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난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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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는 난민인가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0.01.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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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얼마 전 영국의 변호사들로부터 영국에서 탈북자들의 난민신청과 관련하여 전문가 의견을 요청하는 몇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요청 내용의 요지는 비록 탈북자가 북한으로 돌려보내질 경우에는 박해의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남한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난민협약상의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영국 당국의 주장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해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독일과 호주 판례의 경우 위와 같은 논거로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부정하고 있는데, 멕시코와 벨기에의 경우에는 탈북자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인 사례가 있고, 영국에서는 상반된 결정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탈북자의 난민 여부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중국이나 태국처럼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하여 이들을 일률적으로 경제적 이주민으로만 바라보는 입장에 대한 비판에 관한 것이었고, 영국과 같이 난민인정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국가에서의 탈북자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난민협약 상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제3조), 「국적법」은 ‘출생한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대법원은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국적을 취득한 자도 ‘북한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자임을 확인하고 있다(96누1221). 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탈북자지원법」’)은 탈북자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를 난민의 개념에 바로 형식적으로 대입시키면 모든 탈북자는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이기 때문에 결코 난민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영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탈북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남한에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남한의 입장 혹은 남한의 국내법을 우선시하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탈북자의 의사를 존중해야할 것인가. 난민협약의 취지에 입각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여러 분들의 의견을 구해봤는데 의외로 북한 인권을 다루시는 분들은 탈북자의 난민 지위에 관하여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가 주로 공격대상으로서의 가해자 중심의 논의는 아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정원 등의 관련 업무 담당자 등과 접촉을 하거나 접촉을 시도해보았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난민협약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국적국의 보호’에서의 ‘국적’은 자동적이고 온전한 ‘국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탈북자지원법」은 그 적용대상을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한 자에 한정하고 있고 그 기본원칙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법질서에 적응’하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탈북자지원법」상 보호신청 및 결정 등의 절차가 법리적으로는 탈북자들의 남한 국적 인정 여부와는 무관하다고는 하지만 재외동포나 재외국민 관련 법령이 탈북자에게는 바로 직접 적용되지 않는 점만 보아도 보호와 관련된 절차는 사실상 탈북자들의 남한 국적 확인에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탈북자의 남한국적이라는 것은 단순한 이중국적이 아니라 북한의 국가성의 부인 및 북한정권의 반국가단체성의 승인이라는 조건 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는, 그리고 북한국적 보유의 입증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조건부 국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90일 이내(평균적으로는 30일, 부득이한 경우 연장 가능)의 합동신문이라는 사실상의 구금상태, 12주 이내의 하나원 교육이라는 사실상의 준구금상태를 견뎌내야만 하는 추가적인 요건이 요구되어진다. 심지어는 국방부훈령인 「군 합동신문소 운영 훈령」(제1084호, 2009. 7. 30.)은 ‘각급 기관의 장’이 언제라도 탈북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고 이들 탈북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남북한 모두와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영국이 북한의 국내법을 부정하고, 남한의 국내법만을 근거로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타당할 것일까. 남한의 국익의 관점을 떠나서 바라본다면, 난민의 관점과 인권침해의 피해자로서의 탈북자의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위와 같은 절차의 강제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원하지 않는 탈북자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왜 다수의 탈북자들은 남한에 오기를 원하지 않는 것일까. 일부 외국의 난민신청사건에서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북한공작원들에 의해 피해를 당할 가능성, 북한에서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 남한사회에서의 차별대우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였지만, 이것이 이들의 생각의 전부를 이야기해 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에 흥분하기 이전에 탈북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무엇이 진정 이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길인가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북한 인권’을 진지하게 접근하는 출발점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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