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의 축제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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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의 축제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
  • 법률저널
  • 승인 2009.09.2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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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에서 축제가 취소되고 있다. 신종 플루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현상을 보면서 이러저라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국내최고의 축제포털 사이트인 축제닷컴(www.chookje.com)에 따르면 총 51개의 대표적 국내지역축제 중 상당수의 축제가 신종 플루 때문에 포기되었다고 한다. 지역축제담당자의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행정안전부가 앞장서서 축제취소를 권고하고, 지역의회나 자치단체 등도 자체적 검토를 통해 취소나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제!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단어이다. 유치원의 “누가 누가 잘하나”에서부터 시작하여 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 대학교의 각종 교내외축제 등 수많은 축제를 보고 듣고 참가하며 우리는 성장하였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브라질의 리오카니발처럼 수많은 외국인을 끌어 모으는, 국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형축제는 아직까지 발달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몇몇 행사가 10여년의 역사를 넘기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국민과 외국 관광객이 어우러져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형 축제가 별로 없는 셈이다.

  그나마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함평의 나비축제를 비롯하여 정선의 아리랑제, 평창의 효석문화제, 안동의 국제탈춤축제, 화천의 산천어축제, 주문진의 오징어축제, 김제의 지평선축제 등 지역특색에 맞는 축제를 갖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지방축제에 대하여 더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낭비할 뿐 제대로 된 축제를 기획하지 못하여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선전하기 위한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축제는 많이 열리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이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자꾸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체계가 잡히고 부족한 점이 보완되어 결과적으로는 향상되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도 지금 가을문화제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며칠 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민사모의재판과 형사모의재판이 열렸는데, 그 진행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모든 것이 정비되고 세련되어 가고 있음을 본다. 선배들이 진행한 지난해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은 더 좋은 모의재판을 해보겠다며 열의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번 민사모의재판에서는 대형마트와 농민단체의 계약재배사건을 중심으로 부당한 대형유통업체의 비리를 고발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정의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을 갖도록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였고 흐뭇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역단체들이 추진하는 지역축제도 처음 기획하고 진행할 때야 어설프고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세월이 지나 축제 진행 경험이 쌓이면 좋은 아이디어가 축적되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도 가능하게 되어 진정 축제다운 축제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처음에는 관 주도로 이루어져 경직되고 주민들의 참여도가 낮은 것이 흠이지만, 관도 계속하여 자신들이 축제행사권을 움켜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민에게 축제행사권을 넘겨주고, 예산 및 행정지원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방축제는 지방의 주민들이 우선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보람을 가져야 하고, 참여자들이 신명나야만 축제다운 축제가 되기 때문이다.

  입소문은 무서운 것이라, 축제가 좋다고 입소문을 타게 되면 전국에서 저절로 관광객이 몰려들게 되어 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함평 나비축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김제의 지평선축제도 코스모스 만개한 백리길행사가 장관이어서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저절로 찾고 있는 축제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리하기 때문에 축제를 개선하여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생각”이 있을 것임을 믿는다.

  나는 칼 마르크스의 사상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한 말 중에 두 문장만은 옳구나 하고 동의하는 말이 있다. 하나는 “量의 質化現狀”이라는 말이고, 또 하나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라는 말이다. 전자는, 양이 많다보면 그 중에서 좋은 것이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고, 후자는,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되면 그 형식에 권위가 생겨 내용까지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전자의 예로는 중국의 物量主義와 人量主義를, 후자의 예로는 종교의 권위주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방축제도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에서 그러저러한 축제가 벌어져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축제는 더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 좀 신명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는 현상을 보면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어 마음이 씁쓸하다. 물론 신종 플루의 확산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지역축제를 강행할 때 자칫 겪게 될지도 모를 후유증의 압박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매일 아침 출근길의 서울지하철을 생각하면 그 정도 사람이 모이는 지역축제는 그리 걱정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갖는다. 신종 플루의 확산방지를 위해 위생시설을 철저히 점검하고 사전대비함으로써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출근길의 서울지하철은 지옥철이라고 불릴 정도로 승객들로 넘쳐난다. 지하철 안, 그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서로 승객의 몸이 맞닿을 정도로 밀집되어 보대끼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도 신종 플루를 이겨내고 있다. 사람의 밀집도로 치면 출근길의 서울지하철보다 더 한 곳이 있을까? 어떻게 대형영화관에서 영화가 그대로 상영되는 것은 허용되고 있을까? 그런데 왜 지역별 축제만이 취소되어야 할까? 지나치게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며 살았다는 기나라 사람의 기우를 우리가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운찬 총리 내정자를 비롯하여 새로이 임명받은 몇몇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흠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들로 채워지는 내각의 면면을 보면서 “도덕성의 축제”를 우리 국민들은 즐길 수 없는 원시적 불능상태에 빠져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너도 겨가 묻고 나도 재가 묻었으니, 우리 모두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인가? 초록은 동색이란 말인가? 정운찬, 그가 총리인사청문회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갓 전쟁터로 나온 초짜 병사를 보는 듯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여태까지 훈련소에서 훈련만 받던 병사가 비로소 처음으로 전쟁터에 뛰어든 느낌, 뭔지 어설프고 낯설다.
온실 안 바람막이 속에서 곱게 자란 화초가 거친 광야에 이식되었다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별다른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문회에서 밝혀지는 그의 이력을 보면, 고뇌가 보이지 않고 철학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누군가 편하게 돈을 주면 받았고, 이익을 주면 받았으며, 그러면서 그냥 편하게 살아온 편안한 한 사람만이 느껴질 뿐이다. 그 편안함이 우리를 위한 편안함이 아니라, 그냥 자기 혼자만의, 일신상의 편안함이었으니, 그가 국민의 편안함을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가 잘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말 잘 하기를 바란다.  

  도덕적으로도 뛰어나고 능력에서도 뛰어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껍데기가 비참하게 벗겨질 때의 초라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아 그 나물에 그 밥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우리의 마음밭에서 축제가 스러져가는 참담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살아야 하기에, 나는 청명한 가을하늘에서, 하늘거리고 흔들리는 코스모스에서  삶의 축제를 느낀다. 우리 모두 밤새 열심히 피어났을, 저 가을 코스모스와 국화를 보며, 조금만 야외로 나가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벌개미취꽃의 향기에 취해보며, 우리만의 축제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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