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 분야와 업무영역 같으니 에너지 두 배
재개발 사업 취지 실현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
법무법인 로텍의 권정순 (사법시험 43회)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분야를 주로 다룬다. 시민단체에서 부동산 정책에 관한 법률 활동을 펼치는 것이 계기가 돼 이 분야를 전문으로 하게 됐다는 그는 공익 활동 분야와 소속 변호사로서 담당하는 분야가 같아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된 ‘운 좋은 케이스’”라고 자신의 업무를 소개했다.
12일 서초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만나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용강·옥인 아파트 관련 임대아파트 입주권 취소 처분 취소소송에 관해, 또 그의 늦깎이 고시 준비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단체 인연, 재개발·재건축 전문 분야로
권 변호사는 시민단체 활동을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시작했다. 연수원 2년차 때 참여연대에 있는 선배 변호사들을 도와 입법 활동을 도왔던 것을 계기로 지금은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 다양한 시민단체로 넓혀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의 경우 공익적 성격을 띠는 일을 하는 동시에 소속 변호사로 사선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게 보통이지만 권 변호사는 이 두 가지 분야가 같은 경우다. 그는 “일과 관심 영역이 맞아떨어진 운 좋은 경우”라며 “시민단체 참여가 입법개선 활동부터 개별소송 영역까지 전문성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진행중인 용강·옥인 아파트 소송
서울시는 2007년 12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이 두 아파트를 포함한 일대를 재개발 지구로 정하고 보상 계획을 공고했다. 세입자들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익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중 한 가지 보상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 2007년 4월 이 시행규칙이 다른 법령에 의해 주택을 공급받은 경우 둘 중 하나만 지급한다는 단서가 삭제되는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은 아파트 입주권을 받았다 하더라도 주거이전비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주민들과 권 변호사는 서울시를 상대로 주거이전비 지급 청구소송 제기, 승소했다.
그러나 2009년 7월, 서울시는 이들에게 임대주택 입주권 취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 조례인 ‘서울특별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특별공급규칙(공급규칙)’ 역시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2008년 4월 개정됐지만 소송에 나선 주민들의 경우 2007년 12월 보상을 협의했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관련 주민 50여 명 중 35명이 이미 입주한 상태였다. 권 변호사는 주민들을 대리해 임대아파트 입주권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개발 발목 잡는 보상’ 인식 사라져야
권 변호사는 또 개발 사업에 있어 보상을 개발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법에 정해진 것 보다 적게 보상해주고 소송을 제기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더 보상해 주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돼 있다”는 권 변호사는 “법원이 이 같은 인식을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정한대로 보상을 하도록 해야 개발을 하려는 측에서도 정당한 보상을 하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말이다. 권 변호사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인 만큼 법대로의 판단이 아닌 정책 판단을 하는 법원의 모습을 볼 때 법률가로서 좌절감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재개발 사업의 취지가 주거환경을 개선해서 삶의 질을 높이자는데 있으므로 시민단체에서의 문제제기와 더불어 법률적 다툼도 필요하다면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 소신 찾아 뒤늦게 사법시험 도전
그럼에도 권 변호사가 이런 결정을 한 데는 IMF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후 취업의 대안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고시에 몰리던 사회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권 변호사 역시 여느 젊은이들처럼 안정된 직장을 얻고자 했다. 그의 표현대로 ‘세상 공부’를 하며 지낸 그에게 법조인은 안정적인 동시에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그렇게 법조인의 길을 걷기로 하고 고시 공부를 시작한 권 변호사는 민법총칙을 첫 장부터 끝까지 읽어나갔다. 어떤 공부인가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는 난감했다.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니 기억에 남는 내용이 한 가지도 없더라는 것. 세상 공부를 하느라 책 공부와는 한참 멀어진 후였다. 결국 권 변호사는 그로부터 4년 만에 수험생활 종지부를 찍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안 될 땐 집착 벗어나 스트레스 해소해야
그는 또 수험생활 전반에 대해 “긴 호흡 필요로 하는 사법시험에서는 ‘실력 없는 사람이 붙긴 어렵지만 실력 있는 사람이 떨어지는 것은 쉽다’라는 말처럼 공부 외에도 자기관리도 중요하다”며 “혼자 공부하기 어렵다면 스터디를 통해 여러 사람과 의지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권 변호사 역시 수험생활 동안 스터디 활동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즐겁게 일하며 도움주니 보람 돼
권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 하나만 믿는 시대는 분명 아니다”라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에 즉시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공부를 계속 해 나가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앞으로도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운동가 및 법률가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푸는데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민변에서 민생경제위원회로 일하면서 민생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 없다고 느낄 만큼 다양한 사회 현안을 다루고 있다는 권 변호사는 “역동적으로 사회에 관여해 있고 바쁘게 적응하는 역할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사람에 도움이 된다면 보람 있는 일 일 것”이라며 “변호사에게는 셀 수 없이 많이 벌어지는 사건이라도 의뢰인에는 인생을 좌지우지 할 만큼 중요한 문제이므로 성실히 임하는 자세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