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영 교수의 법률시론] 황우석 재판이 남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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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교수의 법률시론] 황우석 재판이 남긴 의미
  • 법률저널
  • 승인 2009.10.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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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5년 11월 25일 오후 2시.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는 기자회견을 했다. “아마 지금쯤 제가 이 일을 시작해서 똑같은 과정을 밟았더라면 오판이나 실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제 눈앞에는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 … 외국에서도 성공 못하는 난공불락인 것을 우리가 했다. 그때 그 심정은 제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제 난자를 뽑아서 실험을 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채찍과 돌팔매는 저에게 몰아주십시오, 침통, 착잡, 회한…외롭고 참담했던 1시간의 황 교수 회견, 2005년 11월 25일자)


그의 기자 회견에도 불구하고 국익론, 음모론, 값싼 애국심, 국제기준의 윤리의 관점에서 논쟁은 계속되었다. 결국 그는 과학계에 엄청난 물의를 일으키면서 국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소속 대학교도 징계절차를 거쳐 파면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학계에서는 연구윤리에 대한 자정 노력이 일어났고, 연구윤리가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했고, 2006년 5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범죄혐의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로부터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행위, 정부지원 연구비 등을 빼돌린 행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그리고 난자 불법매매 행위(생명윤리법 위반) 등 세 가지였다.


2006년 6월 20일 첫 공판이 시작되었다. 3년 4개월 동안 모두 43차례의 공판이 진행되었다. 재판부도 두 번이나 교체되었다. 검찰수사기록만 2만여 쪽, 780여개의 증거물, 60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었다. 첨단 생명공학 분야의 심리는 그 만큼 복잡했다. 검찰은 2009년 10월 24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는 2009년 10월 26일 황우석 전 교수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연구비 8억3000만원을 가로채거나 빼돌린 혐의(횡령·사기)와 난자 제공 대가로 3800만원의 불임시술비를 제공한 혐의(생명윤리법 위반)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줄기세포 논문을 과장해 SK와 농협으로부터 각각 10억원씩의 연구비를 받은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학적 연구를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서 난자를 이용한 데다, 사기·횡령액이 8억3000만원에 달하는 등 죄질이 중하다. 그러나 가로챈 돈을 사적 용도가 아닌 연구목적에 사용했으며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기는 등 참작할 사유가 있어 실형을 선고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연구비 횡령의 문제가 아니고, 줄기세포의 진위여부와 논문 조작, 그리고 난자 매매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과학 연구도 법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점이다. 황우석 사건의 핵심을 언론이 “횡령 유죄·사기 무죄”라는 제목을 달아 사건의 본질을 희석해서는 안 된다.


생각건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는 사유(思惟)에 있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고, 인간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이 도덕적 자율성이다. 우리는 이것을 인격이라고 한다. 인격을 도덕의 입법자라고 하며, 인격은 ‘목적 그 자체’라고 칸트는 말한다.


황우석 전 교수가 돈을 지급하고 난자를 구입하는 것은 돈을 통해 제공자의 자발성을 강제한 것이고, 연구원의 난자를 채취한 것은 연구실 구조상 권력관계에 의한 자발성의 강제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행위는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 것이다. 난자 매매금지 규정은 바로 이러한 인간존엄의 정신을 반영한 규범인 것이다. “난자채취에 소요되는 과배란 주사비용을 수혜자인 연구팀이 부담한 것이 어떻게 위법한 난자매매와 동일시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가 없다. 과학자는 이 말을 새겨야 한다. "너의 인격 및 모든 타인의 인격에서 인간성을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 취급하고, 결코 단순히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도록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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