 불리던「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의 제목을 비롯하여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수정하여 의결한 것이다. 


새 법률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폭력 범죄자에게 약물을 투여하여 호르몬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일정 기간 성욕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영구적인 성기능 상실을 의미하는 ‘거세’와는 거리가 있고, 약물 투여 중단시 원상태로 회복되므로 ‘낫게 한다’는 의미의 ‘치료’와도 달라, ‘약물요법’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겠다.  


그러나 새 법률은 16세 미만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법률의 인권침해, 위헌 요소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법률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만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짚어본다. 


첫 번째 문제는 약물요법 대상자에 관한 것이다.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금까지 약물요법이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었던 성폭력 범죄자 그룹은 ‘폭력성이 없는 소아성애자’ 그룹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아성애자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아동인 성범죄자, 성적 동기에 의하여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함께 발현되어 범행에 이른 소아성애자, 아동과 성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소아성애자, 본인의 행동이 범죄임을 인정하지 않는 성범죄자에게 약물요법은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새로 제정된「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성충동 약물치료’의 대상자를 ‘성도착증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성도착은 성적 대상이나 성행위 이상을 광범위하게 포괄하기 때문에 소아성애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 유형에게만 성공적이라고 보고되는 약물요법의 효과가 성도착증 환자 전부에게 제대로 나타날 리 없다.


둘째, 새로 제정된 법은 ‘성충동 약물치료’의 요건으로 약물요법 대상자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있다. 법에 의하면 약물치료 대상자의 동의 없이, 검사는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약물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약물요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상자 스스로 약물요법의 시행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약물요법에 응하여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약물 투여가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알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상자의 동의에 의한 자발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약물요법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약물의 복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가 없다. 법은 대상자가 상쇄약물을 복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형벌에 의한 위협으로 약물요법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약물요법은 약물 투여로 소아성애라는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것에 그치고 그나마 약물 투여 기간 동안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대상자에 대한 교육, 예방,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전문가에 의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현황은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그 효과가 어떤지에 대한 검증된 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다. 그간의 운용 결과에 대한 평가, 제도 보완, 예산 마련에 대한 공론화도 없는 상태이다. 더구나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약물 투여와 달리 일정한 기간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 평가, 운영의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성공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완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이 법의 목적 달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충분한 공론 조성과 의견 수렴, 관련 프로그램 정비를 거쳐 고칠 수 있는 잘못은 고치는 것이 낫다.「성충동 약물치료법」의 시행 전 개정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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