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 인터뷰]사법연수원 통합 1등 차지한 한나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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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 인터뷰]사법연수원 통합 1등 차지한 한나라씨
  • 법률저널
  • 승인 2010.01.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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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말 귀 기울여 공정한 판결 내리는 판사 될 터
사법시험도, 연수원도 ‘꼼꼼함’이 공부비결"

 

“당사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내달 판사로 법조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한나라(28·사법시험 48회)씨는 “사람의 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법조인이 되겠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한 씨는 13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39기 연수생 수료식에서 연수원성적 3등으로 대한변호사협회장상을 수상했다. 그는 사법시험도 6등으로 합격해 ‘연수원 통합 1등’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수료식이 있기 전날인 12일, <법률저널>이 그를 만나 공부비결과 그동안 연수원에서의 생활을 들어봤다.

 

시보 실습 나가 법원行 굳혀


한 씨는 어릴 때부터 법조인을 꿈꿨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법조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일었다. 법조인의 길을 걷고자 애초 법대를 진학하려고 했지만 수능점수에 맞춰 경제학과에 입학한 한 씨는 사법시험 준비를 위해 대학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 2년 만에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막연하게 동경심을 품고 법조인을 꿈 꾼 그가 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단을 한 것은 연수원 2년차 때 나간 실습에서였다. 한 씨는 “법원, 검찰, 로펌에서 2개월씩 시보 실습을 했는데 실무를 수행하는 판사의 모습을 보면서 법원으로 기울었던 마음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한 씨에게 판사나 검사나 변호사가 모두 매력적으로 비쳐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는 “당사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되고 싶어 법원행을 택했다”고 지원계기를 밝혔다.


연수원 시보 실습은 그에게 진로를 결정하게 하는 계기였던 동시에 편견을 깨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 씨는 “피고인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수사하는 검사의 태도를 보면서 그간 갖고 있었던 편견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시보 기간 동안 한 씨가 깨뜨린 편견은 비단 직역에 관한 것뿐 아니라 피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상습 절도로 구속된 피고인을  조사하면서 선입견을 갖고 대한 태도를 반성하게 되더라”며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연수원 2년차…‘도로 고시생’


연수원 성적에 따라 법원, 검찰, 로펌행으로 진로가 갈리는 만큼 사법연수원은 제2의 고시촌과 다름없다.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예비법조인들도 취업한파를 비껴가지 못하게 되면서 연수생들의 ‘성적 관리’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 한 씨의 전언이다.


한 씨도 입소 후 첫 학기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첫 학기는 수업 일정도 빠듯한데다 각종 행사가 많아 개인학습을 위해 따로 시간을 갖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때의 성적이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한 씨는 강조했다. 1년차 성적이 나오는 2월 초부터 대형로펌의 ‘러브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년차에 들어서는 다시 고시생 시절로 돌아왔나 싶을 정도로 연수생들의 학구열이 불타오른다. 1년차 때 공부에 다소 소홀했다면 2년차가 이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다. 한 씨는 “대부분의 연수생이 자정이 넘도록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며 “자리 맡기도 힘들고 100명 넘게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지곤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도로 고시생’ 생활을 하다 보니 성적이 나올 때는 연수원에 찬바람이 분다고 한 씨는 말했다. 연수원 성적은 서면으로 통보되는 것이 아니라 한 줄로 서서 순서를 기다려 교수에게 직접 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던 진로를 지원할 수 없게 되면 교수실을 울면서 나오는 원수생도 많다는 것. 한 씨 역시 1년차 성적을 4.22를 받아 '통합 1등'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2년차 때 분발해 4.30 만점을 받아 기분 좋게 교수실을 나올 수 있었다.

 

연수생간 끈끈한 우애도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진로와 학업 등으로 녹록치만은 않았던 생활”


한 씨는 연수원에서의 2년을 이렇게 소회했다. 이렇게 생활했기 때문에 연수원을 마치면 시원할 것만 같았지만 막상 수료식을 앞두고 열린 사은회에서는 섭섭함이 감돌았다는 그는 무엇보다 동고동락했던 24명의 정든 조원과 헤어지는 일이 아쉬웠다. 그는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냈는데 막상 헤어지려니 섭섭했다”며 “연수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스터디를 했던 일, 여행을 갔던 일 등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다보니 사법연수원에서는 웃지 못 할 사건도 많이 벌어진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연수생간의 ‘스캔들’이다. 그는 “밥만 먹어도 다음날 스캔들이 퍼진다”며 “이런 일 또한 소소한 재미였다”고 웃어 보였다.

 

사시, 중요도 떠나 모든 내용 꼼꼼히 봐


한 씨의 수험기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휴학 후 1년간 공부에 매달려 1차 시험에 합격한 후 복학해 1학기를 다니다, 다시 휴학계를 내고 1년을 더 공부해 재시로 2차 시험에 합격했다. 그의 합격에는 교과서를 빠짐없이 꼼꼼하게 공부한 것이 주효했다. 한 씨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대충 공부하거나 아예 보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각주까지 꼼꼼하게 공부했다”며 “이런 공부 방법 때문에 1회독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한 번을 보더라도 확실하게 숙지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연수원 2년차 때 1년차 후배들에게 공부 방법을 강의하기도 했는데 그때 그가 조언한 방법 역시 “모든 내용이 중요하므로 빠짐없이 보라”였다.


수험생활에 있어 스터디를 한 것도 활력소가 됐다. 스터디를 통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심리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 씨는 “공부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도 스터디원과 만나 공부하다보면 풀어지더라”면서 “스터디는 학습 지식을 나눈다는 측면보다 흐트러질 수 있는 수험생활을 다잡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감 갖고 체력관리 신경 써야


한 씨는 무엇보다 수험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인 한 씨도 수험생활을 하면서 흔들릴 때도, 다양한 일들로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반드시 합격한다’는 그의 신념은 어느 순간에도 변함없이 굳건했다.


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험을 잘 볼 것 같다는 자신감이 항상 있었다”며 “이 자신감이 수험생활에 힘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험생활에 있어 체력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차 시험을 보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몸이 아프기도 했던 한 씨는 이때의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2차 시험을 준비할 때는 일주일에 2~3번 수영을 했다. 그는 “체력이 떨어지면 공부할 때 졸리고 매사 기운이 없다”며 “운동으로 체력을 쌓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고 당부했다.

 

용기 있는 법조인 될 것


한 씨는 앞으로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사법연수원 민사재판실무를 가르치고 있는 하현국 부장판사를 꼽는 것으로 원하는 법조인상을 대신했다.


그는 “법관의 독립성과 관련, 어떤 신념으로 판단해야 할지 두렵다는 연수생의 질문에 하 부장판사님은 ‘법관으로서의 용기만 갖고 있으면 된다’고 대답했다는 일화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진정한 법관의 자세를 제시한 말씀에 감동 받았다”면서 “평소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두루 살피시는 모습에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말을 앞으로 기억해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법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판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내내 부드러운 미소로, 그러나 당당하게 포부를 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엿볼 수 있었다. 이제 막 법조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한 씨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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