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법적 수요는 필연적…가능성 있는 분야
법 전문가, 객관적으로 판단해 의뢰인 중재 이끌어야
재건축과 재개발 분야 송사가 늘어나면서 변호사들 사이에서 부동산 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함준표(사법시험 28회) 변호사는 지금과 같이 부동산 법률시장이 커지기 전인 97년부터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고 재건축·재개발 전문변호사로 자리 잡아왔다. 그는 이 분야 가능성에 대해 “법률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서초동에 위치한 함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재건축·재개발 분야에 관해 이야기 들어봤다.
재건축·재개발 분야 법적 수요는 ‘필연’
함 변호사는 도시가 팽창하게 되면 반드시 재개발·재건축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가능성을 보고 이 분야에 진입했다. 전망도 있었지만 특히 재건축과 재개발은 도시 서민들의 생존권과도 결부된 문제라는 것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소외된 사람을 위한 대변은 변호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유독 조합 보다 조합원을 대리하는 사건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함 변호사는 앞으로도 재개발·재건축 분야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건축물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해야 하고 팽창한 주택 건설에서 재개발 또한 ‘필연’일 수밖에 없다”며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함 변호사가 처음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로 시작할 때만 해도 이 분야를 다루는 변호사 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전문 영역으로 선택하는 변호사들도 크게 늘었다. 변호사협회 등에서 진행하는 각 영역 연수 프로그램 중 부동산 분야에 수 천 명이 몰리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한편, 함 변호사는 “다만 공공관리제도 등으로 사적 분쟁도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원 비용분담 변경 ‘만장일치’ 판례 깨
그는 잠실 시영재건축아파트, 강동 시영재건축아파트, 반포주공단지 등 다수의 재건축 사건을 수행중이고 최근에는 부산이나 수원 등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도 수임하고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3년 7월 이전에는 재건축 관련 소송은 주택건설촉진법, 재개발은 도시재개발법의 적용을 받았는데 도정법이 시행되면서 하나의 법으로 통합해 적용받게 됐다. 갑작스런 통합으로 미비점 많아 도정법은 계속 개정되어 오고 있다.
이 분야는 기존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조합을 결성, 사업을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쟁이 주가 된다. 따라서 재건축·재개발 분야는 수천 명의 의뢰인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 소송과 다른 점이다.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내부끼리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고 조합과 공사업체간, 행정청간, 조합과 시공사간 등 복잡다단한 문제가 발생한다. 공사과정에서 제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조합원 가입시 제시한 금액보다 몇 천 만원을 웃도는 금액을 내야 하는 경우 등 조합원 비용분담과 관련한 사건이 가장 많다. 또 이른바 로얄층과 저층, 기존 소형 평형 소유자와 대형 평형 소유자 사이의 의견 불일치로 일어나는 분쟁도 많다고 함 변호사는 설명했다.
내 의뢰인 설득해 조정, 중재할 수 있어야
함 변호사는 “변호사들까지 의뢰인 주장에 함몰되어 싸우기만 해서는 되겠냐”며 “법 전문가로서 객관적 시각에서 의뢰인을 설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변호사는 사건 수임단계에서 90%이상 승패를 판단할 수 있는데 질 사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송을 계속하는 경우 의뢰인에 피해를 주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것이 된다”고 지적하며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수익적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이에 집착해 비즈니스맨이 되어서는 안 되고 사회엔지니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초 재산분할청구판결 이끌기도
이 같이 변호사는 입법 경향에도 밝아야 한다는 것이 함 변호사의 조언이다. 그는 “변론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민사소송에서 결국 변호사가 다양한 분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법의 현재화를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슴 뛰는 삶’ 살려 개업변호사로
결국 그는 가슴 뛰는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97년, 현재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부딪쳐 보자는 생각이었다. 실제 개업 변호사로 나와 보니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직장에서 해직을 당하고 헤매는 사람, 평생 일궈 온 사업이 무너져 망연자실해 온 사람 등 수 백 건의 상담을 하면서 그는 변호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함 변호사는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특정분야에 정통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로펌 근무를 통해 기본기를 다지고 개업해 나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하나에 집중하게 되면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일에 소홀해 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업변호사의 경우 전문화를 이유로 찾아온 의뢰인을 내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그 역시 재건축을 전문으로 하지만 다른 사건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
유능하면서도 사회적 책임 다 할 줄 알아야
그는 의뢰인에 충고가 과연 올바른지 되뇌고 또 되뇌면서 끊임없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변호사는 말 한마디에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사람이 인생이 혹은 기업 존폐가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변호사를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자부한다. 함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에 좋은 직업인으로서의 변호사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유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줄 아는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 모두를 겸비하는 변호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