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인터뷰]행정소송 전문 김형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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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인터뷰]행정소송 전문 김형준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10.06.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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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사람 다루는 직업…사건 해결 중심엔 ‘사람’ 있어야"
"‘지식’보다 ‘경험’이 전문 변호사 척도"


“변호사는 사람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법적 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중심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지후의 김형준(사법시험 45회)변호사는 재개발, 재건축, 영업정지, 조세 등 행정소송을 전문으로 한다. 국문학을 전공한 인연으로 공법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딱딱한 법을 다루는 법률가일수록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7일 서초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났다.

 

나무도 숲도 볼 줄 알아야 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때부터 공법에 관심이 많아 행정법을 전공한 김 변호사는 졸업 후 강남구청 상근 고문변호사로 1년 여 근무하다 현재 3년째 성동구청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맡은 행정소송 본안사건만 해도 200건이 훌쩍 넘다 보니 이 분야 어지간한 사건은 다 해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그는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했다. 전문 변호사라 불릴 수 있는 자격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서다. 특정 영역을 오랜 기간 깊이 있게 공부했다고 해서 전문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고객이 확보됐을 때 전문변호사라 칭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생각이다. 변호사는 책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사건을 통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배워나가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도 그는 전문변호사라 불리기 충분하지만 김 변호사는 “나무 뿐 아니라 숲도 볼 줄 알 때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서 “행정 분야 외의 다른 분야에서의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며 겸손해 했다.

 

대법, 재건축 결의 행정소송으로…무익 소송 우려


다양한 행정소송 가운데 김 변호사가 최근 많이 다루는 사건은 재건축·재개발 소송이다. 지난해 10월 재건축조합의 설립결의도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후 조합 내부 분쟁까지 행정소송으로 다뤄지게 돼 소송이 더 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판결이 무효의 범위를 넓혔다는 데 있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조합추진 단계에서 백지 조합설립동의서에 인감증명을 받아 무효라고 주장하는 등 공무원이 명백하게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행정청이 인가처분의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심사까지 하라는 것이어서 행정법의 기본 법리까지 흔드는 것 아니냐”며 “발목잡기 소송이 늘어날수록 시간 비용과 PF 비용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론스타 사건’ 아쉬움 커…자신감도


법조 5년차 김 변호사에게 가장 기억 남는 사건은 새내기 시절 수임했던 론스타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등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이다.


구 지방세법에는 대도시 안에 5년 이내 설립한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등록세를 3배 부과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1996년 1월 설립등기를 마친 ‘씨엔제이트레이딩’을 2001년 6월 인수한 후 스타타워빌딩을 취득하면서 이 법의 중과세 규정을 피하려고 했다. 이에 서울시는 휴면법인 인수일을 신설 법인의 등기일로 봐야 한다면서 등록세 253억 원을 부과했다.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김 변호사가 서울시를 대리해 사건을 맡은 것은 변호사 1년차 때였다. 신참내기 변호사로서 국내 대형 로펌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는 밤샘을 수 날 해가며 소송을 준비했다. 1심 행정법원에서는 론스타 손을 들어줬다.


전세가 기울어지자 대리인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흘러 나왔다. 그러나 그는 ‘일단 싸워보자’고 주장했고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그 후 김 변호사가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이 사건은 다른 대리인 손에 맡겨지게 됐다.


이 사건과 관련 김 변호사는 “공을 많이 들였던 사건이어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웠다”면서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가 불법이 아닌 것으로 판결되는 것을 보면서 상식을 벗어난 법이 적법한 법이 될 수 있 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골리앗을 대상으로 싸우면서 경험이 적다고 해서 큰 사건을 못 맡는 것은 아니라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전했다.

 

변호사, ‘사람 다루는 직업’


대학시절 김 변호사는 국문학도였다. 이때의 인문학적 소양이 연수원 시절 그가 공법학에 관심을 갖게 된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그는 변호사를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법적 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중심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한 법률은 국민의 법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당 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생각이다.


2007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분류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맡은 것도 이 같은 그의 소신에서였다. 등급제 시행으로 수험생 및 학부모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김 변호사는 수능 등급제 평가는 헌법이 규정한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공무원이나 사법시험은 시험 과목, 배점 등에 관해 법으로 정하고 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시로 매해 지정,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은 법률의 명확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처분의 직접성이 없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이미 시험을 본 수험생들에 처분의 직접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특별한 직업 결코 아냐…겸손 잃지 말길


군 복무를 마치고 사법시험 공부에 돌입한 김 변호사는 3년 반 만에 합격의 기쁨을 얻었다. “무엇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힘이 들었다”고 그는 수험시절을 소회하면서 수험생들에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가를 늘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실력 좋은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먼저 판단한 후 법리를 적용하지만 실력 없는 변호사는 법리에 사실관계를 끼워 맞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방면의 경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성적은 썩 훌륭한 편이 못된다. 대신 그는 변호사로 나가 주력해야 할 분야의 공부를 해 나갔다. “이때의 공부가 지금까지 힘이 되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인터뷰를 말미에 김 변호사는 예비 법조인들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변호사는 법률사무소에 입사하면 월급쟁이고 개업하면 사업가다. 남들보다 더 잘나기 위해서, 돈을 더 잘 벌기 위해 법조인을 꿈꾼다면 법서를 덮는 것이 낫다” 길고 힘든 수험기간을 거쳐 얻은 자격인 탓에 특별한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겸손함을 잃을 수 있는 데 대한 강경한 어조의 당부였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당시 축구 응원 함성을 외면하지 못하고 한 눈을 팔았다가 그해 2차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그는 사법시험 2차시험을 2주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월드컵 기간을 현명하게 넘기기 바란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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