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과 로스쿨은 출발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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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과 로스쿨은 출발점이 다르다
  • 법률저널
  • 승인 2010.05.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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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4명이 최근 공동 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 가운데 사법시험 합격자들에 대해서는 법개정에 불구하고 현재와 같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한 부칙규정을 놓고 법관임용방안이 로스쿨생을 사법연수생에 비해 차별하는 규정이라며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대표자 협의회는 "(부칙조항)이 사법연수원 수료자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는 동일하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함에도 불구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에게는 법관 임용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헌법에서 규정한 평등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며 부칙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법시험 수험생들과 사법연수생들은 법관임용에 대한 기대는 수년동안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 형성된 것이어서 유예기간 없이 입법 후 바로 적용하는 것은 사법시험 합격자의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 경과규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차별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는 사법연수원 수료예정자 등의 경우 판사임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함과 아울러 법조일원화 시행 직후 법원의 판사 수요를 쉽게 충족할 수 있도록 하려는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의 제도가 생래적으로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법시험제도와 로스쿨제도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둘을 비교하면서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사고에서 연원(淵源)한 것이다. 로스쿨은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 방식으로 법조인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로스쿨제도는 법조인은 장기간 '양성' 되는 것이라는 사고에 기초한 셈이다.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바로 법조인으로서 능력이 완성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성' 되는 로스쿨 출신에 대한 평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로 도입한 것이 로스쿨제도다. 법원이 로스쿨 출신을 바로 판사로 임용하지 않을 계획이고, 검찰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로스쿨의 원산지, 미국 변호사시험도 기본 능력만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사법시험제도는 선발과 사법연수원의 실무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완성'시킨다고 본다. 사법연수원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해 왔던 법학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넘어 실제 상황에서 법적 쟁점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사고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가로 완성시키게 된다.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에 치르는 사법시험은 판사·검사·변호사 또는 군법무관이 되려고 하는 자에게 필요한 학식과 능력의 유무 등을 검정하는 시험이다. 이처럼 양자의 교육목적은 본질적으로 다른데서 오는 차이뿐이지 이것을 차별이라고 하는 것은 무지에서 오는 억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양자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사법연수생을 역차별 하는 것이고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나아가 신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의 제도에 대해서는 경과규정을 두면서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상식의 수준이다. 새로운 제도가 들어오면서 과거의 제도를 일시에 뒤집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대법원도 판례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소위 '변리사법 시행령' 사건에서(2003두12899)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입법자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적절한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로스쿨 교수와 로스쿨 학생대표자 협의회가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 부칙조항이 차별이라며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적인 법리도 모르는 무지한 떼법이자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질 뿐이다. 이는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기성 세대의 못된 습성을 닮아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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