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실패, 로스쿨에 무엇을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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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 실패, 로스쿨에 무엇을 말하나
  • 법률저널
  • 승인 2010.06.1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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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선택을 대학 자율로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국내 주요 대학들이 의전원을 폐지하고 의대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의사 양성 시스템은 의전원과 의대의 '투 트랙'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이로써 지난 2005년 시작된 '의전원 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전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다양한 학부 학생들에게 의대를 개방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8년이라는 긴 기간과 학비 부담 탓에 대학의 반발과 이공계 교육의 파행 등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현 정부가 제도의 궤도수정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많은 의대와 이공대 교수들은 '의전원이 교육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공계 황폐화' 현상이다. 각 대학에선 이공계 우수 학생들이 4학년 1학기에 휴학해 의전원 전문 학원에 다니고, 8월에 시험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의 인력 공동화(空洞化)'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의전원 체제를 더 이상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특히 전문대학원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또한 '고령화'의 문제도 안고 있다. 4년 동안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의학을 시작할 경우 인턴(수련의)과 레지던트(전공의), 전임의를 거치면 30대 후반에야 전문의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정부 방침에 대학들이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폐지 뜻을 밝힌 것은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의전원보다 4년 늦게 시작한 로스쿨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의전원 제도가 사실상 실패로 끝남에 따라 이제 1기생이 반환점 돈 로스쿨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철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시험이라는 단판 승부로 법조인이 되는 사법시험 대신 3년간의 폭넓은 지식과 실무 능력 교육을 통해 전문화·다양화·특성화된 '21세기형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던 로스쿨이 현재 어느 하나 당초 도입 취지는 찾을 수 없고 종전의 사법시험 체제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교육의 맹점으로 지적돼온 '주입식 수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법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소크라테스식 수업'도 학생과 교수들이 관심이 없는 탓에 먼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명제는 허공으로 날아가고 기존 법대의 껍데기만 바꾼 '돈스쿨'에 불과한 셈이다. 

또한 지역균형 발전과 기존의 법조 카르텔을 어느정도 무너뜨리겠다며 도입했던 로스쿨이 서울의 지방 착취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점령하면서 'SKY 연고주의'를 더욱 가속화하는 괴물이 된 셈이다. 사법시험보다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사시 막차를 타겠다며 자퇴하는 학생이 나오고, 명문 로스쿨로 옮기기 위해 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반수(半修)'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변호사시험의 성적은 큰 의미가 없는 시험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드러나는 것은 '간판' 밖에 없어 기를 쓰고 반수를 성공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다양한 사회경력이 풍부한 인재들이 로스쿨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절대 다수가 상대적으로 사회 경력이 없는 30세 이하로 채워져 있다. 로스쿨 도입이 사법시험 못 붙고 돈 좀 있는 학부 졸업생들의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이상 로스쿨은 '사법개혁'이라는 화려한 슬로건으로 포장하며 밀어붙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국 25개 로스쿨이 떠들썩하게 공동 입학설명회를 열었지만 빈 자리 설명회로 끝난 것도 곱씹어볼 일이다. 현재 노정(露呈)되고 있는 문제점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하루 빨리 정부와 법조계 그리고 대학당국이 근본적이고도 전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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