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고인의 사생활권과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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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고인의 사생활권과 인터넷
  • 오사라
  • 승인 2010.05.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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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미국 Maryland 지방법원 Commissioner(Magistrate)

 

“아니 그럼 내가 몇 번 구치소에 다녀왔는지 우리 아버지께서도 한 번에 다 보실 수 있단 말입니까? 이걸 어떡하면 좋아!” 메릴랜드 주 사법부가 운영하는 ‘Case Search’ 웹사이트가 공개하는 자신의 범죄기록을 보며 마약상습범 피터는 경악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사생활권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입니까?” 피터가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면서 외쳤다.
웹사이트에는 피고인 피터의 과거가 고스란히 보였다. 어린 20세 나이 대학생 시절부터 마리화나(대마초) 소지와 사용으로 법원을 드나든 피터의 전과는 이제 누구나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었다. 3년전 망신스러운 매춘 사건에 연루되어 연행되었다가 석방된 사실은 물론, 피터의 신원정보인 생년월일, 주소, 키와 몸무게까지 묘사되어 있다. “이렇게 다 알려지다니 … 동네 창피해서라도 이제 재판소 그만 좀 와야겠네…” 간수가 수갑을 채우자 피터가 체념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메릴랜드 주를 비롯한 미국의 주정부 관할 사법부가 이렇게 법원 기록을 공표하는 이유는 개인의 Right to Information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요즘 매스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투명한’ 정부를 구성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메릴랜드 주는 주정부가 소유하는 정보는 시민 누구에게나 ‘Open’ 되어야 한다는 법령 아래 법원 기록을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Right to Privacy를 고려해서 웹사이트에서 제외되는 기록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법원을 거쳐 가는 모든 사건절차는 자동적으로 실시간 인터넷에 업로드 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있는 것이 요즘 미국의 현실이다. 2000년대 들어 사법부가 전산화되기 시작한 이후로, 법원의 결정은 재판석에 앉아있는 서기의 컴퓨터를 통해 사법부 네트워크에 입력되고 곧바로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시민이 정부가 보유하는 정보를 알 수 있는 권한과 개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비밀로 할 수 있는 권한- 보편화된 인터넷 사용과 함께 드디어 이 두 헌법적 ‘Rights’가 충돌하는 Technology 세상이 도래했다.


옛 역사를 생각해보면 서양에서도 왕정이나 강력한 정부의 세력에 반응해 개인의 Right to Privacy가 무엇보다도 중요시 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터넷이 보편화된 오늘은 다르다. 세계적으로 형법은 이제 피고인의 인권은 물론 무고한 피해자의 인권을 고려해주는 한 발 앞선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Right to Information이 점점 무게를 더해 가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헌법과 인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역동적인 글로벌 시대에 우리는 살게 되었다.


메릴랜드 주의 예를 계속 들어 본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성범죄자의 사진과 자세한 신원정보를 별도로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이른바 성범죄자 명단 ‘Registry’라는 등기소가 설립되고, 시민은 등기소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쉽게 자신의 동네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의 주소와 얼굴 생김새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재발이 비교적 빈번한 성범죄는 발생한 후에 처벌을 가중하기보다 오히려 발생 이전에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 형사계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대를 맞아 미국을 비롯해 사법시스템 전산화가 유행처럼 요즘 세계 여러 형법기관에서 활발하게 연구, 설치되고 있다. 전산화 Technology와 현대식 법률제정, 이 두 방면에 있어 국제적으로 눈부시게 앞장서는 Dynamic Korea가 과연 앞으로 어떤 발전을 이룩할지 주목된다. 물론 국내에서 무엇보다도 Right to Privacy와 Right to Information을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국제 사회는 하이테크의 리더 한국의 제도 발전을 언제나 눈여겨 볼 것이 틀림이 없다. 세상은 아직 넓고, 새 시대 한국의 법조인은 앞으로 이룩해야 할 과제가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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