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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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2
  • 법률저널
  • 승인 2009.08.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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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이 모여 그 다양성을 추구하고 법률지식과 실무경험을 배양함으로써 국제경쟁력과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1기생들의 거대한 사법개혁의 블랙홀 속에서 어쩌면 불안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단 개개 로스쿨생만의 과제가 아니라 이들을 양성하는 로스쿨과 교육기관과 법조기관과 국민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때다. 향후 이들의 자질과 능력과 감성은 법률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또는 또 다른 형태로든 우리사회로 환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보고 겪고 도전해야만 한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 장재옥) 원생과 교수로 구성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외연수단’이 8월 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사법제도와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다. 이에 본지 법률저널 이성진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3박 4일간의 생생한 견학 현장을 수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글 싣는 순
□ 메이지 신궁과 일본 평화헌법
□ 일본 최고재판소와 재판제도
□ 일본 사법제도 역사와 참의원
□ 일본 로펌을 가다
□ 일본 로스쿨을 가다
□ 일본 지방재판소와 사법제도
□ 견학은 또 다른 학습

 

법관, 행정관 출신 등 15명의 최고재판관, 憲裁 사건까지

 

이튿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아침 식사 후 치요다구 소재 일본 최고재판소를 향해 버스가 달렸다. 저편으로 황궁(황거)이 보인다. 일본 천황이 산다는 황궁. 일본의 주요 기관은 황궁을 중심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국회의사당, 법무성 등 정부종합관청, 헌법재판소, 도쿄지방법원, 특허청, 경찰청, 경시청, 내각부, 총리관저 등등.


제법 근사해 보이는 야산에 황궁이 위치하고 있었다. 야산 주변으로는 작은 강이 에워싸고 있다. 막부시절이 끝나고 근대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황궁이 산에서 육지로 내려오면서 황궁을 보호하기 위해 성 대신 인공호수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고 한다.


황궁 강변을 끼고 돌자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본의 최고재판소였다. 최고재판소는 우리나라의 대법원이다. 일본은 헌법재판소가 없고 재판소(법원)가 헌법재판영역도 함께 담당한다.


서초동에 우뚝 솟아 있는 우리나라 대법원과 비교할 때 외형상 규모는 초라해 보일 정도. 버스가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재판소 사무직원 2명이 마중을 나온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입구로 들어서자 웅장함 그 자체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웅대하고 권위스럽지 않으면서도 권위를 느끼게 하는 형언할 수 없다는 느낌. 대형 홀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곧바로 방문객실로 입장해 일본 최고재판소의 역사와 재판제도에 대한 개괄적 내용을 담은 비디오를 시청했다.


이윽고 대법정으로 가기 위해 중앙 홀로 들로 섰다. 홀 천정에는 유리로 덮인 듯 빛이 훤히 내려오고 그 정면 바닥에는 1974라는 숫자와 함께 8각의 무궁화 비슷한 모양의 대리석 바닥 문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홀 우측엔 그리 크지 않은 정의의 여신상이 오른 손은 칼을 들고 있고 왼손에는 저울을 쥐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정의의 여신상은 양 눈을 가리는 경우(예단을 금하라는 의미), 한 눈만 감은 경우, 양 눈을 모두 뜬 경우가 있다. 우리 대법원의 자유의 여신상과 마찬가지로 양 눈을 뜨고 있었다. 똑바로 사실을 직시하라는 의미에서다. 다만 형상이 보기 드물게 얼굴은 불상과 같았고 그 외에는 인간의 형상을 지녔다. 안내 직원은 “위에는 불교적이고 아래는 인간적인데, 신과 인간의 융합성을 갖는다”면서도 “다만, 신보다는 판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최고재판소 건물은 일반인 공모를 통해 1974년 건립됐다. 안내 직원은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품위와 경건한 이미지를 갖도록 설계됐다”며 “약 10만톤의 화강암으로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정에 들어섰다. 역시나 웅장했다. 15개의 재판석이 자리하고 양 옆으로는 비천도를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대형 그림이 걸려 있고 천정은 홀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원형 천정을 통해 빛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약 2백여개로 보이는 방청석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법정기일의 방청객들을 기다리는 듯 고요함을 더했다.


안내 직원은 “대법정 역시 천정이 투명한 이중창으로 지어져 빛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면서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재판을 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법정을 구경하는 순간 15명의 재판관 중 한 분인 이마이 이사오 재판관이 수행원과 함께 법정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연수단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


이마이 재판관은 지난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창설 20주년 기념행사에 온 적이 있는 것으로 얼핏 기자의 머릿속을 스쳤다.


역시 그는 “지난해 한국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 한국 대법원도 방문하는 기회도 가졌다”면서 “그때 한국에서도 로스쿨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인사말을 건넨다.


재판관은 연수단을 향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해 달라고 자청해서 질문을 유도하는 듯 적극적이었다. 원생들과 재판관의 일문일답 형식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전공과 이력이 다양한 만큼 이들 원생들의 질문도 각각 특색을 띠었고 재판관은 촉박한 업무일정에도 성심껏 답변하는 듯 했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장재옥 원장은 한국에서 준비해간 답례선물을 전했고 일본 최고재판소에 비치해 달라며 중앙대에서 출간된 법학관련 도서들을 기증하는 간략한 행사를 가졌다. 장 원장은 “중앙대 로스쿨 원생들을 유능한 후배 법조인으로 양성해 나가갈 것이니 지켜봐 달라”는 말과 함께 향후 중앙대 로스쿨생들의 수습 등도 가능한지 여부 등의 인사말을 전했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최고재판소장관(우리의 대법원장)을 포함해서 모두 15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고재판소장관(현재 다케사끼 히로노부)은 내각의 지명에 의하여 천황이, 그리고 최고재판소 재판관은 내각이 각각 임명한다. 재판관의 임기는 정함이 없으며, 다만 법률로 정년이 70세로 정해져 있다. 우리의 경우 6년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특히 일본 최고재판소 구성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각 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심사제도에 의하면, 각 재판관은 임명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중의원의원총선거에서 국민심사에 부쳐지고 그 후 10년을 경과하면 다시 국민심사에 부쳐진다(일본국헌법 제79조 제2항). 심사는 파면을 원하는 재판관의 이름 란에 「x」표를 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파면된 재판관은 한 명도 없는 상태이다. 또한 우리와 비교되는 점은 재판관 구성이 다양하다는 점이다.(아래 인터뷰 참고)


최고재판소는 대법정과 3개의 소법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내 직원은 일행을 한 소법정으로 안내했다. 15명의 재판관은 각 한 개의 소법정에 소속되므로 5명이 3개의 소법정을 구성하는 셈이다.


재판관은 임명 시 어느 소법정으로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주로 퇴임하는 재판관의 공석에 배정되는 것이 관례) 한번 법정이 정해지면 퇴임까지 지속된다는 것이 안내 직원의 설명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연간 1만2천여건의 소송물을 해결한다고 한다. 민사 약 7천, 형사 약 4천여건. 절대적으로 소법정에서 판결이 내려지고 전원재판부가 판결하는 것은 고작 2~3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헌법과 관련된 사건은 우선 소법정에서 논의를 거친 후 대법정으로 이관할 지를 고려하게 된다”며 “헌법적 판단과 판결 변경이 문제될 때 통상적으로 연간 2~3건이 대법정에서 판단을 내리기 된다”고 상술했다.


1만여건의 소송물을 15명의 재판관이 모두 벅찬 일. 그래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많은 판사 출신 재판관들을 뽑아 재판조사관(연구관)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현재 37명의 조사관이 근무를 한다고 한다. 대법정이든 소법정이든 기자들이 소송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법정 내에 기자석이 내치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최고재판소는 공개변론이 원칙인 만큼 소법정에서는 여러 번 공개변론이 이뤄지고 일반인의 방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민사사건이 상대적으로 많으므로 변론없이 재판이 진행된다고 안내 직원은 설명했다.


소법정에서는 변론이 아닌 심리도 많이 열리는지를 묻는 한 원생의 질문에 직원은 “구두변론시 심리도 하게 된다”고 회답했다. 법정 내부가 대법정도 그렇고 소법정도 의미로 밝지가 않았다. 조명시설이 약한 편이었다. 호기심에서 또 다른 한 원생의 “여기는 왜 이렇게 어두운가?”라는 질문에 “이 상태가 가장 밟은 편”이라고 친절히 즉답했다.


소송물이 각 소법정의 배정되는 형태는 순번대로 지정되므로 딱히 어느 소법정에 배정되어야 한다는 관례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이다.


대법정에서는 최고재판장이 주심을 맡지만 소법정에서는 5명 중 주심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사건마다 주심이 바뀌는 형태. 재판관간에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에는 의견을 조율한 후 다수결을 통해 판단을 내린다.


안내 직원의 배려로 중앙대 로스쿨 원생들은 재판석에 앉아 볼 수 있었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것을 일본에서 경험하게 된 것. 모두들 돌아가면서 한 번씩 앉아보기도 하고 사진 촬영도 한다.(참고로 원래 법정에서는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최고재판소 측의 특별한 배려로 대법정과 소법정에서 촬영이 허락 된 것).


기자는 이들의 하나의 추억이라도 더 담아 주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는 순간 “언젠가 이들 중 저 재판석에 판사로 다시 앉을 날이 올까?”라는 궁금증이 엄습해 왔다. “국제화가 되고 한일간 법률교류가 왕성해지고 소통이 될 때가 있겠지. 아마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카메라 셔터와 함께 순간이나마 해 볼 수 있었다.


이어 위층의 최고재판소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소장도서는 약 25만권.


여느 도서관과 비슷한 모습이다. 당연히 인터넷을 통해 판례목록을 접할 수 있고 종이목록집도 비치되어 있다. 직원은 “아무리 IT기술이 좋아 이를 많이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옛날 방식을 모두 버릴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옛 방식 목록 찾기도 당연히 운영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외국판례집도 꽤 된다고 직원은 설명한다.


필자도 궁금증이 일어 질문을 던진다. “로스쿨과 판례 등 정보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며 묻자 그는 “현재로서는 특별히 도서관과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교류는 없다”고 답했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배출되고 있는데, 법원에도 이들이 배치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007년 졸업생들이 약 200여명이 전국 법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응했다.


도서관 입구 우측 좌우벽에는 서기 5백년 후반 아스카 시대의 문명을 이끌었던 성덕태자의 모습을 담은 대형 벽화가 3개 걸려 있다. 당시 우리 한반도 국가와 중국 수와 교류를 열어 불교 등 고급문화를 받아들이고 정치적으로도 관위 12계와 17조 헌법 등을 제정해 국가제도를 정비한 인물이다. 이 관위 12계와 17조 헌법은 국가의 정치적인 체계를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한 것이지만 기저에 깔린 철학은 140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일본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관위12계는 오늘날 일본의 관료제도를 대변한다고 할 수도 있다.


성덕태자가 법령을 공포하는 그림은 ‘지혜’, 사냥하는 모습의 그림은 ‘용기’, 성덕태자가 모유를 수유하는 모습은 ‘인애’를 의미한다고 직원은 설명했다. 이는 현재 일본 재판관들이 지녀야 할 세가지 덕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아쉽지만 역시 그림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일본은 포토라인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 내부 촬영허용여부가 확실했다)


♣ - 이마이 재판관 인터뷰

대법정에서 중앙대 로스쿨 해외 연수단과 이마이 재판관과 면담 과정에서 나온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시종일관 한국 로스쿨생들의 궁금증에 성심성의껏 응해주었다.

 

☞ 한국의 대법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헌법재판소라는 독자적인 기관이 없다. 그래서 일본은 민사, 형사, 행정 등 일상적인 법령판단 외에도 정치적 일까지 판단하는 헌법재판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고재판관으로 임용되는데 장단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판관으로 임용된다. 현재는 판사 출신 6명, 검사 출신 2명, 변호사 출신 4명, 대학교수 출신 1명, 행정관료 출신 1명, 외교관 출신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성이란 다양한 경험으로 드러날 수 있다. 사실판단에 좋은 기여하는 면이 매우 많다”

 

☞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 재판관들의 정치적 중용성은?
“3권 분립이 엄격하고 사법권은 법원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재판관의 임용에 있어서도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단순히 재판관으로 임용된다고 해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

 

☞ 프라이버시와 언론보도와의 충돌에서 법원의 바람직한 해법은?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재판관은 공평하게 보도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법보도와 관련, 최근 구체적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계류 중인 사건이라도 어떤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정도는 프레스를 통해 알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꾸준히 정리 중이다”

 

☞ 한국의 경우 존속살해죄는 합헌이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의 경우 존속살해죄가 합헌이라 판단한 후에 위헌이라고 변경한 적이 있다. 국민의 인식과 흐름 등의 판단에 따라, 아울러 재판관들의 인격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법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 작년 한국에 방문해 사법제도를 살펴  봤다. 재판권의 독립과 제도가 아주 잘 되고 있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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