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술꾼에게 술을 더 먹인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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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술꾼에게 술을 더 먹인 죄
  • 법률저널
  • 승인 2010.04.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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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법무법인 세인 변호사

 

우리나라에는 술꾼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술꾼들이 술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술꾼들은 1차나 2차로 만족하지 못하고 3차, 4차 등 새벽까지 술에 빠져들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다 도망을 가면 혼자서라도 뿌리를 뽑으려고 한다.


술꾼들을 노리는 범죄 중에 소위 ‘삐끼’라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호객행위를 한 후에 술을 마시게 하고 마신 술값만 받으면 되는데, 이를 넘어서서 마시지도 않은 술까지 마신 것처럼 속이고 더 많은 술값을 받으면 사기죄가 될 것이고, 술에 취한 술꾼을 때려서 금품을 빼앗으면 강도죄가 성립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술꾼의 금품을 모두 빼앗고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술꾼을 살해하고 유기까지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삐끼를 동원한 호객행위가 식품위생법위반에 해당됨은 물론이다.

 

최근 3명의 술꾼을 호객행위로 연이어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주점에 모시고 와서 술을 마시게 한 후 술꾼들이 취하자 술값 계산을 현금으로 하면 할인이 된다며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면서 신용카드를 받아내고 술꾼들이 술에 취해 결국 잠이 들게 되면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과 현금까지 빼어내고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술꾼들의 통장에 있는 돈을 빼내는 것은 물론이고 현금서비스를 한도까지 받고 심지어 카드론 대출까지 받아낸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선임하게 되었다. 죄명은 특수강도, 특수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식품위생법위반 등이었다.


위 사건을 통해 양주에 이온음료를 섞어서 마시면 더 빨리 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휴대폰과 신용카드가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범죄수사에 정말 긴요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절감할 수가 있었다.

 

사건의 쟁점은 특수강도죄의 성립여부라고 하겠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술꾼들을 상대로 양주와 콜라, 이온음료 등을 섞은 폭탄주로 급히 마시게 함으로써 만취하여 이성적인 판단이나 반항이 불가능하게 한 다음 신용카드를 받아내고 그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현금을 인출하거나 소지하고 있는 현금 등을 빼앗았다며 특수강도죄로 의율하였고, 신경안정제인 ‘아리반’ 4알을 탄 우유나 사와 갑을 휴대하다가 사람에게 마시게 하여 졸음에 빠지게 하고 그 틈에 그 사람의 돈이나 물건을 빼앗은 경우에 그 수단은 강도죄에서 요구되는 남의 항거를 억압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판결(1979.9.25. 선고 79도1735)을 인용하였다.


그렇지만 현재 피고인들은 술꾼들의 호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낸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며,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거나 술에 다른 약 같은 것을 몰래 섞은 것도 아니고 술꾼들이 원해서 마신 술에 술꾼들이 취하였고 비밀번호도 술꾼들이 알려주었으며 술꾼들을 때리거나 겁을 준 사실이 없기에 강도죄의 책임까지 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마취약이나 수면제 등을 복용케 하거나 이취(泥醉, 술에 취함)하게 하여 혼취상태에 빠뜨리는 경우도 일반적으로 강도죄에 있어서의 폭행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이는 강제로 혹은 속이고 그러한 상태로 빠뜨리게 한 경우에 한정하여야 하며 위와 같이 술꾼들이 어쨌든 술을 마시고 싶어서 주점에 찾아왔고 비록 양주에 이온음료 등을 섞는 바람에 술에 더욱 빨리 취하게 된 것은 사실이나 이 또한 술꾼들의 동의하에 이루어진 것이기에 위 사건의 경우에까지 강도죄를 의율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보여지는데, 결국 법정에서 가려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창현 변호사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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