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시에 한국사능력검정이 정착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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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시에 한국사능력검정이 정착되려면
  • 법률저널
  • 승인 2009.12.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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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2012년 행정·외무고시부터 예비공직자로서의 역사에 대한 소양을 검정하기 위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응시자격시험제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을 획득해야 응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응시자격을 2급 이상으로 정한 것은 5급 공무원으로서 한국사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역사적 지식과 통찰력에 근거하여 정책 결정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검정하기 위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을 고려해 설정했다고 행안부는 밝혔다. 성적 인정 방법은 현행 영어자격시험과 같으나 성적유효기간은 3년이다. 이는 역사에 대한 이해와 문제해결능력 등의 기본 소양은 습득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됨을 고려하여 영어자격시험보다 1년의 유효기간을 더 둔 것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한국사는 2006년부터 고등고시에서 시험과목으로 제외되면서 한국사 재편입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예비공직자에게도 역사적 지식과 통찰력에 근거하여 정책 결정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한국사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응시자격 요건화에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사실 지식 위주의 평가에 그치고 있고 수험부담만 가중하게 될 우려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이전의 한국사 시험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지만 객관식 평가이고 응시자 대부분이 교과서와 수험서로 공부한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사 시험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과거 국가고시에서 출제된 문제의 상당수가 객관식 시험의 한계상 연대기나 주요 사건을 외우게 하는 정도의 평가에 그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같은 암기식 문제와 지엽적인 유형의 문제들이 한국사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확산시켰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분아래 출제한 문제들이 오히려 한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까지 근본적으로 앗아가 버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교육은 암기식 시험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스스로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읽고 해석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습관이 길러지도록 학습자 중심의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연수원 교육과정에서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그럼에도 응시자격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입이 확정된 이상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우선 난이도 조절이 담보돼야 한다. 실제로 법률저널이 입수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시험의 합격률을 보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시험의 합격률을 보면 4회 고급시험의 합격률은 38.5%의 합격률을 보였으며 5회 45.5%, 6회 37.4%를 기록해 대체로 30%대 후반에서 40% 중반에 달했다. 하지만 10월 24일 시행, 지난달 9일 발표된 제7회 시험에서는 응시자 12795명 가운데 합격자는 불과 667명인 5.2%의 합격률에 그치자 응시자들은 한 자릿수 합격률에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둘쭉날쭉한 난이도로 무슨 공인검정시험이냐는 것이다. 시행 횟수마다 합격률 차가 지나치게 클 경우 공인시험으로써 공신력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입이 재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또한 합격률이 40∼50%에 달하도록 난이도를 좀더 낮출 필요가 있다. 한 응시자는 "학창시절부터 줄곧 역사를 좋아했지만 처음으로 도전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반의 시험수준은 과히 경악 수준이었다"고 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입이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고 올바른 이해를 높이자는 것이지 한국사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재의 산실로 인기가 높았던 국비유학생제가 올해 모집 결과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의 기준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3급 이상'으로 등급을 낮춰 재공고 하는 소동이 빚어진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고시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성패는 난이도 조절에 달려있기 때문에 국사편찬위원회는 이점에 최대 역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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