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에 대한 국민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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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에 대한 국민의 눈
  • 성낙인
  • 승인 2010.05.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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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영국은 1215년에 이미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을 통하여 민주주의의 단초를 열었다. 오랜 세월의 손때가 묻어나는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명예혁명, 인신보호법, 권리장전을 채택하면서 서서히 절대군주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국민주권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군주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고법원이 상원에 소속된 법률위원회라고 한다면 믿지 않을 정도이지만 이 또한 사실이다. 2009년에 비로소 대법원을 상원과 별도로 설치하였지만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임기가 남은 상원의원은 여전히 그 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임기가 끝나면 그 후에는 민간 법률가로 충원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통과의 단절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더불어 여전히 의회주권적인 전통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프랑스는 1789년 혁명을 통하여 절대군주시대를 마감하고 공화국을 창건하였다. 태양왕(roi du soleil)의 후예는 혁명군에 의하여 단두대(guillotine)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왕정복고, 나폴레옹의 황제정이라는 반동의 역사를 거듭한 끝에 1875년에 이르러 공화국은 새롭게 자리 잡는다. 제3공화국은 비록 1940년 독일의 침공에 따라 비쉬체제로 종언을 고하지만 프랑스 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은 황금기라 할 수 있다. 현행헌법에서도 공화국은 헌법개정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만큼 공화국적 전통에 대한 국민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혁명 이후 과거의 세습귀족은 법률가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귀족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법복귀족(noblesse de la robe)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혁명 이후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거친 끝에 탄생한 제3공화국의 의회주권적 민주주의는 곧 국민주권은 의회주권을 의미하며 그 의회주권은 곧 법률주권 즉 법률은 국민의 일반의사의 표현으로 연결되었다. 민주주의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원리를 법규범으로 정립하는 과정에서 법률가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국가생활에 필요한 중요한 규범뿐만 아니라 국법질서의 기초를 다지는 공법학이론도 이 시대에 정립되었다는 사실은 제3공화국이 근대적인 민주법치국가 건설에 효시를 이루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의회주권시대에 법률가들의 높은 역할과 참여에도 불구하고 법률가들의 전횡이 너무 심해 제3공화국을 흔히 법률가 공화국(R?publique des juristes)라는 비아양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률가는 좋은 일을 해도 비판받을 수 있고 나쁜 일을 하면 더욱 비판을 받을 소지를 늘 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에서는 일반법원과 검찰을 중심으로 한 순수 법조직보다는 오히려 행정대학원 격인 국립행정학교(?cole d'administration)를 졸업하고 행정관료로 진출하는 것이 더 인기다. 뿐만 아니라 국사원(Conseil d'?tat)를 정점으로 하는 행정법원뿐 아니라 헌법재판기관(Conseil constitutionnel)인 헌법위원회(헌법원, 헌법평의회 또는 헌법재판소로 번역되고 있다)의 재판관은 사법관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법률가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법원의 판결을 둘러싼 갈등은 같은 사건, 유사 사건에서 법원마다 판결 내용이 상이하다. 이 와중에 국회의원이 자신의 홈 페이지에 전교조 교원명단 공개를 강행하면서 이제 국회의원과 법원의 갈등 양상으로 변질된다. 거기에 소위 스폰서 검사 파문이 일어나면서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가 예사롭지 않다. 법률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법원마다 판결이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구나 국가사정체계의 중심에 서 있는 검사들이 업자한테서 공짜 술이나 얻어 마시고 다녔다하니 이를 심정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법률가라는 대한민국에서 선택된 인재들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한 법치국가로의 진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법률가의 새로운 각성과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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