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것은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입니다. 승정원일기는 인조 1년(1623) 3월부터 1910년 8월까지 임금 비서실 격이었던 승정원에서 처리한 여러 가지 사건들과 취급하였던 행정 사무, 의례적인 것들을 날마다 기록한 것으로 하나의 속기록입니다. 이 책은 국가의 중대사에서부터 의례적인 일에 이르기까지 국정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던 승정원의 전모가 기록되어 있을 만큼 방대하여, ≪조선왕조실록≫을 펴내기 위한 첫 번째 사료로서 그 가치가 대단히 높게 평가되는 기록물이지요. 승정원일기는 무려 3,243권으로 현재 서울대학교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보 제303호이고, 2001년 9월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올랐습니다.
승정원일기를 쓴 사람들은 승정원에 소속된 주서(注書)로 예문관 소속의 사관(史官)과 함께 임금과 신하들이 만날 때 반드시 배석하여, 그들의 대화내용을 기록했는데 일종의 속기사였던 것이지요. 주서는 과거합격자 중에서도 특별히 웅문속필(雄文速筆), 곧 사람이 하는 말을 재빨리 한문으로 번역해서 쓰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았고 승진에 특혜를 주기도 했습니다. 또 주서들은 일종의 속기록 장부였던 본초책(本草冊)을 지참하고 다녔는데 본초책에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필체로 재빨리 기록하거나, 다 받아 적기 어려우면 대강의 메모 후 기억을 되살려 적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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