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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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6
  • 법률저널
  • 승인 2009.09.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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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이 모여 그 다양성을 추구하고 법률지식과 실무경험을 배양함으로써 국제경쟁력과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1기생들의 거대한 사법개혁의 블랙홀 속에서 어쩌면 불안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단 개개 로스쿨생만의 과제가 아니라 이들을 양성하는 로스쿨과 교육기관과 법조기관과 국민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때다. 향후 이들의 자질과 능력과 감성은 법률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또는 또 다른 형태로든 우리사회로 환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보고 겪고 도전해야만 한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 장재옥) 원생과 교수로 구성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외연수단’이 8월 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사법제도와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다. 이에 본지 법률저널 이성진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3박 4일간의 생생한 견학 현장을 수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
□ 메이지 신궁과 일본 평화헌법
□ 일본 최고재판소와 재판제도
□ 일본 사법제도 역사와 참의원
□ 일본 로펌을 가다
□ 일본 로스쿨을 가다
□ 일본 지방재판소와 사법제도
□ 견학은 또 다른 학습

 

어! 재판석이 9개? … 재판원제도와 사법제도

 

일정 마지막 날 오전, 법무성 주변에 위치한 동경재판소합동청사(고등·지방·간이재판소)를 방문했다. 일행이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에 법원공보실에서 이미 안내 직원이 나와 우리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8월 초인 만큼 역시 더웠지만 여느 기관과 다름없이 냉방시설을 가동치 않고 있어 들어서자마자 등에서는 땀방울이 주저 없이 흘러내렸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원한 냉방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최고재판소도 그랬고 이곳 법원도 그렇고 구법무성도 그랬다. 안내원에 따르면 특별한 재판이나 중요한 일이 아니면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좀처럼 냉난방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합동법원청사인 만큼 같은 청에 지방법원 법정과 고등법원 법정이 혼재해 있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규모가 꽤 컸다.


견학인원 및 견학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1진과 2진으로 나누어 오전 10시부터 약 30분간 두 건의 형사재판을 방청했다. 하나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사건(801호 법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각성제규제법(419호 법정) 위반사건이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사건을 재판했던 법정은 20평 남짓의 조그마한 형사단독 법정이었다. 이날 801호 법정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출입국관리법위반, 혼취강도·절도, 상해, 공무집행방해 등 5건의 심판이 예정되어 있었다.

 

법정이 좁아서 인지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의 표정까지 아주 가까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재판정 및 청사내부에서의 사진촬영은 일체 불허됐다. 대신 브로슈어 사진을 이용해 설명한다면 옆 사진과 같은 구조다. 촬영금지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로비는 직업정신(?)으로 몇 컷 담았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히 재원원재판 법정에서는 애써 협조를 얻어 방문단과 판사와의 교류 및 내부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판사는 50대의 지긋한 중년이었고, 검사는 30대 초반의 장년이었다. 변호사는 30대 후반의 여성이었는데 국선대리인인 것으로 보였다. 피고인은 한국에 외국노동자로 왔다가 일본에 밀입국한 방글라데시인이었다. 피고인은 수갑을 차고 교도관 2명과 함께 법정에 들어왔고 재판이 시작되자 교도관이 수갑을 풀어주면서 통역헤드폰을 귀에 착용토록 했다. 서기 옆에 통역관이 앉아서 피고인과 마주보며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통역해 주었다. 통역에 전혀 막힘이 없어 전문통역관이라는 인상을 받게 했다. 


19세의 방글라데시인 피고 무라바야 가야시는 8년전 한국에 정식 입국했다가 당시 60만엔을 들여 일본에 밀입국, 결국 최근에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체포된 것. 그는 재판관 앞에서 “사실 1개월 전에 모친이 아파 출국하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관은 “왜 모친이 아플 때 곧바로 가질 않았는가…”라며 피고를 나무라며 조목조목 의문을 풀어나갔다.


아래층 각성제판단 법정에서는 피고가 각성제복용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각성제로 인해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역시 인정에 호소했다.


시간적인 제약으로 재판진행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아쉽게도 30분후에 법정을 나와야 했다. 1진, 2진이 함께 모여 양 법정에서 진행된 사건의 개요를 서로 설명하고 재판원재판을 행하는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에 들어서자 최고재판소 또는 대법원이 아님에도 9개의 법관석이 있는 제법 규모가 큰 공간이었다. 이미 방일 이전 사전교육 및 방일 후 최고재판소 방문을 통해서도 재판원제도를 익히 들었고 특히 전날 쥬오대 로스쿨 방문에서도 모의법정이 9개의 재판석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목도했지만 막상 실제 법정 내에서 9개의 재판석을 보고서야 제도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 명의 동경지방재판소 소속의 판사와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12년 판사경력의 스가(須賀 康太郞) 판사(민사담당)와 2년 경력의 히가노(東尾和幸) 판사보(형사담당, 통역을 맡은 손형석 박사에 따르면 그는 동경대 로스쿨 출신이다)였다. 일본에서 판사보는 법관(일본에서는 ‘재판관’)으로 임관해서 10년 미만이 된 판사를 가리키는 관직명의 하나다.

먼저 히가노 판사가 형사재판에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재판원제도와 그 재판절차에 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일본에서의 재판원제도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채택된 새로운 제도로서 재판관 3명과 일반시민인 재판원 6명이 함께 형사재판을 행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2009년 5월 21일에 시행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일행이 방문하기 일주일 전인 8월 3일에 동경지방재판소에서 최초로 이에 의한 공판이 이루어진 상황.


그는 “재판원제도는 국민이 실제 재판에 선택되는 것으로 살인, 방화사건 등 주요 형사사건이 그 대상”이라며 “지난주에 처음으로 첫 재판이 열렸다.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저 역시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다”고 말을 건넸다.


 

그는 9개 재판석을 중심으로 우측 벽에 설치되어 대형 TV모니터와 타 법정 보다 많은 방청석 좌석을 가리키며 “이같은 시설은 재판원 심리를 잘하기 위한 것으로 재판원들에게 재판원제도의 절차 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함”이라며 “현재 법조계가 이를 위해 대국민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 전날 쥬오대 로스쿨에서도 오무라 교수는 9개의 재판석을 가리키며 “여러분의 방문은 타이밍이 좋다. 현재 재판원제도의 두 번째 소송이 진행 중이다”며 “재판원은 재판관은 다른 용어로서 3명의 재판관과 6명의 재판원이 하나의 법정을 구성, 9명이 심리하는 제도로서 시민의 상식을 재판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무라 교수는 “제도 자체는 좋지만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호사 등의 프리젠테이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영상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며 “결국 재판원제도를 통한 재판은 변호사와 검찰 측의 프리젠테이션 대결 능력싸움이 될 것이고 또 이를 통해 죄질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해력을 높였다.
오무라 교수는 “비전문가의 상식을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프리젠테이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일 듯하다”며 “이는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아울러 피해자 참관제도도 도입해 본인 또는 유족이 형사재판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이어 히가노 판사는 일본 재판의 3심제도와 구체적인 재판과정을 세밀하게 상술해 주었다.


올해 3월까지 북해도에서 가사사건, 일반 민사사건 등을 맡아 오다 현재 동경지방법원 민사2부 행정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스가 판사는 먼저 민사소송 시스템을 명확하게 일괄한 후 최근의 소송현황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민사사건은 2006년부터 급증하고 있고 2007년에는 전년도보다 26%가 늘어나는 등 민사사건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 그는 “증가된 사건은 채무에 대한 이자가 과다하다는 사건이 매우 많다”며 “이는 최근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은 소제기부터 종결까지의 모든 사건의 심리기간은 최근 급감하고 있다. 스가 판사는 “지방 1심 사건은 1989년에는 12.4개월이 소요됐지만 1998년에는 9.3개월로, 2007년에는 6.8개월로 줄어들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는 전날 오무라 교수가 설명한 일본의 사법제도 개혁 중 재판절차상의 개혁이 확실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동질의 설명으로 풀이됐다.


스가 판사는 일본의 민사소송절차를 아주 세세하게 설명한 후 “일본의 경우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소송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증인신문 전에 말로 끝내거나 하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증인신문이 끝난 다음에는 재판관도 사건의 결과를 알고 있으므로 속달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신문 이전에 끝나게 되면 화해가 성립하는 것으로 지방재판소의 경우 약 30% 정도가 이것에 의해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제도개혁의 현황에 대해서도 부연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전날 쥬오대에서 가늠한 내용과 무관치 않았다. 그는 “약 10년전부터 재판원재판, 로스쿨 등 사법개혁이 시작되었다”며 “민사도 이용하기 쉽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노력 중이며 특히 전문재판제도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행정, 지적재산, 의료, 건축사건 등이 있는데 여기에 전문위원제도가 적용되어 각 분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또 노동심판이 있고 여기에는 재판관과 노동전문가가 함께 논의해 3개원에 신속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 최근 가시화되고 있다”고 상술했다. 그는 또 “지적재산사건은 고등재판소가 담당하고 의료사건은 병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전문가로부터 조언도 얻지만 이때 전문가들이 부담을 크게 안 받도록 구조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인 일본의 사법제도 설명이 끝난 후 두 판사와 원생 및 장재옥 원장 이하 동행 교수들간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원생들은 판사의 업무경감방안, 판사의 직업윤리, 재판원과 증인의 신변보호 방안 등에 관하여 질문하고 답변을 들었다. 교수들도 일본의 재판제도에 관심이 많아 전문위원회제도, 민·형사재판에서의 헌법의 비중과 직권에 의한 위헌판단의 가부,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만기제도의 존재여부 등에 관하여 질문했다.


원생들은 이미 우리의 재판제도를 제법 꿰뚫고 있어서인지, 우리의 재판제도를 원용하면서 일본의 것을 궁금해 했고 심지어 일본 법정영화를 예를 들며 “만약 당신이 영화 속의 당사자였다면 어떻게 처리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교수들 역시 학구열에 불타는 학생마냥 질문을 마구 쏟아냈지만 제한된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특히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가면서도 약 90분에 걸쳐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줄곧 서서 이국의 학생들과 교수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답변해 준 스가 판사와 히가노 판사의 모습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


일본의 재판원제도


일본의 재판원제도는 일정한 요건하에서 선택된 일반 국민이 재판원으로 참여해 현사재판에 참가하는 제도다. 6인의 재판원과 3인의 재판관이 함께 형사재판에 참석해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유죄의 경우 어떤 형벌을 내려야 할지를 판단하는 제도다.


즉 국민 모두가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성이나 경험에 기인한 신선에 다양한 관점에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또한 국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친숙도 및 이해도가 높아지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판단에서 도입됐다.(다만, 히가노 판사에 따르면 재판원제도를 통해 그동안 국민이 가졌던 법관에 대한 경외감이 직접 재판과정에서 재판관과 접하는 과정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염려도 있었고 그 이외에도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점들도 족히 예상하고 있었다)


2004년 5월 21일 ‘재판원이 참가하는 형사재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9년 5월 21일부터 시행된다. 전국 60개 법원에서 실시되는데 지방재판소 본청 50개소, 지부 10개소다.


재판원은 각각의 재판소 관할구역내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유권자 중에서 선택된다. 재판원 선택 절차는 전년도 가을경에 각 지방법원별로 관내의 시정촌(市町村)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첨으로 선택해 작성한 명부에 근거하여 다음해의 재판원후보명부를 작성한다. 전년도 12월경까지 재판원후보자명부에 기재된 것을 후보자에게 통지하는 동시에 취직금지사유나 객관적인 사퇴이유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조사표’를 송부한다. 뽑혀진 후보자의 조사표에 따라 명확한 이유로 재판원이 될 수 없는 사람이나 1년 안에 사퇴이유가 인정되는 사람은 재판원 후보에서 제외된다. 이어 사건별로 명부 가운데 추첨으로 후보자가 선택 된다.


원칙적으로 재판 6주전까지 추첨으로 뽑힌 재판원후보자에게 질문표를 동봉한 선임수속기일을 알리는 ‘호출장’이 송부된다. 재판일수가 3일 이내의 사건(재판원제도 대상사건의 약70%)에 대해 1사건별 50명 정도의 재판원 후보자에게 송부할 예정이다. 기재하여 우송된 질문표에 근거하여 사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호출이 취소되므로 법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재판 당일 재판원후보자 가운데 사퇴를 희망하지 않거나 질문표의 기재 상으로는 사퇴가 인정되지 않는 사람은 선임수속당일, 법원에 가도록 되어있다. 재판장은 후보자에 대해 공정하지 않은 재판을 할 염려의 유무, 퇴사희망의 유무 및 이유에 관해 묻게 되는데 후보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수속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최종적으로 사건별로 재판원 6인이 선택된다(필요에 따라 보충재판원도 선임한다). 통상적으로는 오전 중에 선임수속이 종료되고 오후에 재판과정에 참석하게 된다. 일본 현지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재판원 또는 보충재판원이 되는 확률은 약 유권자 5000명 대 1로 추정되고 1년에 재판원후보자가 되는 확률은 약 400~500명 대 1로 추산된다는 것.


재판원재판의 대상사건은 살인, 강도치사상, 현주건조물등방화, 강간치사상, 상해치사, 위험운전치사, 위험운전치사 등 사회적 위험이 크고 신체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굵직한 사건들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연 대상사건수를 2,643건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07년 실제 전국 지방재판소 형사통상가건1심사건수가 97,826건(2007년 사건수 기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경우 약 37%에 해당하는 셈이다.


재판원은 심리, 평의, 판결 전 과정의 재판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배심원 또는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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