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아카데미' 부작용 짚어봐야
상태바
'외교아카데미' 부작용 짚어봐야
  • 법률저널
  • 승인 2010.05.28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교통상부는 현행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2013년부터 1년제 비학위 과정의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50명씩의 외교관을 선발하는 내용의 외교관 선발제도안을 마련했다. 외교부는 내달 중순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 7월부터 외교아카데미법 제정과 외무공무원법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외교부가 마련한 시안에 따르면 지난 1968년 이후 시행돼온 외무고시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2012년부터 1차 서류전형→필기시험→사전면접→면접시험 등 다단계 검증을 통해 예비외교관을 선발하고 1년간 외교아카데미 교육을 거쳐 5급 외교관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또 응시대상은 주로 대학 학부졸업생이 참여하는 일반전형 외에도 영어와 제2외국어 능통자와 에너지·통상·군축·환경·개발·국제법·지역 전문가들도 학력이나 연령제한 없이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교부가 내놓은 이번 시안의 핵심은 21세기 새로운 외교적 도전에 맞서 국제적 감각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뽑기 위해 지식평가 외에 학업성취도, 경력, 인성 및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외교아카데미를 통한 외교관 실무교육을 강화해 '뽑는 외교관'이 아니라 '길러지는 외교관'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외무고시제도는 1,2차 필기시험과 3차 면접시험을 거쳐 곧바로 5급 외교관을 채용해 외교관으로서의 자질 평가 없이 필기시험 성적순으로 외교관을 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외교관 선발방안은 큰 틀에서 보면 수긍할 부분이 많다. 특히 외교 분야의 특수성을 볼 때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과 균형 감각은 오랜 기간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체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기시험 위주의 기존 외무고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 선발절차를 보면 우려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1차 서류전형에서 영어와 제2외국어, 한국사, 공직적격성평가(PSAT), 학부성적, 경력증명 등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수험부담을 가중시키고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평가요소는 수험생들에게 무분별한 '스펙쌓기'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 돈 많은 특권 계층, 외고 출신과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순혈주의, 엘리트주의 타파와 채용의 다양화는 허울뿐이다. 결국 명문대 출신자들에게 문호만 넓혀 줘 이들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가 지배해 온 외교계 카르텔을 더욱 고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필기시험에서 영어를 제출된 공인인정 성적을 환산 후 필기시험 성적과 합산하는 것도 자칫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 이는 길러지는 외교관을 양성하겠다는 취지와도 배치된다.

무엇보다도 서류전형에서 얼마나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 부분이 무너지면 외교아카데미 발상은 공염불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서류전형 탈락자들로부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또한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진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외교아카데미의 성패는 우수한 교수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탁월한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좁은 인재풀에서 이뤄지는 교수 요원으로는 정부가 구상하는 우수한 외교관의 양성은 불가능하다. 로스쿨에 걸맞은 우수한 교수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의 법과대학에서 로스쿨이라는 외형만 덮어씌운 지금 로스쿨의 교육에 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응책을 충실히 강구해야 한다.

유예기간도 짧다. 40여년동안 유지해온 제도를 단 2년의 유예로 폐지하는 것은 지나치다. 통상 외무고시 합격까지 3년이라는 수험기간을 고려하면 이제 막 수험준비를 시작한 수험생들에게는 가혹하다. 특히 연령제한 폐지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외무고시에 뛰어들었던 수험생들은 외교아카데미 설립 소식에 마음이 휘둘리고 있다. 따라서 외교인력 충원 방식이 당분간은 '투트랙'(Two-track)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에 대한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최종 정부안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의 정부시안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경우 국회 통과는 낙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