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환 한림법학원
Ⅰ. 총 평
민법 문제는 해마다 그러했지만 올해는 특히나 ① ‘비전형적’인 문제와 ② ‘약간은 생소한 判例’ 변형 문제들로 수험생들을 괴롭혔습니다. 질문의 형태는 甲이 乙에게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식으로 단순했지만 권리유형의 다양성과 논리의 복잡성으로 시간내에 답안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반적인 출제자의 의도는 해마다 그러하였지만 예상문제 위주의 공부가 아닌 ① 민법전반에 걸친 학습을 요구하면서도 ② 동시에 특정주제에 대한 깊이있는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고 있어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2차 민법이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출제경향 및 난이도는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어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내년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은 민법전반을 빠짐없이 공부하면서도 중요주제에 대한 논리(사례)구조를 체계화시켜 둘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학설보다 判例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문제해결능력(사례풀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공부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본 기출 해설을 서술함에 있어는 ① 실전에 가깝게, ② 출제자의 의도에 부합하게, ③ 그리고 정치하게 해설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다만, 본 강사의 답안이 실제의 채점기준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사법시험은 상대평가이므로 본 해설지와 비교하여 자신의 실전답안이 쟁점누락 및 잘못된 사안포섭이 많다고 하더라도 좌절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홀수 차에 해당하는 수험생들은 출제경향을 잘 파악하여 내년을 대비하는 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나머지 해설내용 및 2차 공부방법론은 계속해서 법률저널에 기고될 예정이며 나머지 해설내용은 본 강사 다음까페“윤동환 민법교실”http://cafe.daum.net/civillawclass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올해 시험을 본 모든 수험생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땀과 수고의 결실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Ⅱ. 해 설
[제1문](50점)
【공통되는 사실관계】甲남과 乙녀는 결혼을 하여 2008. 4. 7. 혼인신고를 하였으며 乙은 2009. 4. 20. 甲과의 사이에서 丙을 출산하였다. 혼인생활 도중 甲은 2010. 3. 26. 심장마비로 자연사하여 상속이 개시되었고, 甲 명의의 상속재산으로는 시가 5억 원 상당의 X부동산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 아래 각 문항은 별개의 사안임.
1. A는 乙에게 2억 원을 대여하였으나 乙이 변제기까지 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乙을 상대로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0. 3. 3.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甲이 사망하자, 아무런 재산도 소유하지 않았던 乙은 A에 대한 채무를 상속재산으로 변제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2010. 5. 7. 그 신고가 수리되었다. 이 경우 A가 乙의 책임재산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10점)
2. 乙은 2010. 5. 20. 丁과 재혼하여 혼인신고를 하였고, 丁은 2010. 6. 7. 丙을 양자로 입양하는 신고를 적법하게 마쳤다. 그 후 丁이 乙 모르게 양자 丙을 대리하여 X부동산 중 丙 소유지분(2/5)을 B에게 2억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매매계약의 효력은 어떠한가? (15점)
3. 甲은 2009. 11.경 C와 혼인 외 정교관계를 맺어 戊가 포태되었다. 甲이 사망하자 乙과 丙은, 戊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로, X부동산에 대하여 상속등기를 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D에게 5억 원에 매도하여 2010. 5. 31. D를 소유자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때 태아인 戊에게는 상속에 관하여 어떠한 권리가 인정되는가를 설명하고, 정상적으로 출생한 후의 권리 행사에 대해 설명하라.(25점)
설문 1.의 경우 |
Ⅰ. 논점의 정리(1)
설문 1.의 경우 A가 乙의 책임재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乙의 상속포기를 채권자취소권(제406조)을 행사하여 취소할 수 있는지가 핵심쟁점이다. 이는 상속포기의 자유 및 상속권자 乙의 보호와 상속인의 채권자 A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하겠다.
Ⅱ. A가 乙의 책임재산을 확보하는 조치(8)
1. 乙의 상속포기의 유효성 및 효과
상속포기란 상속으로 인하여 생기는 모든 권리, 의무의 승계를 부인하고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효력을 생기게 하는 단독의 의사표시를 말한다. 이러한 상속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월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하며(제1014조),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 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제1042조).
사안에서 乙은 상속개시가 있은 날로부터 3월내인 2010.5.7. 상속포기를 하였는바, 이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따라서 乙은 상속개시시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되어 乙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 丙에게 귀속된다.
2. 상속포기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1) 문제점
사안과 같이 상속재산에 적극재산이 상속채무보다 많은 경우에 ‘상속인의 채권자’가 상속인이 행한 상속포기를 취소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학 설
① 상속인의 채권자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책임재산은 채무자 개인의 고유재산뿐이라는 점과 기존재산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부정하는 견해(통설)와 ② 상속포기의 소급효(제1042조)에도 불구하고 상속포기는 실질적으로 책임재산을 감소케하는 행위라 할 수 있으며(제1005조), 이 경우에는 상속포기의 자유보다 상속인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므로 긍정해야 한다는 견해로 나뉜다.
(3) 판 례
상속의 포기 행위 자체와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채권자취소권 행사가부를 판단한 대법원 判例는 아직 없다. 다만 부정하는 하급심判例가 있다.
(4) 검토 및 사안의 경우
상속의 포기는 상속인의 개인의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 상속포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면 상속재산을 신속하고 확정적으로 안정시키고자 하는 우리 민법의 태도(제1019조)에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신의칙에 반하는 부당한 상태를 야기한 상속의 포기의 존재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인데, 이 경우에는 권리남용의 법리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
사안에서 乙이 단순히 A에 대한 채무를 상속재산으로 변제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상속포기 신고를 한 것은 상속포기의 자유를 벗어나 신의칙에 반하는 부당한 상태를 야기한 것으로 볼 수 없어 乙의 상속포기는 유효하고 결국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상속포기 취소를 대위할 수 있는지 여부
상속의 포기는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도 이를 취소할 수가 없는 바(제1024조 1항), 피대위권리가 없어 A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불가능하다(제404조).
Ⅲ. 사안의 해결(1)
乙의 상속포기는 정당하므로 A가 乙의 책임재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설문 2.의 경우 |
Ⅰ. 논점의 정리(2)
먼저 재혼과 입양에 따른 乙, 丁, 丙의 법적지위를 확인하고, 만약 丁과 丙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설정되었다면 丁이 단독명의로 대리한 경우와 공동명의로 대리한 경우를 나누어 매매계약의 효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경우 주로 무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 문제되고, 후자의 경우 주로 제920조의 2의 적용여부가 문제된다.
Ⅱ. 乙, 丁, 丙의 법적지위(2)
사안에서 부부의 일방인 甲이 사망하여 甲과 乙의 혼인의 효과가 소멸하였다. 따라서 乙의 재혼은 유효하며, 다만 乙과 丙간의 母子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며 생존배우자 乙은 甲을 상속하고 하게 된다. 또한 사안에서 丁은 丙을 양자로 입양하는 신고를 적법하게 마쳤다고 하므로 丙은 입양신고시부터(제878조 참조) 丁의 혼인 중의 출생자의 신분을 취득한다(제772조 1항).
따라서 사안과 같이 부부의 일방이 친생자이고 타방의 양자인 경우에는 친생친(乙)과 양친(丁)이 공동으로 친권자가 된다.
Ⅲ. 친권자 일방의 대리행위의 효과(10)
1. 친권행사의 방법
(1) 공동대리
민법은 미성년자의 친권자인 부모가 혼인 중인 때에는 부모가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하여 친권행사는 ‘공동대리’가 원칙임을 규정하고 있다(제909조 2항, 3항).
(2) 공동의 의미와 사안의 경우
공동대리에서 ‘공동’의 의미와 관련하여 ① 의사결정의 공동인지, ② 의사표시의 공동인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공동대리제도의 취지상 일반적으로 전자로 해석된다. 사안에서는 丁이 乙 모르게 대리행위를 하였으므로 공동대리의 위반으로 원칙적으로 무권대리에 해당한다.
2. 丁이 단독명의로 丙을 대리한 경우
(1) 문제점
丁이 단독명의로 丙을 대리하여 B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제909조 2항의 제한을 위반하는 것으로 무권대리행위이다. 따라서 공동대리인 乙이 추인하지 않는 한 매매계약의 효과가 丙에게 미치지 않는다. 다만 표현대리가 성립한다면 丙에게 미칠 수 있는바, 사안의 경우는 특히 무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판 례
判例는 “한정치산자의 후견인이 친족회의 동의 없이 피후견인의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거래의 상대방이 친족회의 동의가 갖추어진 것이라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인 한정치산자에게 그 효력이 있고 제950조 2항에 따른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긍정설을 취하고 있다.
(3) 검토 및 사안의 경우
임의대리와 달리 법정대리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관여가 없고 무능력자의 보호가 중대한 법익임에 분명하나, 상대방의 신뢰 역시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제126조를 (유추)적용하되‘정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검토함으로써 대립하는 이익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관계가 불명확하나 사안에서 丁이 단독명의로 丙을 대리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최소한 과실이 있다고 보여지므로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丁이 丙을 대리하여 B와 체결한 매매계약은 丙에게 효력이 없다.
3. 丁이 공동명의로 丙을 대리한 경우
(1) 대리행위의 유효성
공동친권의 원칙에 기한 제909조 2항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민법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부모 일방이 단독으로 행위를 하였더라도 공동명의로 대리한 경우에는 상대방이‘선의’일 것을 조건으로 당해 대리행위의 유효성을 인정한다(제920조의 2). 이 때 선의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당해 규정이 제126조의 특칙이라는 점에서 상대방의 선의만 요구될 뿐 무과실은 요구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대방 B가 선의라면 丙과 B사이의 매매계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제920조의 2).
(2) 丁의 대리행위가 친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문제점
상대방 B가 선의여서 丁의 대리행위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 대리권(친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거래효과가 부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丙의 대리행위가 친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2) 판 례
친권자의 친권행사도 일종의 법정대리권의 행사인 이상 대리권 남용이론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단지 친권의 상실제도가 있다는 특수성이 있을 뿐이다. 다만 判例는 친권의 남용에 관하여 “상대방이 악의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바로 친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함으로써 통상의 대리권남용보다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3) 검토 및 사안의 경우
判例는 친권자의 대리행위가 경제적으로는 미성년자에게 손실만을 가져오더라도 다른 측면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고, 비록 미성년자 개인에게는 손해가 되더라도 가족 전체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무능력자 보호라는 무능력자제도의 취지도 고려한다면 제107조 1항 단서 유추적용설(非眞意表示說)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설문내용을 통해서는 丁의 대리행위를 친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상대방 B의 인식도 명확하지 않으므로 丁의 대리행위를 친권남용으로 무효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Ⅳ. 사안의 해결(1)
丙은 입양신고시부터 丁의 혼인 중의 출생자의 신분을 취득하므로(제772조 1항), 乙과 丁이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해야 한다(제909조 2항, 3항). 따라서 ① 丁이 단독명의로 丙을 대리한 경우 무권대리이나 상대방 B는 최소한 과실이 있다고 보여지므로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丁이 단독으로 대리행위를 하였다면 매매계약은 효력이 없다. ② 만약 丁이 공동명의로 丙을 대리한 경우 상대방 B가 선의라면 丙과 B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고(제920조의 2), 친권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설문 3.의 경우 |
Ⅰ. 논점의 정리(2)
사안에서 태아 戊에게 인정되는 상속에 관한 권리와 출생 후 戊의 권리행사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선결적으로 태아의 권리능력의 취득시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초로 태아 戊에게 인지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제858조 참고), 출생 후 戊가 강제인지(제864조)를 통해 甲의 상속권자로서 X부동산에 대한 지분이전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는지(제860조 단서), 그렇지 않다면 피인지자 戊에게 가액반환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인정된다면 구체적인 반환범위 등은 어떠한지 검토하기로 한다(제1014조).
Ⅱ. 태아 戊의 권리능력(4)
1. 문제점
태아인 戊도 상속능력이 인정된다(제1000조 3항). 다만 제1000조 3항에서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문제된다.
2. 학 설
① 태아도 권리능력을 갖지만 사산(死産)하면 사건의 발생시에 소급하여 소멸한다는 해제조건설과 ② 태아는 권리능력이 없지만 살아서 출생하면 사건의 발생시에 소급하여 권리능력이 생긴다는 정지조건설의 대립이 있다.
3. 판 례
“특정한 권리에 있어 태아가 권리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대행할 기관이 없어 태아로 있는 동안은 권리능력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정지조건설을 취하고 있다.
4. 검토 및 사안의 경우
해제조건설은 태아의 이익보호를 그 논거로 하나, 법정대리인의 처분에 의해 오히려 태아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고 그 밖에 사산의 경우나 쌍생아출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지조건설이 타당하다. 이에 따르면 戊는 태아인 상태에서는 인지를 받더라도 상속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Ⅲ. 태아 戊에게 인정되는 상속에 관한 권리(1)
父는 태아를 인지할 수 있으나(제858조), 제858조의 반대해석상 태아에게는 인지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다수설). 따라서 戊는 태아인 동안 상속에 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Ⅳ. 출생 후 戊의 권리행사(16)
1. 상속인의 확정(3/16)
(1) 인지의 의의 및 강제인지
인지란 혼인 외의 출생자에 대하여 생부 또는 생모가 자기의 子라고 인정하거나(임의인지), 재판에 의하여 부 또는 모를 확인함으로써(강제인지), 그들 사이에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사안에서 戊는 출생한 이후 법정대리인인 母 C가 戊를 대리하여 父 甲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제864조).
(2) 인지의 소급효
인지는 그 자의 출생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제860조 본문). 따라서 乙, 丙, 戊는 甲의 공동상속인이 된다.
2. 상속재산의 귀속 및 형태(3/16)
(1)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
민법은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상속재산은 그 공유로 한다(제1006조)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유’의 성질과 관련하여 ① 공동상속인들은 혈연에 의하여 결합된 조합체이며, 상속재산에 물권, 채권·채무, 사원권, 지적재산권 등이 포함되므로 조합재산과 유사하다는 合有說이 있으나, ② 제1006조의 문리적 해석과 함께 합유설에 의하면 공동상속인 각자의 재산권 행사를 어렵게 하므로 상속지분의 신속한 거래와 거래안전의 측면에 비추어 共有說(다수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③ 判例도 일관되게 공유설을 취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따라서 乙, 丙, 戊는 甲의 공동상속인이 되어 상속재산을 3:2:2의 비율로 공유하게 된다(제1006조).
3. 乙과 丙의 상속재산분할과 戊의 재분할청구의 가능성(3/16)
乙과 丙은 X부동산을 D에게 처분함으로써 상속재산을 협의분할하였다(제1013조). 협의분할은 상속인 전부가 참여하지 않은 한 무효이므로,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 전에 이미 다른 공동상속인이 분할 기타의 처분을 하였다면 분할을 다시 하여야 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재분할은 제3자에게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힐 염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인지의 소급효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하므로(제860조 단서), 상속재산분할의 효과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戊는 D를 상대로 X부동산에 대한 지분이전등기말소 등은 청구할 수 없다.
4. 피인지자 戊의 가액반환청구권(7/16)
(1) 의의 및 취지
민법은 공동상속인이 이미 이루어진 재산분할의 효과를 그대로 인정할 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하여 거래의 안전과 상속인의 실질적 상속권의 조화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제1014조는 분할 후의 피인지자에게 가액반환청구권만을 인정하고 있다.
(2) 戊의 가액반환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1) 가액청구의 요건
ⅰ) 1014조에 기한 청구권자는 상속개시 후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이어야 하며, ⅱ) 인지자 등이 재산분할을 청구할 당시 이미 다른 공동상속인이 분할 기타 처분을 하였어야 한다. ⅲ) 아울러 위 가액청구권은 상속회복청구권의 실질이 있으므로 상속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단기제척기간이 적용된다.
2) 사안의 경우
ⅰ) 戊가 父인 甲이 사망한 후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인지확정판결을 받고, ⅱ) 甲의 공동상속인인 乙과 丙이 공동상속재산을 협의분할하였으며, ⅲ) 여기서 침해를 안 날이란, 인지판결이 확정된 날을 의미하므로 戊는 인지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년 내에 乙과 丙을 상대로 X부동산의 가액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3) 가액산정의 기준시점
乙과 丙이 반환할 가액의 기준시점은 현실의 지급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피인지자 戊에게 공평하다. 判例 역시 이와 같은 견지에서 제1014조의 가액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실제 처분한 가액 또는 처분한 때의 시가가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시의 시가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4) 가액반환의 범위
乙과 丙이 피인지자 戊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1014조의 취지가 피인지자의 이익과 기존의 권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만큼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에 관한 민법규정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므로 判例가 판시하는 바와 같이 가액의 범위에 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에 관한 민법규정(제748조 1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乙과 丙의 선의는 반환할 가액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 소 결
戊는 인지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년 내에 乙과 丙을 상대로 X부동산의 변론종결시 가액의 2/7에 대해 각각 3/5, 2/5의 비율로 가액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Ⅴ. 사안의 해결(2)
戊는 태아인 동안 상속에 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나, 戊가 출생한 이후에는 강제인지의 소(제864조)를 통해 승소판결을 받으면 乙, 丙, 戊는 甲의 공동상속인이 되어 X부동산을 3:2:2의 비율로 공유하게 된다(제1006조).
이 때 戊는 D를 상대로 X부동산에 대한 지분이전등기말소 등은 청구할 수 없으나, 인지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년 내에 乙과 丙을 상대로 X부동산의 변론종결시 가액의 2/7에 대해 각각 3/5, 2/5의 비율로 가액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