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이의 어떤 하루(23)-“눈물 젖은 새우깡과 마이너스”
상태바
똘똘이의 어떤 하루(23)-“눈물 젖은 새우깡과 마이너스”
  • 법률저널
  • 승인 2009.09.04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학무 39기 사법연수생 hmkim@cyworld.com
 

간혹 헝그리 정신을 대변하는 말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말을 말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저의 경우 그렇게 눈물 날 정도로 가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공부할 만큼 풍요롭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은행에 다니던 큰누님께서 고시원과 독서실을 해결해 주셨고, 아버지가 주시는 주 6만원 정도의 용돈이 총수입원 이었으니 식대나 통신비 그리고 무엇보다 책값이나 학원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주말에 별도로 과외를 해야지만 남들 하는 만큼 겨우 따라갈 수 있을 정도였고, 그래서 실제 주말에는 거의 과외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학원은 실강의를 딱 한번 들었을까요... 나머지는 전부 테이프나 은밀한 방법(?)을 이용해야 했었습니다.

 

한번은 고민 고민 끝에 민법 책을 바꿔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4만원 상당의 민법책을 구입하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이 정말 딱 2만 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꼭 지출해야 할 돈을 공제하고 나면 일주일 동안 제가 쓸 수 있는 돈은 수중에 3천원 정도 밖에 남지 않더군요. 매일 밤 11시면 어김없이 오뎅 등으로 야식을 챙겨먹던 저에게 3천원을 가지고 일주일을 어떻게 버티는가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고민 고민한 끝에 저는 마트에 가서 새우깡을 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샀고 그것으로 일주일을 버틴 적이 있었습니다. 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지 뭐...할 수도 있지만 당시 좁은 고시원 방에서, 흐르는 적막 속에 돈이 없어 먹고 싶은 오뎅도 못 사먹고 새우깡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 제 처지가 얼마나 비참하던지 눈물도 질금 흘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술을 마실 때면 이 이야기를 무용담 비슷하게 떠들기도 하지요.

 

그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합격한 덕분에 적어도 돈에 대해서 그렇게 큰 고민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마이너스의 총액이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지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합격을 하면 은행에서 신용대출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줍니다. 사법연수생의 경우 비교적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1억 5천까지 마이너스를 만들어 줍니다. (물론 은행마다 다릅니다) 대부분의 연수생은 자신의 사정이나 필요에 따라 한도를 정하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데, 물론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지 않는 연수생도 있지만,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수 천 만원까지 사용하는 연수생도 있습니다. 아마도 합격할 정도의 나이라면 대부분 어느 정도의 연배가 있을 것이고, 합격한 이후에도 집에서 손을 벌리기가 겸연쩍어 대부분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시생 시절에는 면바지에 남방 하나면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버틸 수 있었지만 연수생이 되면 아무래도 정장도 몇 벌 필요하고, 가방이나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돈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들을 나몰라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거기에 남자 연수생들의 경우 술값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주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무래도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에게 고기도 한번 사줘야 하고, 술도 한번은 사야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니까요. 또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 합격자 발표 후 연수원 입소 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몇 백 만원은 그냥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저 역시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친구들과의 각종 모임에서 술값 등으로 얼마  간의 마이너스가 있습니다. 절약하고 또 절약하려고 해도 이놈의 마이너스가 줄어들 생각을 않더군요. 제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대 마이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 쓸 시간 자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연수생들이 시험기간에는 거의 독서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카드 결제액이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2년차 시보기간만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법원시보나 변호사시보 때는 카드 결제액이 확 늘어나다가도 검찰시보가 되면 다시 결제액이 확 낮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검찰시보가 바쁘고 돈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이겠지요.

 

글을 다 쓰고 나니, 도대체 이 글의 주제가 뭔가 저 역시도 궁금해지네요. ^^; 그저 연수원 화장실에 걸려있는 액자의 글귀를 보고 예전에 돈이 없어 고시원에서 새우깡을 사먹던 시절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봤습니다. 여러분 역시 합격을 하시게 되면 은행에서 상위등급의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플래티늄 카드를 발급해 줄 겁니다. 지점에 따라서는 별도로 마련된 VIP석에서 발급업무를 받는 곳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치 신분상승(?)이라도 한 것처럼 착각(!) 속에서 행복감도 느끼지만 아마 수료를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연수생들이 ‘이 마이너스를 언제 다 갚나’하는 걱정이 더 클 것입니다. 훗날 합격하시고 연수원에 입소하시기 전에 꼭 필요한 곳에만 지출하는 경제습관도 익히시고 들어오시면 도움이 되겠지요.^^

 

아! 앞서 말씀드린 연수원 화장실에는 이런 글귀의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어떤 철학자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철학자의 이름은 분명히 있습니다), 연수생의 대부분은 분명 우리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 은행에서 걸어놨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액자가 하나 있죠.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힘은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가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