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시험은 미국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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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시험은 미국도 어렵다
  • 오사라
  • 승인 2010.06.1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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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미국 Maryland 지방법원 Commissioner(Magistrate)

 

한국에서도 제2차 사법시험 날자가 성큼 다가왔다. 날씨도 벌써 많이 더운데 올해에는 레코드를 깨는 뜨거운 열기의 경쟁률이 기록될 듯하다는 정보다. 사실 Essay라는 시험의 형식 자체가 수험생에게는 쉽지가 않다. 한정된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신속히 판단하는 순발력과, 며칠간의 장기간 시험을 끝까지 성실하게 수행해 내는 지구력을 동시에 평가하는 로마제국 제도의 일종의 Brain Marathon 경주인 것이다. 특히 요즘 한국에 로스쿨이 도래한 시대에 치열하게 사시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초조한 마음을 생각하면 안쓰럽다. 이렇게 어려운 올림픽에 참여하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금메달이라도 목에 하나씩 걸어주고 싶은 느낌이다.


한국의 사법고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미국 변호사시험의 논술부문도 많이 어렵다. 하루 종일 꼬박 앉아서 시험을 보고 의자에서 일어서면 뒷목과 어깨가 뻐근하다. 지금은 노트북 컴퓨터 사용옵션이 허가되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시험지는 펜으로만 작성해야만 했다. 오전 부문 3시간 시험 이후엔 이미 손가락이 잉크로 새까맣게 되었기 일쑤다. 시험장을 떠나면서 학생들은 외친다. “My brain is so FRIED! (내 머리 속 전자 휴즈가 합선되어 까맣게 타버렸다!)”, “My stomach has BUTTERFLIES (속이 불편한 것이 꼭 뱃속에서 나비가 울렁울렁 날아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대답한다. “Hey, drive home carefully! (집에 운전할 때 조심해서 잘 가세요!)”


논술고사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하면 미국 Bar Exam 출제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
첫째, 객관식 출제와는 달리, 논술문제는 각 주(State) 관할마다 출제가 다르다. 지역적 법률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되, 최근에 나온 판례를 연구하자. 시험문제 출제자는 관할에서 현재 활동하는 법조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현재 한창 쟁점으로 삼는 법적 이슈가 시험문제에 반영되는 것은 틀림없는 기정사실이다. 시험 전 1년 동안의 관할 내의 법률뉴스를 스크랩하여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는 동네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 판검사를 직접 만나서 “요즘 법조계에서 논쟁이 되는 유명한 사건 얘기 몇 가지 해주셔요”하고 Tutoring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도 스마트하다. 미국의 값비싼 학원들 역시 공부 자료를 수집할 때 이런 Source를 이용한다.


둘째, 시험지를 받으면 우선 출제된 문제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채점하다 보면 너무 서두르는 마음에 그만 문제를 잘못 해석하여 동문서답을 하거나, 쟁점이 아닌 이슈 하나를 설명하는데 귀한 시간을 헛되이 버리고 결국 제대로 답의 요점을 정리하지 못하여 점수를 잃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한 시험문제에 할당된 시간이 만일 25분이라면 최소한 10분 동안 문제를 읽고 답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생각’하는데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상 펜을 들어 쓰는 것은 할당된 시간의 50% 이하를 할애하면 족하다. 채점자는 긴 소설이나 교과서를 읽기 원하지 않는다. 한마디 짧은 글을 쓰더라도 명확하게 포인트 점수를 얻을 수 있는 ‘One Shot, One Kill’의 간결한 답안지를 작성하자.


셋째, 글씨를 깨끗하게 쓰자. 몇 백장, 아니 몇 천장의 답안지를 대하는 채점자에게 있어 해독하기 어려운 글씨체는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점수를 한 포인트라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채점자를 찌푸리게 할 필요가 없다. 만일 글씨에 자신이 없다면 노트북 컴퓨터 옵션이라도 택해서 타이프를 치는 것이 좋다. 관할에 따라 다르지만 시험장에서 노트북을 쓰려면 평균 US$150-$200 (18만원-25만원) 정도의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비록 수험생에게 부담이 되는 액수라 하더라도, 미국 변호사 시험을 패스하려는 야망을 가졌다면 꼭 해 볼만한 값어치 있는 투자이다.


I wish you good luck!!! 지금 글로벌 시대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한국계 법조인들이 활약하는 상황이다. 사법고시에 있어 아직 로마법 제도형식을 따르는 유럽과 남미국가에서는 객관식 보다는 주관식 논술형 시험이 주류를 이룬다. 앞으로 세계로 나가는 한국인의 더욱 눈부신 법조계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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