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분노와 도둑고양이
상태바
집단분노와 도둑고양이
  • 법률저널
  • 승인 2010.03.09 0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의 10분의 1이 흘렀다. 10년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이 사회에 나타난 재미 있는 현상 중의 하나가 “집단분노의 희석화”이다. 대신 그 자리를 “개인분노”가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분노가 예전에 집단분노가 담당하던 기능을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체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문제이다. 지난 2년 전 광우병 의심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통해 집단분노가 표출된 바 있지만, 그 이후 각종 부정부패 등 비리와 위법행위 등이 수없이 발견되었음에도 집단분노가 제대로 표출되지 않고 있다. 집단분노의 표출이 아주 적어지고 있고 힘이 약화되어가고 있으니, 집단분노를 통해 개혁될 수 있는 사회의 부조리가 시정되지 않는 채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발달은 개인주의의 발달을 전제로 하고, 개인주의의 발달은 결국 집단적 행동보다는 개체화된 개인적 행동을 통한 개인분노나 개인환호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행동은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결합된 두 명은 흩어진 100명과 싸워서 모두 이길 수 있다. 두 명은 흩어져 있는 한 명 한 명보다 대체로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집단분노에는 상당히 무감각하면서도 집단환호에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열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2년에 개최되었던 월드컵응원전을 비롯하여 각종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들에 대한 열광증상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반면에 사회적 부조리나 정치적 이슈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실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설사 알더라도 그냥 무감각하게 넘어가고 만다. 옛말에 코가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는 말이 있고, 사흘 굶어 담을 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영락없이 그 짝이다. 대학을 나오고서도 취직이 쉽지 않으니 제 배 고파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 부조리를 고쳐야 한다며 목청을 높일 여력은 더더군다나 없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야 어찌 되었든 나만이라도 취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을 출국금지시켰다. 그가 재직하던 기간 동안에 서울시교육청에서 벌어진 부당승진인사 등 여러 건의 인사비리에 관여하고 금품이 수수되었다는 정황증거 등이 포착되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장이나 교감 또는 장학사나 장학관이 될 수 없는 교사를 인사고과에서 “탁월성”이라는 이상한 주관적 인사평가항목을 새로 추가하여 엿장수 마음대로 점수를 부여하여 고과순위를 뒤집는 편법으로 부정인사를 하고 금품을 챙겼다는 것이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어떤 사람인가? 지난 교육감선거에서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가, 결국 대법원의 선거무효확정판결에 의하여 버티고 버티다 교육감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이다. 전교조 소속의 교사들이 불법시위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기도 전에 무자비하게 해고시켜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한 장본인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1심에서 공직선거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자 2심판결을 받아 봐야만 하겠다며 물러서지 않다가,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자 3심판결을 받아 봐야만 하겠다며 버티며 물러서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러다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자 어쩔 수 없이 물러섰는데, 알고 보니 그 버티는 기간 동안 위와 같은 많은 부조리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양두구육의 얼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언행은 결과적으로 표리부동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비리가 터지자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얼마나 곪고 썩어 있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징후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인사담당자들의 비리도 문제지만 그 대상들이 하나 같이 학교 선생이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능력이나 자격이 되지 않는 교사들이 금품수수나 정실을 통해 부정승진하는 동안에 진짜로 승진하여야 할 능력 있고 성실한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썩어빠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자신의 승진을 위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그러한 금품수수 등을 통해 승진한 작자들이 학교 교육을 얼마나 정성들여 할 것인가 말이다. 뭔가 모르게 본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학교 예산을 좀 먹거나 학교급식이나 기자재 납품 또는 교사신축 등과 관련하여 업자들로부터 부정한 뇌물을 받아 챙기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그 대신 열의를 가지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묵묵히 교단을 지켜온 수많은 선생님들, 그 좋은 선생님들이 피해를 보았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데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러한 인사비리가 어제 오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이를 고발하거나 행동으로 부정부패를 고치려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이 참으로 이상하였으니, 소심한 것인지, 아니면 여기에도 집단분노가 사그라져 버린 것인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6월 2일 실시될 지방선거가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기 지방자치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비리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이 94명에 이르렀다. 지방행정을 수행하고 백성들의 편의를 도모하라고 뽑아주었더니 알고 보니 무려 41%나 되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장ㆍ군수들이 생선가게의 도둑고양이 짓을 하고 있었다니 이런 가관이 어디 있는가? 시장ㆍ군수가 되면 이제부터 나쁜 짓을 하고 도둑질을 해야겠다라고 음흉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닌지 겁부터 난다. 저렇게 많은 기초단체장들이 기소되다 보니 비록 기소는 되지 않았을지라도 나머지 59% 조차 “혹시 저 양반도?”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기소된 자치단체장들의 대부분이 지방의회를 한 정당이 독식하는 곳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지방의회를 독식하고 있는 기초단체나 민주당이 지방의회를 독식하고 있는 기초단체나 모두 대동소이하니, 자치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결과적 징표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비리로 물러나게 되면 지방행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것이 뻔하고, 보궐선거나 재선거를 치루는 데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래저래 골병드는 것은 주민들이고, 허덕이는 것은 지방재정이다. 남의 돈, 아니 우리 돈으로 자기들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어찌 이런 일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쩌랴?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런 일에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관심은커녕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랴?

  이런 일에 대하여는 언론이 앞장서서 비리를 밝히고, 그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들에게 이를 소상히 알려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는데도 거대 우편향 언론들은 이러한 기사를 아주 조그마하게 처리하거나 단순히 사실만을 전달하여 그 심각성을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 먹고 살기 바빠, 취직자리 알아보기 바빠 사회현상에 무감각하거나 무심해질 수밖에 없는 사면초가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사회비리의 거대구조화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조차 키워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러한 비리를 고쳐 나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집단분노”의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주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생선가게의 도둑고양이를 뽑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자들에 대하여 추상같은 주민들의 집단분노가 표출되어야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