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리포트 ‘지금, 우리 로스쿨은?’ ]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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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리포트 ‘지금, 우리 로스쿨은?’ ] 서울대 로스쿨
  • 법률저널
  • 승인 2009.07.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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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학기, 그 새로운 희망의 태동

 

최종연 서울대 로스쿨(C반 운영위원)

 

 

 

어느 로스쿨이나 마찬가지겠지만, 2009년 1학기는 로스쿨이라는 거대한 배가 출항하여 항해를 시작한 실로 놀랍고도 설레는 시간이었다. 관악산 허리에 안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 김건식)의 학생들도 이제 한 항차의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지친 심신을 털고 일어나 다음 항해를 각자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 여정을 짧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준비하지 않은 자,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첫 학기에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을 맞아준 과목들은 민법1, 공법1, 형법1, 법률정보조사 및 법문서작성, 그리고 세 개의 선택과목이었다. 다른 로스쿨에 비해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분량이었지만 그 하나하나는 끊임없는 긴장과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교수님들은 비법대생에 대한 고려와는 별도로 로스쿨 학생으로서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해올 것을 기대하고 계셨다. 학생들은 불시에 지목을 당하여 판례 및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으며, 질문의 범위는 매 시간 공지되지 않았기에 초반에는 진도를 예상하여 미리 준비를 해가지 않으면 낭패를 겪기도 했다. 필자가 수강한 어느 민법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대상청구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지시다가 대답이 시원치 않자 이를 즉석에서 과제로 내주시기도 하였다. 문답식 법학교육 하에서 학생들은 서서히 ‘자신이 아는 것을 말로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를 갖춰 공부하여야 한다는 점을 체득하고 있었다.

 

아마 가장 인상적인 수업은 역시 150명이 6층 대형 강의실에 모여 듣는 법문서작성 수업이었을 것이다. 제출된 의견서와 메모랜덤 중 교수님이 참조할 만 하다고 선정하여 PPT로 공유하고 코멘트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본인이 쓴 의견서가 행여나 ‘최고의 선택’ 또는 ‘모험적인 선택’으로 선정되어 올라오지는 않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졸였을 것이다. 중간고사 일정과는 무관하게 법문서작성 과제가 주어지면서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은 밤을 새가며 자료조사를 하였고, 그 결과 예시된 분량의 배를 넘는 ‘논문’ 의견서를 제출한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는 후문이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시작”

 

서울대 로스쿨은 150명이 3개 반 15개 조로 편성되어 각 조마다 3~4명의 지도교수님이 배정되었다. 지도교수님들께서는 학기말에 가진 ‘전체 평가회’와는 별도로 지도조 학생들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애로사항을 듣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셨다. 10명의 조는 애초의 이름순 배정에서 최대한 다양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전환, 배정되어 아마 인간관계의 시작을 제공해주지 않았나 싶다.


로스쿨 내의 너무나 다양한 개성이 다른 개성을 만날 수 있었던 또 다른 계기가 된 것은 학회와 자발적 모임들이었다. 학회는 인권법학회부터 가장 최근에 생긴 ‘ATLAS (국제법무학회)’까지 학회들이 하나 둘 씩 알음알음 생기기 시작하여 지금은 그 수가 5개에 달한다. 종교모임도 활발하게 결성되어 자체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축구하는 사람들끼리 팀을 짜서 연대 로스쿨과 시합을 가지기도 하였다. 특히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가진 법대 학부팀 및 교수팀과의 축구시합에서는 빗속에서도 단 11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교수팀에게 극적으로 지는 ‘아름다운 경기’를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눈 덮인 들판을 걷는 사람의 심정으로”

 

입학할 당시부터 입장을 정하고 처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일들은 많았지만 그것을 담당할 학생회나 조언해 줄 ‘선배’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기에 서울대 로스쿨은 총회를 열고, 회칙 제안을 하고, 간난산고 끝에 집행부와 운영위원회로 구성된 학생회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이후 학생회장과 학생회는 학사행정 협의와 사물함 배정, 스승의 날 준비 등 학생들과 관련한 일이면 무엇이든지 착수하고, 필요하면 학교 측과 심도있는 협의를 거쳐 학생들에게 최대한 편리한 방향으로 변경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정규 과목은 비율이 정해진 상대평가제도이면서도 영어로 진행하는 여름 계절학기는 Pass or Fail 제도로 바꾸는 결과를 이끌어내는데도 학생회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두가 함께 ‘눈 덮인 들판’에 발자국을 하나하나 찍어가는 같은 입장의 동기 150명이 함께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온 로스쿨 교수들과의 여름 계절학기를 마무리하고, 이제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은 로펌에서, 또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실무수습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한 학기는 허공에 계단을 놓아가는 심정으로 학업과 로스쿨의 구성에 임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단이 공고해져 피라미드의 기초를 형성해가는 느낌이 바로 로스쿨의 매력이 아닐까. 아직 개인열람석도 없고 법관 임용 및 병역 문제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각자 방학을 보내고 다져진 경험과 각오로 2학기를 맞이할 서울대 로스쿨의 학생들은 2009년의 마무리를 위해, 전문법조인의 꿈을 향해 용맹정진할 것이다. 험난하지만 같은 길을 걷기에 외롭지 않은 사람들, 그것이 서울대 로스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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