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인터뷰]가사 전문 김수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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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인터뷰]가사 전문 김수진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10.06.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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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분야, 의뢰인과 ‘소통’이 가장 중요해
법적 해결뿐 아니라 마음 상처 어루만질 수 있어야


“가사분야를 다루는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처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올해 16년 째 가사사건을 다뤄온 김수진(사법시험 34회)변호사는 가사 전문 변호사로 이름나 있다. 김 변호사는 가사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는 “법적 해결책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마음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1일 서초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났다.

 

마음 상처 치유하는 정신과 의사 역할도
김 변호사는 가사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 외에는 그 누구도 모르는 두 사람만의 문제를 법률적 지식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온 의뢰인에게 변호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법적 해결책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다독거림’이어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김 변호사는 의뢰인의 말을 충분히 듣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황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가사사건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라고 정의하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한 발 양보해 조정을 하면 승자가 되고 욕심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소송을 계속 진행하면 모두 패자가 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분야 변호사들이 가사사건을 ‘진흙탕 싸움’이라고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사분야에서 전문변호사로 꼽히고 있는 김 변호사지만 상담을 통해 소통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당사자들을 만날 때면 의욕이 떨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처음보다 편안해지는 의뢰인의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보였다.


최근 이혼율이 증가해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드려는 예비법조인들에게 김 변호사는 “가정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갖고 사명감 있게 일을 해야 해 낼 수 있는 분야”라며 “많은 변호사들이 가사 사건을 다루는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구조공단서 근무하면서 나갈 방향 결정해
김 변호사가 처음부터 가사분야를 전문으로 다루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연수원을 졸업하던 해 그는 M&A 분야를 다루는 변호사를 꿈꾸며 국내의 대형 로펌 입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 판사인 남편의 지방발령이 결정됐고 육아 등의 사정이 겹쳐 로펌 입사를 포기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때가 변호사로서의 방향을 결정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가사사건과 산재사건을 주로 수임했던 김 변호사는 “힘든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도우면서 법조인으로서의 보람을 처음 느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자유롭게 국제무대를 누비면서 활동하는 연수원 동기들의 소식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었지만 법적 절차를 몰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서 변호사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1년 후 김 변호사는 개인사무실을 개업해 가사분야 사건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법률구조공단에서 ‘잘 들어주는 변호사’라는 입소문이 난 것이 개업 후에도 도움이 됐다고 그는 귀띔했다.

 

시대 따라 이혼사유도 변화…조정은 치료과정
가사 전문 변호사로 일한지 올해 16년차를 맞는 김 변호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혼소송의 청구 사유에도 변화가 있어왔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남편의 외도 및 폭력, 고부간의 갈등 등을 이유로 아내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아내의 외도 및 폭력, 장인장모와의 갈등을 겪는 남편이 원고로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과 더불어 이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이혼율이 더욱 늘어나게 되면서 법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혼 소송중인 부부에게 심리치료를 권하거나 법원 내에서 운영하는 상담교실에서 상담을 받게 하는 등 법원의 재판 외의 역할이 늘고 있다”면서 “이혼 부부의 자녀에 대한 책임을 부부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 자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재판 전 반드시 조정을 거치도록 한 조정전치주의에 따라 법원이 선고기일을 정한 후라도 양 대리인에게 조정을 하도록 협조를 구하기도 하는 등 조정절차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가사소송에서는 이런 이유로 속행기일 간격이 긴데 더딘 진행에 답답해하는 의뢰인들이 많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전언이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회 조정위원으로도 수년 째 활동하고 있는 김 변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뢰인의 얼굴이 편안해 지는 것을 보면서 조정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뢰인들이 조정기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독이지만 스스로를 정리하는 기간으로 보낸다면 치유과정이 될 수 있다”면서 “뒷모습이라도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도록 조정기간을 잘 보내라고 의뢰인에 조언한다”고 말했다.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허용 판결 받아내
김 변호사는 올해 1월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로부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소송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은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제기한 이혼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이지 않아 온 대법원의 유책주의 예외 범위를 넓힌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원고 A씨는 2002년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고 부인 B씨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5년 넘게 별거해 오다 부인을 상대로 이혼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가정을 지키고 사회를 유지하는 데 유책주의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긴 별거기간 동안 남남으로 살아왔는데 외도를 했다는 이유로 이혼을 못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행복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며 “별거기간이 오래돼 가정의 실체가 없어졌을 경우에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청구를 받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혼 청구 원인으로 혼인관계의 파탄 여부를 보는 파탄주의를 받아들인 판결로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했다.

 

‘말 많은 변호사’…소통 중요하게 여길 것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당연한 과정으로 법대에 진학했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생각이 달라지게 됐다. 법조인 말고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목표로 삼은 꿈에 회의가 느껴지자 김 변호사는 법서 대신 영어 책을 잡고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것이 반항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졸업 후 사회에 나와 녹록치 않은 현실과 부딪히면서 사법시험은 꼭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지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사법시험 합격 후 법조인이 아니더라도 변호사 자격을 동력 삼아 다른 꿈을 실현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결심이 서자 가속도가 붙었다. 김 변호사는 2년 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김 변호사의 수험생활을 그야말로 ‘정신력과의 싸움’이었다. 7월 2차 시험을 앞두고 5월부터 거식증에 걸릴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그에게 가장 큰 힘은 가족과 종교였다.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는 기도 대신 4일간 시험을 끝까지만 치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그는 “사법시험은 자기와의 싸움인 만큼 2차 시험까지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뿜어내길 바란다”고 후배들에 당부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다음에 기회를 또 다시 갖겠다는 생각은 비겁한 것”이라면서 “배수진을 치고 끝까지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김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목이 쉬어 있었다. 그는 의뢰인에게 ‘말 많은 변호사’로 통한다. 무엇보다 의뢰인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탓에 김 변호사의 목은 쉴 날이 없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로,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이 자리에 있겠다”며 웃어보였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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