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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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 해를 맞이하며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9.12.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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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기축년 소의 해가 저물고 경인년 범의 해가 밝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원년이 저물고 개원 2주년에 접어드는 새해 첫 해가 떴다.


지난해는 대한민국 근대 사법 60여년간 지속되어 왔던, 사법시험을 축으로 하는 법조인 선발 시스템이 근 15여년의 논란의 진통 끝에 교육을 통한 양질의 인재양성으로의 원년이었다. 그만큼 2009년은 대한민국 법학교육 및 사법제도에 큰 획을 그은 셈이다.


로스쿨 및 관련 기관도 분주했지만 특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1기생들의 흔적은 길이 남을 한해였기도 했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푯대를 잃은 방주마냥,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무던히 한 학년을 마친 듯하다.


첫째는 3월 입학을 했음에도 3년 이후에 치러질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되지 않다가 급기야 우여곡절 끝에 4월말에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은 그 이후에, 결국 8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보다 세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시행규칙은 현재 법안이 마련된 상태에서 공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는 무엇보다 사회 저변에 깔린 로스쿨을 향한 차가운 시선이 이들 1기생들을 더욱 짓눌렀을 것이다. ‘돈 스쿨’ ‘부자들의 학교’ ‘사시 하류’ 등 냉소적인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언론매체와 싸워야 했고 기성 법조인과 단체들을 아군으로 만드는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특히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냉대와 반목은 이들의 기세를 더욱 눌렀고 현재도 진행형이며 또 향후 수년간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로스쿨이라는 교육기관과도, 때론 담당 과목 교수들과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했을 것이다. 장학금이며 교육시설이며 편의시설이며 등 입학 당시 약속했던 제 여건들이 실제와 달라서, 혹은 교과목이 약속과 틀려서, 혹은 수강인원이 적다며 일방적으로 폐강되어서 많은 서운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특히 십수년전에 들었던 은사님의 강의를 로스쿨에 입학해서도 그대로 들어야하는 말도 안되는 현실에, 과제물만 많을 뿐 변한 것은 없는데 등록금만 비싸서, 쪽지시험이다 월말시험이다 툭하면 치러지는 수험에 주눅이 드는 등 하소연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선함과 새로움에 가슴 떨리는 전율도 느꼈을 것이다. 1기라는 자긍과 자부심에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 수도, 각종 행사 및 연수 등으로 설렘과 희망참도 받았을 것이다.


불안반기대반으로 아무도 밟지 않은 오리무중의 하얀 눈밭에 두터운 발자취를 남기며, 앞을 향할 땐 밟아야할 더 많은 눈을 보았을 것이며 뒤를 봤을 땐 너무 뚜렷한 흔적에 세삼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새해가 바뀌기 직전엔 2기 후배들이 지원서를 들고 면접을 보는 모습을 통해 1년전의 자신을 보며 해묵은 한해를 반추해 봤을 법도 하다. 그러면서 뿌듯함과 또 다른 중압감도 받았을 것이다.


기축년을 그렇게 소처럼 무던히 로스쿨이라는 큰 밭에 고랑을 타며 한 해를 보냈으리라 본다. 이젠 소가 아닌 범이 될 때가 됐다. 본격적으로 절차법에도 더욱 빠져 들고 실무교육도 준비하고 대외적 활동도 넓히고, 또 후배에겐 선배로서의 학문적 실력과 왕성해진 활동력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새해엔 범처럼 더욱 강한 추진력과 실천력으로 훌륭한 법조인을 꿈꾸어 나갈 것을 바란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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